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 투자 현상 급등, 개미 투자자들 작전 세력의 ‘사냥감’ 될까 우려

‘테마주’ 열풍에 롤러코스터 타는 개미 투자자들 과거 CFD 사례처럼 작전 세력에 휘말리는 일 없어야 제대로 된 투자 철학 확립이 우선돼야 하는 시점

최근 테마주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테마주의 급등락도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테마주에 투자하는 대부분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닌 만큼, 이같은 현상으로 인해 지난 4월 발생한 차익결제거래(CFD) 무더기 폭락 사태처럼 테마주에 투자한 일반 개미들이 작전 세력들에 휘말려 피를 볼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는 분위기다.

사진=techcrunch

테마주 주가 초단타 매매 급증, 투자자 손실 위험성도 덩달아 커져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초전도체·맥신 등 테마주 관련 단타 거래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전도체 관련주 신성델타테크의 회전율은 814.46%로 지난달(98.46%)보다 9배가량 높아졌다. 동기간 또 다른 초전도체 관련주인 모비스의 회전률은 1,400%를 넘는다. 전달(29.27%)보다 약 50배나 높아진 수치다. 회전율은 일정 기간 동안 거래량을 상장 주식 수를 나눈 값으로 해당 수치가 높을수록 손바뀜이 자주 발생했단 의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상반기 이차전지에서 시작된 테마주 열풍이 초전도체 및 맥신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수익 기회를 놓칠 까 두렵다”는 이른바 ‘포모(Fear of Missing Out, FOMO) 증후군’까지 맞물리면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키웠다는 평이다.

업계에선 이같은 테마주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최근 미국 장기채 금리 급증세, 중국의 부동산발(發) 경기 침체 등 대외적 변수에 코스피 지수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석적인 가치 투자 대신 테마주 투자를 통해 단기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한 투자 심리가 현재 시장에 만연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대외적 불확실성으로 주식 시장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지배적인 데다 높은 금리로 인해 요구 수익률이 높아져 테마주 투자를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테마주의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지난달 22일 국내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LK-99’ 관련 논문이 학계에 공개되면서 초전도체 테마주를 중심으로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으나 해당 물질의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학계의 논쟁이 끊이지 않는 데다, 테마주의 절대다수가 LK-99와 관련이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하한가로 곤두박질치는 등 급등락을 수차례 반복한 바 있다.

테마주에 투자하는 ‘묻지마’ 개미 투자자들

투자자들 사이에서 테마주 열풍이 불면, 기존 주식 시장 대비 주가 변동성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 테마주에 투자하는 시장 참여자들 대부분이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욕심에 신용융자를 활용하고, 주가에 거품이 빠지면서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반대매매가 발생하면서 주가가 하한가까지 곤두박질치기 때문이다. 신용융자란 시장 참여자가 투자 자금 일부를 증권회사로부터 대출받아 주식을 매입하는 일종의 레버리지 투자 방법이다. 즉 이같은 신용거래 후 주식 평가액이 일정 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증권회사가 강제로 고객의 주식을 처분해 하한가까지 주가를 끌어내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같은 테마주의 특성을 악용해 작전 세력들이 일반 개미 투자자들을 암암리에 착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봤듯 신용융자는 자기 자본을 100% 활용하지 않고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신물질 발견 소식 등이 나오게 되면 이를 빌미로 작전 세력들이 관련 테마주 주식을 끌어올려 일차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미끼를 던지고, 여기에 혹한 일반 개미 투자자들이 레버리지를 끌어와 대규모 뭉칫돈을 투입해 주가를 상한선까지 치솟게 한 다음, 작전 세력들이 테마주를 처분해 시세 차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폭락 사태로 하한가 횟수가 무려 29번으로 집중됐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을 취할 수 있는 파생상품으로, 신용융자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다. 당시 작전 세력들은 8개 종목(다우데이타·삼천리·하림지주·대성홀딩스·세방·선광·다올투자증권·서울가스)을 대상으로 CFD의 레버리지를 활용해 주가를 최대 1,700% 상승시키면서 일반 개미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이후 시세 차익을 챙기기 위해 세력들이 ‘손을 털고’ 나오면서 주가는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결국 주식 평가액보다 추락하면서 CFD로 빚을 내 투자했던 일반 개미들도 증권사에 의해 강제 청산돼 무더기 폭락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워런 버핏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사진= 팀 쿡 X

‘묻지마 투자’가 아닌 ‘주식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투자하는 역량 먼저 길러야

이같은 작전 세력의 ‘사냥감’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주식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투자하는 역량이 길러져야 한다. 이에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제대로 된 내재가치(Intrinsic Value) 평가를 통해 지불하는 가격보다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해 내는 기업에 투자할 것을 조언한다.

대표적인 금융 상품인 주식 및 채권의 내재가치는 자산의 남은 수명 동안 기대되는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 합으로 정의된다. 이때 버핏이 말하는 ‘제대로 된’ 내재가치 평가란 영속 기간동안 기업이 창출해 낼 수 있는 미래 현금흐름을 기업에 대한 정량적·정성적 분석을 통해 정확히 파악하고, 나아가 적절한 할인율을 추정해 미래 현금흐름을 자산의 현재가치로 되돌리는 작업을 의미한다. 이렇게 계산된 적정가치가 현재 주식의 시장 가치보다 비싸거나, 또는 비싸질 것으로 예상돼 투자를 통해 안전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면, 투자자는 반드시 수익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게 버핏의 설명이다.

해당 관점에서 버핏이 투자했던 대표적인 사례로는 986년 오마하 북쪽에 있는 농장 투자 건을 들 수 있다. 당시 부동산 거품 붕괴로 파산 위험에 직면한 은행이 헐값에 농장을 매각하자 이를 매입한 버핏은 해당 농장에서 미래 수확할 옥수수와 콩의 산출량, 그리고 운영 경비에 대한 미래 현금흐름을 추산해 연간 10%에 가까운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측했다. 물론 때때로 가뭄 등의 흉년이 찾아오는 등 불확실성 또한 존재했으나, 농장이 장기적으로 창출해 내는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가치는 매입 가격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에 버핏은 농장을 계속 보유했고, 그 결과 28년이 지난 2013년에 매입 가격의 다섯 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물론 미래 현금흐름과 이자율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불확실성이 가득 찬 세상에서 이익이 날 투자와 확실하게 손실이 날 투자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부단한 리서치와 공부를 통해 수익을 낼 확률이 높은 투자와 수익을 내지 못할 확률이 낮은 투자를 구분해 여타 투자자들보다 확률적 우위를 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시장의 ‘광기’에 휩싸여 잘못된 투자 방식에 편승하기보다는 회계와 거시 경제 공부를 통해 시장에 대한 이해를 쌓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투자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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