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 대출 금리 또다시 오름세, 다만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

은행권 시중 금리 일제히 ↑, 인터넷은행도 연 4%로 규제 당국 압박 및 美 장기국채 상승이 원인으로 꼽혀 美 경기 연착륙 예측되는 만큼 국내 대출 금리 오름세도 한풀 꺾일 듯

은행권 가계 대출 금리가 다시금 오름세로 접어들었다. 연 3%대로 은행권 최저 금리 수준을 자랑하던 인터넷은행 금리도 이젠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 장기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국내 시장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은 데다 금융 당국이 부채 축소를 위해 은행권 대출 상품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넣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그간 견조했던 미국의 고용 시장이 올 7월 들어 냉각되자, 시장에선 미 연준(Fed)이 올 하반기 기준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의 기준 금리가 동결되면 우리나라 시장 금리는 최소한 미국채 금리 인상에 의한 상승 압력을 받지 않게 된다.

오름세 보이는 국내 대출 금리

낮은 금리 수준으로 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아왔던 인터넷은행의 대출 금리가 최근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지난 7월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4.16%로, 전달(4.02%) 대비 0.14%포인트 상승했다. 케이뱅크의 주담대 평균 금리도 연 4.17%로 전달(4.14%) 대비 0.03%포인트 올랐다. 지난 4~6월 ‘연 3%대 은행권 최저금리’를 내세웠던 인터넷은행들의 주담대 금리가 연 4%대로 전환된 셈이다. 동일선상에서 금리 구간별 주담대 취급액 비중도 카카오뱅크의 경우 7월 기준 연 4.0~4.5% 미만 구간 비중이 80.2%로 전달(54%) 대비 26.2%포인트 커졌다.

한편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7월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4.28~4.65%로 집계됐다. 지난 6월처럼 4% 중후반대에 머물러 있지만 업계에선 연 5% 진입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4대 시중은행들이 공시한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83~5.97%,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21~6.1%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연 4.5~5% 미만 구간이 61%로 전체 금리 구간별 주담대 대출 금액에서 가장 비중을 차지했고, 연 5~5.5% 미만 구간도 25.8%에 이르렀다. 이날 한국주택금융공사도 9월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우대형은 0.20%포인트, 일반형은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대형 금리는 연 4.25~4.55%로, 일반형 금리는 4.65~4.95%로 올라가게 된다. 올 1월 말 특례보금자리론이 나온 이후 우대형 금리가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된 50년 주담대에 대한 금융당국의 손질을 시작으로 은행권의 대출 축소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금융당국은 디레버리징(부채축소) 정책의 일환으로 5대 은행에 대한 가계대출 취급 실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관계자 A씨는 “현재 가계대출 관련 당국의 가이드라인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조정 등 여러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며 “이같은 금융 당국의 규제로 대출 한도가 기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장기채 금리 상승이 국내 대출 금리 상승의 주원인

지난 몇 달간 하향 안정화 추세였던 대출 금리가 7월 들어 이같은 오름세를 보이는 건, 최근 미국 장기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국내 시장 금리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에 대한 수익률이 오르면 이에 매력을 느낀 국내 투자자를 비롯한 인바운드 투자자들이 미국으로 눈을 돌리게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발력으로 국내 시중 금리도 올라가게 된다.

실제 지난 22일 기준 미국채 30년물 수익률은 4.4033%로 연초(3.39697%) 대비 0.433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18일(현지 시간)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진들의 “긴축 통화 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는 매파적인 논조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미국채 금리 상승 압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기준 금리 인상은 모든 자산의 수익률을 올리게 되고, 이는 기준 금리와 연동되는 ‘무위험 이자율’과 ‘부도 스프레드’로 구성되는 국채 금리도 마찬가지로 끌어올리게 된다.

또한 지난 1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한 데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미 정부가 공격적으로 국채 발행량을 올리겠다는 발표가 세간에 공개된 사실도 미국채 금리 상승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31조3,810억 달러(약 4경2,000조원)의 재정적자에 부담을 느낀 미 재무부는 최근 장기채 발행 규모를 960억 달러(약 126조원)에서 1,030억 달러(약 135조원)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 6월 부채한도 상향을 합의하면서 디폴트 우려를 완전히 해소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들로 인해 미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이 나빠지면, 미국채에 대한 수요 및 가격은 줄고, 그만큼 미국채 금리는 상승하게 된다. 액면가와 이표율로 구성되는 채권의 미래 현금흐름은 항상 동일하기 때문에, 채권 가격 및 수요 하락에 따라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에 해당하는 채권의 금리는 올라가게 되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사진=Fed

미 연준의 올 하반기 기준 금리 동결 유력한 만큼 국내 대출 금리 상승 압력도 일부 해소될 듯

다만 최근 시장에선 미국이 금리 인상 사이클을 종료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만큼, 국내 대출 금리가 더 이상 미국채 금리로 인한 상승 압력을 받진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 연준의 통화 긴축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그간 이상 과열 상태가 지속됐던 미국 고용시장에 점차 냉각 기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9일(현지 시간)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구인 건수는 지난달 882만7,000건으로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평균 구인 건수(700만 건대)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3월 1,202만,7000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하락해 마침내 800만 건대까지 하락한 모양새다. 이중 특히 고용시장 과열을 이끌었던 서비스 부문에서 감소세가 눈에 띄게 나타나면서 고용 열기가 꺾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미국 민간경제연구소 콘퍼런스보드(CB)가 발표한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06.1로 시장 예상(116)은 물론 전월(117)보다 훨씬 하락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바라보는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욱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셈이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이날 무려 0.12%포인트 급락한 4.89%를 기록했다. 장기 금리의 기준이자 모든 자산의 벤치마크가 되는 10년 만기 국채금리 역시 0.08%포인트 떨어진 4.13%로 하락했다.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를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구인이직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올해 남아 있는 세 번의 FOMC에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종전 ‘1회(0.25%포인트) 인상, 2회 동결’에서 ‘3회 연속 동결’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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