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무기화’에 속도 내는 中, 각국 “중국 의존도 낮춰라” 비상

'중국 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에 희토류 가공 기술 포함
'시장 독점' 중국 견제하는 주요국, 자체 공급망 확보에 총력
위험천만한 자원 무기화, 이대로 가다간 '제2의 요소수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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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인 중국이 전략 물자인 희토류의 가공 기술 수출을 금지했다.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는 21일 저녁 ‘중국 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에 희토류의 채굴, 선광, 제련 등 기술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미국 등 적대 관계를 유지하는 서방국이 희토류 가공 사업에 시동을 거는 가운데, 본격적인 자국 기술 보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희토류를 앞세운 중국의 자원 무기화가 점차 심화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좀처럼 견제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美에 못 준다” 희토류 가공 기술 수출 막은 中

중국 정부는 자국의 첨단 기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2020년부터 ‘중국 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 게르마늄 관련 품목의 수출을, 10월에는 흑연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에 수출 금지 목록에 이름을 올린 희토류는 스마트폰, 미사일, 전기차 등 최첨단 제품 제조에 필수적으로 투입되는 17개의 희소성 광물이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를 차지하며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제련 규모 기준으로 보면 점유율은 90%까지 올라간다. 이번 조치를 통해 중국이 제한한 것은 희토류의 추출과 분리 기술 수출이다. 희토류 금속·합금 재료의 생산 기술, 일부 희토류 자석 제조 기술의 수출도 금지됐다. 미국 등이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희토류 가공 사업에 손을 대자, 국가 안전 보장 명목으로 ‘보호 조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다만 외신은 실제 중국이 희토류 가공 기술을 어느 정도 수출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짚었다. 실제 에스토니아에서 희토류 선광을 담당하는 네오 퍼포먼스 머티리얼즈의 콘스탄틴 카라얀노풀로스 전 CEO는 “이번 발표는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이미 비공식적으로 희토류 가공 기술의 수출을 제한해 왔다는 지적이다. 한편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술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 자동차, 항공우주, 방위 등 분야의 100개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관련 정보를 수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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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M메탈스의 희토류 가공 공장/사진=KSM메탈스

中 희토류 독점 견제하는 각국, 우리나라도 본격 참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자체적인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국가가 별도 공급망 구축에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희토류 광산 개발로 중국산 비율을 10년 전 90%에서 지난해 70%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자국산 희토류를 대부분 중국에 보내 정련한 뒤 재수입해 사용하는 처지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에서도 희토류 가공 기술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국내 기업인 KSM메탈스는 대표적인 희토류인 영구자석 원료 네오디뮴(Nd)을 친환경적으로 제련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호주의 희소금속 채광 및 가공업체 ASM은 KSM메탈스가 보유한 제련 기술에 일찌감치 ‘눈독’을 들였다. 모기업을 자처하며 희토류 분야 자체 공급망 형성을 위한 ‘마지막 열쇠’로 KSM메탈스를 채택한 것이다.

호주 ASM은 대규모 광산의 친환경 채광을 통해 자원을 확보할 역량을 갖춘 기업이다. ASM의 원자재 공급 능력과 한국의 첨단 기술이 만나 희토류와 희소금속을 한국에서 생산할 기틀이 마련된 셈이다. 지난해 11월 ASM은 충청북도 오창읍에 KSM메탈스의 희토류 가공 공장을 준공한 바 있다. 해당 공장에서 고유의 특허 기술인 에너지 효율적인 금속화 공정을 활용, 고객 사양에 적합한 중요한 금속과 합금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中 견제 실패하면 ‘요소수 대란’ 악몽 되살아난다?

세계 각국이 자체적인 희토류 가공에 힘을 쏟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정부가 희토류 관련 무기화 전략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희토류에 대한 관리 및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자국 내 희토류 기업의 대규모 합병을 단행, 공급 지배력을 더욱 확고히 한 바 있다. 전략 물자와 첨단 기술의 수출 관리를 강화하는 수출관리법을 시행해 본격적인 자원 무기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희토류 수요는 첨단 사업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중국의 시장 독점 체계는 좀처럼 무너지지 않고 있다. 희토류 추출 과정에서 독성 폐수, 방사능 오염수 등 무시할 수 없는 환경오염 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희토류 생산을 기피하는 이유기도 하다. 중국은 이 같은 환경오염을 감수하며 전략적으로 생산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이 첨단 사업 시장 전반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독점 공급 권리를 바탕으로 자원을 무기화할 경우, 세계 주요국 대부분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핵심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21년 ‘요소수 대란’과 같은 심각한 공급망 장애에 언제든지 부딪힐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수출 규제와 각국의 자체 공급망 확보 노력이 치열하게 충돌하는 가운데, 업계는 차후 시장 판도 변화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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