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도 제조업 기피”, 인력난 심화하는데 정부는 ‘눈 가리고 아웅’

악화한 인력 상황, 제조업 기피 현상 '전 세대화'
줄어드는 40대, 부러지기 시작한 '경제 허리'
"저임금·고위험 노동환경 개선해야, 외국 인력 만으론 안 돼"
공장
사진=Adobe Stock

노동 현장에서 인력이 사라져 가고 있다. 대다수 광역시조차 인력 사정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비해 악화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제조업 현장직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진 데다 인구 구조 변화로 주력 생산층이던 40대 연령층이 줄어들며 구직에까지 영향을 미친 탓이다.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인력 수급 등 대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지만, 정작 제조업 근무 여건 개선, 핵심 기술의 세대 연결성 제고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노동 인력 사라지는 현장, 생산 차질 가시화

26일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역 노동시장 수급 상황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고용행정통계를 활용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분기와 올해 3분기 전국 16개 광역시도 일손 상황을 측정한 것이다. 그 결과 광주를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노동 공급에 비해 노동 수요가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에 비해 일손이 부족해졌다는 의미다. 한은은 노동시장 수급을 측정하기 위해 구직 대비 구인배율을 활용했다. 이 지수가 높아질 수록 일손 부족 상황이 심해졌다는 뜻인데, 최근 4년간 서울(0.31->0.33), 울산(0.45->0.62), 인천(0.49->0.62)을 비롯한 대부분 지역에서 지수가 올라갔다. 특히 전남, 충남, 충북 지역은 구직 대비 구인배율이 1을 넘어 일손 부족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송상윤 한은 제주본부 기획금융팀 과장은 “한국은 지역 간 거리가 멀지 않음지만 노동시장 수급 상황이 지역에 따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30대 이하 젊은 연령층 뿐 아니라 40대도 제조 현장직을 기피하면서 제조 현장직에 취업하려는 구직자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일손 부족 현상의 원인을 설명했다. 올해 ‘경제 허리’인 40대가 청년층 다음으로 가장 크게 줄어든 것도 일손 부족의 한 원인으로 평가된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40대 인구는 790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만9,000명 줄어 4년 3개월 만에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올 들어 11월까지 40대 인구는 전년 동기 대비 12만 명 줄어 15~29세 청년층(17만8,000명) 다음으로 가장 많이 줄었다.

이날 한은이 전국 570개 업체를 대상으로 팬데믹 전후 인력 상황에 대한 설문조사에 나선 결과 기업 15.3%는 “올해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인력 부족 상황을 호소한 기업이 12.0%에 그쳤던데 비해 더 늘어난 것이다. 한은은 “제조 현장직의 경우 근무 환경이 여타 직종에 비해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제조 현장에서 근무하는 20~40대 평균 근속연수가 긴 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중에서도 숙련도가 높지 않고 반복 업무 성격이 강한 단순직은 정책적으로 자동화를 장려해 인력 부족이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외국인-노동자
공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사진=보은산업

‘외국 인력 수급’이 해답?, 정부의 ‘밑 빠진 독 물 붓기’

인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지역 맞춤형 빈 일자리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구인난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쏟아진다. 인력 수급 부족 문제의 핵심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엔 지원 규모가 지극히 적은 탓이다. 정부는 관련 사업에 65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나, 인력 수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고용부 관계자는 “빈 일자리의 문제의 핵심이 노동시장 이중구조인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대책은 현장 중심으로 진행하고, 이중구조 문제는 노동 개혁을 통해 해소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내부적으론 외국 인력 도입 확대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미 역대 최대 수준인 외국 인력을 내년에도 확대할 방침을 세워둔 상태다. ‘지역특화비자’ 쿼터 확대도 검토하고, 인력부족 지역에 우선 배정하는 등 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단순한 외국 인력 확대는 낮은 임금과 위험한 작업환경 등 제조업 기피 현상에 대한 근본 대책을 외면한 대증요법이란 비판이 쏟아진다. 일각에선 외국 인력이 들어오면 오히려 저임금·고위험 노동환경이 고착화할 우려가 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저임금·고위험 노동환경이 유지되는 한 도입한 외국 인력이 불법적으로 이탈할 우려도 있다”며 “근본 대책 병행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 인력 확대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미 제조업 현장직 기피 현상은 전 세대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한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40 모든 세대에서 제조업 현장직 기피 현상이 크게 늘었다. 2019년 3분기 대비 올해 3분기 제조 현장직 노동 긴장도가 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눈 가리고 아웅’ 수준을 넘어 보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강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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