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의 글로벌 시장 점유하겠단 야욕은 어디가고, ‘아픈 손가락’된 피프스시즌

CJ ENM 자회사 피프스시즌 실적 악화 자회사 실적 악화 번진 CJ ENM의 ‘허리띠 졸라매기’ 태세 전문가들 “피프스시즌의 단기간 내 손익분기점 달성은 어려울 것”

사진=CJ ENM

CJ ENM이 연이은 영업 실적 악화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창사 이래 최대 인수 거래였던 피프스시즌(옛 엔데버콘텐츠)이 기대 이하의 저조한 실적을 내면서 CJ ENM 또한 몸살을 앓고 있는 형국이다. 당초 미국에 ‘K컬처’ 교두보를 구축하겠단 당찬 포부로 할리우드 콘텐츠 제작사를 인수했으나,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과 미국작가조합(WGA)이 연대 파업에 들어가면서 피프스시즌은 작품 제작조차 난항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CJ ENM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피프스시즌을 포함해 관련 자회사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피프스시즌을 필두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CJ ENM이 ‘군살 빼기’에 들어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CJ ENM, 상황 여의치 않자 자회사 피프스시즌 지분 매각 검토

28일 IB 업계에 따르면 CJ ENM이 지난 5월부터 피프스시즌과 착수한 자금유지 협상 과정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약 1조원을 투입해 피프스시즌을 인수한 CJ ENM은 자회사들의 적자폭이 확대되자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최대 3억 달러(약 3,962억원) 규모의 지분 매각을 타진하고 있으나, 피프스시즌과 눈높이 차이로 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CJ ENM 내부에선 피프스시즌의 손실이 일회성일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제작 일정이 밀리며 나타난 여파일 뿐,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수익 또한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CJ 최고경영진은 인수후통합(PMI)을 통해 피프스시즌에 대한 상세 실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올해 이후도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을 바꿨다. 여기에 올해부터 시작된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과 미국작가조합이 동시 파업을 진행하면서 작품 제작이 줄줄이 지연된 점도 악재로 다가왔다. 올해 초 CJ ENM은 피프스시즌이 올해 24~28편의 작품을 제작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해당 파업 여파로 상반기 3편을 제작하는 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J ENM은 올 상반기 기존 보유 중이던 LG 헬로비전과 삼성생명 주식을 매각하는 한편, 최근 하이브와 세운 합작법인 빌리프랩 지분을 하이브에 매각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CJ 측의 이번 지분 매각 또한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ENM의 실적 및 재무 상태를 전반적으로 개선함과 동시에, 해외에서 전략적투자자(SI)를 확보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시도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의도와는 달리 언더퍼폼하고 있는 피프스시즌

피프스시즌은 영화 ‘라라랜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콜미바이유어네임’,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와 드라마 ‘킬링 이브’ 등을 만든 제작사다. 1년에 30편 이상의 콘텐츠를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꾸준히 공급하면서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한 작품을 여럿 선보였다. 기획부터 제작, 유통 등 콘텐츠 제작 전 과정을 아우르는 자체 프로덕션 시스템도 피프스시즌이 업계에서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피프스시즌의 이같은 장점에 주목한 CJ ENM은 당초 피프스시즌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미국 현지에서 CJ ENM의 콘텐츠를 글로벌로 제작 및 유통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야심 찬 인수를 진행했다. 실제 CJ 측은 1조원을 육박하는 인수 금액 중 유럽과 남미 등 19개국에 퍼져있는 글로벌 거점 네트워크를 취하기 위해 영업권으로 3,896억원을 지불했다. 이는 전체 인수금액의 41.7%에 달한다. 당시 시장에선 피프스시즌의 콘텐츠 유통 네트워크가 워낙 강력했던 만큼 CJ ENM 콘텐츠를 해외 현지에 광범위하게 뿌릴 수 있는 ‘풀 밸류 체인’으로 활용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향후 자사 지식재산권(IP)을 적극 활용해 글로벌을 겨냥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 등을 통해서다.

그러나 기대가 무색하게, CJ ENM은 피프스시즌을 포함한 자회사들의 연속 적자로 창사 이후 최대 고비를 맞이했다. 심지어 CJ 측이 피프스시즌의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모두 이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피프스시즌은 연간 692억원 적자를 본 데다 올 상반기에도 935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또한 CJ ENM은 피프스시즌 인수 과정에서 1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투입했는데, 이로 인해 재무 부담이 크게 늘어 신용등급 하향 위기에 처했다.

더욱이 자회사인 피프스시즌의 영업 손실은 CJ ENM의 영업 실적 악화로 번지고 있다. CJ ENM은 지난해 연 매출 4조7,922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4.9%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3.7% 하락했다.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2분기부터 적자로 전환해 1,656억원의 연간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74.1%(66억원) 줄어들었다. 심지어 지난해 4분기 당기순손실은 8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0억원 이상 감소하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 또 연결 기준 지난해 부채 비율은 137%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100%를 넘긴 모양새다. 부채총액은 5조9,768억원으로 전년 대비 59.5% 커졌다.

지분 매각부터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군살 빼기’에 들어간 CJ ENM

엎친 데 덮친 격으로 CJ ENM은 OTT 서비스 티빙의 부진으로 올 2분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연결기준 2분기 매출액은 1조4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304억원으로 지난 1분기 504억원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모양새다. 특히 TV채널 및 OTT 서비스 티빙이 포함된 미디어플랫폼 부분이 영업손실 299억원을 기록하며 영업 실적 부진에 크게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CJ ENM 관계자는 “OTT 플랫폼 티빙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69.2% 증가하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아일랜드’, ‘방과 후 전쟁활동’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의 상각비 부담과 온라인 광고 매출 부진이 맞물려 미디어 플랫폼 적자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실적 악화가 연이어 계속되자 CJ ENM은 군살 빼기에 들어갔다. 앞서 살펴본 CJ의 피프스시즌 일부 지분 매각도 그 일환이다. 여기에 CJ ENM은 지분 51%를 보유한 디지털 마케팅 회사인 메조미디어 매각을 위해 자문사 선정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 3월 CJ ENM은 앞서 자회사 다다엠앤씨가 보유한 콘텐츠 플랫폼 디플롯을 CJ올리브영에 매각한 데 이어 티빙을 SK스퀘어의 자회사 올리브와 합병하는 사업 재편도 논의하고 있다. 아울러 CJ ENM이 보유한 넷마블 지분(21.78%)도 언제든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이 업계에 깔려있다.

CJ ENM은 대규모 구조조정 카드도 꺼내 들었다. 지난 5월 CJ 측은 자회사 피프스시즌은 임원을 포함한 거의 모든 부서와 조직 중 2%를 해고하는 감축 조치를 펼쳤다. 앞서 살펴봤듯 CJ ENM은 올해 피프스시즌과 25편 이상의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으로 알려졌지만, 본격적인 제작이 들어간 뒤 피프스시즌의 콘텐츠가 흑자 전환으로 영향을 주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적인 인원 감축은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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