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호였던 상가가 74호로? 입주권 노린 ‘상가 쪼개기’ 금지로 재건축 속도 높인다

도시정비법 개정안 국토위 전체회의 통과 
분할상가는 입주권 부여 대상에서 제외
권리산정 기준일 앞당겨 실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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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아파트 입주권을 확보할 목적으로 재건축 단지의 상가 지분을 분할하는 이른바 ‘상가 쪼개기’가 금지된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 상가 지분 분할을 금지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다. 그간 무분별한 상가 쪼개기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은 바 있는 재건축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 통과 소식에 크게 반색하고 있다.

‘주민 공람·공고일’로 3개월 이상 앞당긴 권리산정 기준일

이번 도시정비법 개정안은 권리산정 기준일 적용 대상에 집합건물 ‘전유부분의 분할’로 토지 등 소유자 수가 증가하는 경우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유부분은 건물의 구분 소유자가 사용수익권을 전용해 행사하는 부분으로서 구분소유권의 목적이 되는 건물 부분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주택과 상가를 꼽을 수 있다. 개정안에 따라 권리산정 기준일 이후 상가를 분할한 소유주는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 대신 현금 보상을 받게 된다. 권리산정 기준일은 재건축 및 재개발 시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의 여부를 가리는 기준으로, 정비구역 지정 고시일 또는 관할 시·도지사가 정한 날짜를 의미한다.

권리산정 기준일 지정 시점은 기존 ‘기본계획 수립 후’에서 ‘주민 공람·공고일’로 앞당긴다. 재건축 사업 추진 계획이 공식 발표된 직후 기본계획 수립까지에 걸리는 3개월 안팎의 기간에 상가를 분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권리산정 기준일 전 미리 상가를 쪼개 규제를 피해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시·도지사의 행위 제한 대상에 ‘상가 지분 분할’ 조항을 추가한다. 해당 조항에 따라 행위 제한이 고시되는 지역에서는 지분 분할 전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시도지사가 공사 수주 관련 비리를 저지른 건설업체의 입찰을 제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이번 개정안에 포함됐다. 현행법에서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 건설업체가 금품을 제공하는 등 비리가 적발되면 시공권을 취소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하고 향후 2년간 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당 법 조항에도 수주 비리가 지속해서 일어나자, 시·도지사의 입찰 제한을 ‘권고’에서 ‘의무’로 바꿔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재건축 사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고 공사 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상가 쪼개기는 재건축을 지연시키고, 조합원들 사이의 분쟁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었다”고 지적하며 “이번 개정안이 재건축 사업의 정상화를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분만 겨우 확보한 상가 소유권으로 ‘재건축 대박’ 노리기도

상가 쪼개기는 그간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원칙적으로 상가 소유자는 재건축 후 상가 분양권만 받을 수 있지만, 일정 비율 이상의 조합원 동의를 얻어 이를 정관에 명시하면 아파트 입주권으로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도시정비법은 주택 및 토지의 지분 쪼개기만 금지했을 뿐, 상가 분할 및 지분 분할에는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재건축 사업성이 높은 서울 강남과 목동 등지의 아파트는 향후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을 확보하려는 상가 쪼개기 세력의 표적이 되곤 한다. 2020년 41개였던 상가가 지난 9월 118개로 증가하며 조합원 수가 약 2.9배 늘어난 서울 송파구 올림픽훼밀리타운이 대표적 예다. 이 외에도 강남구 개포우성3차아파트는 13호에서 74호로, 개포현대1차아파트는 21호에서 49호로 증가했다.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재건축 초기 단계에 있는 전국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지분 쪼개기는 2020년 12건에서 2021년에는 34건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77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1월부터 9월까지 50건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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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공이 많으면 재건축도 산으로 간다? 조합 정관 정하는 데도 난항

상가 지분 쪼개기로 가장 큰 몸살을 앓은 아파트로는 서울 강남구 소재의 은마아파트를 꼽을 수 있다. 1999년부터 20년이 넘게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한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주택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및 경관 심의안을 수정 가결한 데 이어 올해 2월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 지정을 고시하며 사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상가 소유자의 향후 분양권 획득 여부를 가리는 ‘상가산정비율’ 책정을 두고 상가 소유자들과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오랜 시간 갈등을 빚었다. 대부분 재건축 조합에서는 새로운 상가의 분양 가격에서 기존 상가의 권리가액을 제외하고 남는 금액이 새 아파트의 최소분양가에서 상가산정비율 곱한 값보다 클 경우 1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해당 비율 산정과 관련해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은마아파트는 상가 소유자가 410명에 달하는 만큼 의견 조율이 유독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은마아파트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와 상가 소유자들은 세 차례에 걸친 대화 끝에 상가산정비율을 0.1%로 정했다. 강남구청이 지난 3월 최소 분양 면적이 59㎡인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일반분양가를 3.3㎡당 7,100만원으로 책정한 만큼 종전 권리가액이 1억8,000만원 이상인 상가의 소유자들은 모두 아파트 입주권 분양신청이 가능해졌다. 조합 창립총회와 조합장 선출 등 각종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조합 설립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상가 측과의 합의가 결론을 도출한 만큼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에는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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