치솟는 유가에 유류할증료 ‘껑충’, 비행기값도 오른다

유가 상승에 8월 이어 9월에도 유류할증료 인상 예정 지난달 40% 인상 후 항공 티켓 판매량 급증해 항공사도 유류 비용 절감 위해 고민, 승객들 몸무게 측정까지 이어져

2023년 9월 18일 기준, 지난 1개월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 변화/출처=Investing.com

지난 15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을 발표한 가운데,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석유제품 현물 거래 시장의 항공유 갤런당 평균값이 150센트 이상일 때 단계별(총 33단계)로 부과한다.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은 갤런당 286.43센트였다. 지난달까지 11단계였던 유류할증료는 다음 달부터는 14단계로 상향 적용될 방침이다.

유가 인상에 결국 유류할증료 인상, 항공권 가격도 동반 상승

항공사들은 이동 거리가 멀수록 더 많은 할증료를 내는 ‘거리비례 구간제’를 적용하고 있다. 항공유 가격이 오르면서 국제선 항공권 유류할증료는 이달 11단계에서 14단계로 상향 적용된다. 대한항공은 10월부터 국제선 항공권 이동 거리별로 편도 기준 3만800원~22만6,800원을 유류할증료로 부과한다. 이달 적용된 2만800원∼16만3,800원과 비교해 많게는 6만원 이상 올랐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달부터 유류할증료로 3만2,000~17만7,100원을 책정한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지난해 7∼8월 유가 급등으로 22단계까지 오르며 최대 33만9,000원을 찍었다. 이후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올해 하반기 들어 다시 유가가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서 8월에 8단계, 9월에 11단계로 올랐다. 다음 달 국내선 유류할증료도 1만3,200원으로 이달보다 3,300원이 더 오른다.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전월 1일부터 말일까지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이 갤런당 120센트 이상일 때 단계별로 부과한다.

출처=대한항공

중국 경기 회복 기미에 국제 유가 급등

15일(현지 시각) 미국 서부 텍사스원유(WTI) 선물은 61센트(0.7%) 오른 배럴당 90.77달러, 북해 브렌트유 선물은 23센트(0.3%) 상승한 배럴당 93.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간 약 4% 인상해 3주 연속 상승세다. 특히 지난주에는 중국이 기대치보다 높은 산업 생산량과 소매 판매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유가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특이 사항으로 중국의 정유 처리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상승해 석유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미국의 석유 생산량 조절도 고려 대상이다. 유전 서비스 회사인 베이커 휴즈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석유 굴착 장치 수는 이번 주 2개 증가해 515개로 4월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그러나 1년 전과 비교하면 석유 굴착 장치 수는 84개 감소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까지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본다.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한 데다 미국마저 생산 설비를 축소하는 와중에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15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분석가들은 이번 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OPEC+가 연말까지 지속적인 공급 축소를 이어간다면, 내년이 오기 전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수준으로 급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발표한 9월 전망에서 올해 평균 유가를 상향 조정하면서 주요 산유국 감산에 따른 재고 감소만을 언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으로 셰일가스 생산 등의 대체 에너지 자원이 다시 수면위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미국 셰일가스 기업들은 생산 설비 확장보다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당분간 유가 시장의 변동 폭을 키우는 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아시아나항공

빨리 티켓 구매하는 편이 이득, 당분간 계속 오른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유류할증료가 빠르게 인상되는 시기에는 비행기 티켓 가격이 속칭 ‘금 티켓’이 된다면서 미리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설명한다. 발권일 기준으로 유류할증료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9월에도 이미 8월 대비 약 40% 가까이 유류할증료가 급등하면서 일부 구간의 경우는 내년 1월까지 티켓 판매가 완료된 여행사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항공사들도 유류할증료 때문에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20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김포공항 국내선 이용객은 오는 8월 28∼9월 6일까지, 인천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9월 8∼19일까지 탑승 전 게이트 앞에서 기내에 들고 타는 휴대용 수하물과 함께 몸무게를 재야 한다. 관련 자료는 익명으로 수집, 안전 운항을 위해 쓰이며 측정을 원치 않을 경우 직원에게 의사를 전하면 된다.

항공사가 탑승객의 몸무게를 측정하는 이유는 안전 운항 및 연료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비행기는 통상 실제 필요한 연료보다 1% 정도 더 많은 연료를 싣고 비행하는데 승객의 정확한 무게 데이터가 있으면 추가로 소모되는 연료량을 줄일 수 있다. 통상 항공사는 연간 10억 달러(약 1조3,300억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조사에서 여름철 기준 성인 남성은 81㎏, 성인 여성은 69㎏을 표준으로 삼았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성인 남자는 88.4㎏, 성인 여자는 70.3㎏으로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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