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배우 키워서 작품 만든다” 런업컴퍼니, 과포화 ‘K콘텐츠’ 시장에 도전장

런업컴퍼니, 시리즈 B 투자 유치하며 글로벌 진출 발판 마련
자체 아카데미 사업으로 배우 육성·기용, 콘텐츠 개발에 박차
K콘텐츠 열풍이 불러온 '졸작'의 파도, 작품성 없이는 생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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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런업컴퍼니

배우육성·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런업컴퍼니가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케이넷-크릿콘텐츠투자조합과 미시간아시아문화중심도시육성투자조합이 참여했다. 런업컴퍼니는 △매니지먼트 △캐스팅&에이전시 △콘텐츠 제작·유통 등 미디어·콘텐츠 분야 전반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으로, 차후 글로벌 시장 공략 등을 목표로 오리지널 IP(지식재산권) 확보 등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작품 개봉 앞둔 런업컴퍼니, 신규 사업 모델도 준비 중

이번 투자는 기존 투자사인 케이넷-크릿콘텐츠투자조합이 지난 2022년 11월 프리 시리즈 A에 이어 진행한 후속 투자 성격을 띤다. 케이넷-크릿콘텐츠투자조합은 크릿벤처스와 케이넷투자파트너스가 공동운용하는 펀드다. 모태펀드를 비롯해 △컴투스 △위지윅스튜디오 △IBK기업은행 △현대퓨처넷 △서울산업진흥원 △RBW △한화투자증권 △모비데이즈 등이 LP(펀드출자자)로 참여해 조성했다.

런업컴퍼니는 배우 육성, 매니징 및 캐스팅,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산업의 ‘순환 구조’를 구축한 스타트업이다. 2022년 시드 투자와 프리 시리즈 A 투자에 이어 지난 9월 위지윅스튜디오로부터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들은 런업컴퍼니가 최근 싱가포르 자회사와 베트남 합작 법인을 설립한 점을 고려, 차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런업컴퍼니는 현재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오리지널 IP 작품, 리메이크 콘텐츠 등을 준비 중이다. 차후 기존 사업 부문과 시너지를 창출할 새로운 사업 모델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광주지사를 콘텐츠 기획 및 개발 본부로 운영, 광주의 인프라와 네트워크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주광역시, 민간이 출자한 펀드인 미시간아시아문화중심도시육성투자조합의 투자 영향으로 풀이된다.

직접 배우 키워서 쓴다, 콘텐츠 제작 ‘순환 구조’

10년 이상 누적된 직업 배우 육성 역량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캐스팅 에이전시 시스템을 구축한 런업컴퍼니는 자체적으로 배우를 육성 및 공급한다. 이 같은 ‘순환 구조’의 첫 단계에는 런업컴퍼니의 ‘아카데미 사업’이 있다. 런업 아카데미는 △독립, 단편 영화, 자체 플랫폼 콘텐츠 출연 △런업미디어 제작 OTT, 영화, 드라마 출연 등 촬영 커리큘럼을 통해 배우 인재를 적극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수강생 중 일부에게는 런업컴퍼니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런업 아카데미는 월 1회 이상 수강생 대상 내부 오디션을 진행하고, 우수 수강생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살아지다’, ‘충현동 차사회의 섹션 8’ 등의 작품에서는 전 배역에 수강생을 캐스팅하기도 했다. 수강생들이 참여한 자체 숏폼 콘텐츠는 50편 이상에 달한다. 이외로도 회사는 넷플릭스, tvN, MBC 등에서 방영되는 상업 드라마 및 영화에 100명 이상 캐스팅을 진행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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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업아카데미 수강생을 기용한 작품 ‘살아지다’ 캐스팅 소개/사진=런업컴퍼니

현재 런업컴퍼니는 각종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단편 ‘메소드연기’를 각색한 영화, 한경신춘문예 당선 소설 ‘GV빌런 고태경’, 카카오웹툰 ‘배우형사 한무율’을 각색한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제작 중이다. 지난 9월에는 런업컴퍼니 싱가포르 법인(WYSUP PTE. LTD.)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콘텐츠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K콘텐츠’라고 무작정 성공하지는 않는다

런업컴퍼니는 현재 베트남,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제작, 방송, 배급, 유통사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2024년 1월에는 베트남 법인 설립이 예정돼 있다. 아시아 시장 전반을 휩쓴 ‘K콘텐츠’ 열풍에 편승,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K드라마는 OTT를 중심으로 빠르게 이름을 알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은 공개 직후 미국을 포함한 94개국에서 1위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대흥행 드라마다. 공개 이후 4주간 전 세계 약 1억4,200만 가구가 시청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 역시 공개 3일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부문 1위를 차지하며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문제는 K콘텐츠의 인기가 치솟으며 경쟁력이 부족한 ‘졸작’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제16회 아시안 TV드라마 컨퍼런스(ATDC)에 참석한 박해영 작가(드라마 ‘나의 아저씨’ 각본가)는 “최근 다 찍고도 내보내지 못하는 영상이 연간 20~30편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일단 제작은 했지만, 도저히 흥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된 작품들이 대거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K콘텐츠와 OTT가 ‘만능열쇠’는 아니라는 점이 여실히 입증되는 대목이다.

런업컴퍼니가 노리는 아시아권은 K콘텐츠가 특히 인기를 누리는 지역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펴낸 ‘2023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2022년 기준)’에 따르면, 현재 K콘텐츠 수출은 중국·대만·홍콩 등 주로 아시아 시장에 편중돼 있다. 아시아는 충분한 작품성을 갖춘 K콘텐츠라면 언제든 승부를 걸 수 있는 ‘열린 시장’이라는 의미다. 시장이 과열되며 ‘흥행 자격 미달’ 작품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린업컴퍼니의 차후 승성장 관건은 ‘작품성’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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