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연 3.5%로 동결 “대내외 경제 여건 매우 불투명”

'국제 유가 급등 및 이스라엘 사태' 등 물가 상승압력 당초 예상보다 높아져
물가상승률 목표치에 수렴하는 시기도 늦춰져 당분간 ‘고금리 유지’해야
한편, 향후 잠재성장률에 악영향 미칠 만큼 급증한 가계부채는 위험 요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유튜브 갈무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만 여섯 차례 연속 동결로, 현재 금리 수준으로 인플레이션과 가계부채를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사태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대다수 금통위원은 긴축 강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반면, 일부 위원은 향후 대내외 경제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현재 금리 수준으로 물가와 부채 관리할 수 있어”

한은 금통위는 1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행 기준금리 연 3.5%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차례에서 걸쳐 연 0.5%이던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했으며, 이후 2월부터 8월까지 다섯 차례 연속 동결 결정을 내렸다.

한은는 현재 금리가 물가와 부채 관리가 가능한 제약적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금통위는 “물가 및 성장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의 증가 흐름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통화정책방향 회의 결과는 시장의 예상과도 일치했다. 앞서 시장에선 미국과 2.0%포인트까지 벌어진 금리 격차와 원·달러 환율 상승, 과도한 가계부채 등을 고려하면 제약적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유지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이달 말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국내 통화정책 경로가 설정될 거란 관측도 우세했다.

물가 둔화 예상보다 더뎌, 상당 기간 긴축기조 유지해야

금통위는 국내 물가 및 성장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따르면 국내 물가는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에너지 및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 8월 전망경로를 다소 상회하는 3.7%로 높아졌지만, 9월 중 근원인플레이션율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모두 3.3%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금통위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금년말에는 3%대 초반으로 낮아지고, 내년에도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을 이유로, 금년 및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8월 전망치(3.5% 및 2.4%)를 상회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근원물가 역시 수요압력 약화 등으로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질 것으로 보나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의 파급영향 지속 등으로 금년 및 내년 상승률이 지난 8월 전망치(3.4% 및 2.1%)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차 제기되자 향후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금통위는 “물가 상승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지고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기존에 봤던 것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긴축기조를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은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듯한 발언을 꺼내기도 했다. 그는 3개월 후 금리 수준을 묻는 질문에 “금통위원 6명 중 1명이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고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최근 금통위원 전원이 3개월 후 금리 수준에 대해 “연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매파적 태도를 보여왔던 것과는 정반대 의견이다.

출처=한국은행

‘가계부채 누증 문제’가 긴축적 통화정책 효과 반감

한은은 이날 가계부채 누증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상황을 보면 주택 매매 가격은 가격 상승 기대와 매수 심리가 강화됐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며 “전체 가계대출은 정부의 관리 강화, 일시적 요인 등의 영향으로 증가 규모가 축소됐지만 큰 폭의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는 지속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까지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6월 6조9,000억원, 7월 5조9,000억원, 8월 7조원, 9월 6조1,000억원 등으로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증대되면서 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착륙 방지에 정책 역량을 쏟았던 영향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 정책은 결국 다른 국가보다 선제적이었던 한은의 긴축적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지난 7월 13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일부 위원은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하며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거시건전성 정책뿐만 아니라 준재정정책, 창구지도 등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정책들이 통화정책 기조와 괴리를 보이면서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신뢰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와 관련해 정부와 이견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은이) 계속해서 정부와 상충한다든지 불협화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저희가 계속 (정부) 회의에 참여하면서 통화정책과 마이크로 조정을 다른 방향으로 가져가는 것은 합의가 된 사항이었다”면서 “그렇다 보니까 좀 오버슈팅하는 면도 있고, 그러면 그걸 조정해 가자는 것에 대해서도 합의가 있기 때문에 정부와는 이견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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