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커머스 플랫폼으로 변신 중인 주요 홈쇼핑 4사

고객들의 TV홈쇼핑 의존도 하락으로 생존 위기 직면 모바일과의 융합, 엔터테인먼트 강화로 위기 돌파할까 홈쇼핑 업계의 송출수수료 비용 부담 해결도 급선무

 

TV홈쇼핑, 모바일 라이브, 유튜브 다양한 채널을 유기적으로 통합한 원플랫폼 /출처=CJ온스타일

빠르게 저물어 가는 홈쇼핑의 자리를 인스타그램 쇼핑과 틱톡 등 SNS 숏폼 채널이 대체하고 있다. 온라인 구매 채널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기업체들은 마케팅 전략 수립 시 유통 채널을 홈쇼핑에 주력하는 대신, 최신 트렌드에 맞춰 유통 채널을 다각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사양산업으로 전락하고 있는 TV홈쇼핑

홈쇼핑 업계의 이른바 ‘빅4’로 불리는 GS샵, CJ온스타일,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모두 올해 2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자 구매 욕구 하락을 홈쇼핑 매출 부진의 원인으로 돌리기엔 전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오히려 성장하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0.3% 증가한 209조8,913억원이다.

방송법 위반으로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새벽(오전 2~8시) 송출이 중단됨에 따라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2% 급감한 롯데홈쇼핑을 제외하면, 홈쇼핑 매출액 감소의 주원인은 쇼핑 채널의 증가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12.5% 하락한 GS샵도 원인을 TV 시청 인구 감소 및 온라인 경쟁 심화라고 밝힌 바 있다.

갈수록 증가하는 송출료로 인해 운영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도 홈쇼핑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올해 2분기 매출액 2,648억원을 기록한 현대홈쇼핑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2.3% 떨어졌다. 경쟁사인 GS샵이나 롯데홈쇼핑에 비하면 선방한 편이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0.3%나 추락했다. 과도한 비용 지출이 원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유료방송업체가 홈쇼핑사에 부과하는 매출액 대비 송출 수수료 비율은 2019년 49.6%, 2020년 53.1%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58.9%까지 늘었다.

난관 돌파 위해 고군분투

이런 가운데 CJ온스타일만이 가장 낮은 폭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해 눈길을 끈다. CJ온스타일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3,4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줄었고, 영업이익도 187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7% 감소하는 데 그쳤다. CJ온스타일이 홈쇼핑 업계의 부진에도 타격이 비교적 덜했던 이유는 기존의 홈쇼핑 사업을 차별화한 ‘원플랫폼’ 전략이 소비자에게 먹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플랫폼은 TV홈쇼핑, T커머스, 모바일 라이브 등 CJ온스타일의 자체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브랜드별 맞춤형 판매 채널을 고객사별로 프로모션하는 방식이다. 최근 들어 패션, 유·아동,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 중심으로 모바일커머스를 확장하며 소비자들의 니즈에 발 빠르게 부합하고 있다.

현재 홈쇼핑 업계는 생존을 위해 TV 매체에만 머무르지 않고 모바일과의 융합을 통해 난관을 돌파하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TV보다 모바일을 더 선호하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췄다. 지난 3월 24일 GS샵은 TV홈쇼핑 채널과 모바일 라이브커머스를 연결한 파일럿 프로그램 ‘크로스 라이브’를 선보였다. TV를 주로 보는 중장년층과 모바일 방송을 즐겨 보는 젊은층 모두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의 반응이 좋자 3차례 추가 방송을 진행했는데, 총 방송 4회의 평균 매출액이 목표치보다 무려 70% 증가했다.

다른 홈쇼핑 기업들도 기존 커머스에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하거나,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변신을 모색하는 중이다. 구매 과정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비자층인 펀슈머(funsumer)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롯데홈쇼핑은 벨리곰이나 패션 인플루언서를 표방하는 가상 인간 루시 등의 자체 지적재산권(IP)을 내세웠고, 현대홈쇼핑은 ‘구해왔쇼라’, ‘쟁여두쇼라’와 같은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을 조달하며, 남과 다른 개성을 표현하기를 원하는 MZ세대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캐릭터 벨리곰/사진=롯데홈쇼핑

홈쇼핑 채널, 인플루언서들의 무대로 탈바꿈하나

주요 홈쇼핑 4사의 이같은 변화 모색에도 불구하고, TV는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매체로 전락하고 있다. OTT가 일상에 도입된 후 시청자들은 다양한 볼거리를 원할 때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하는 중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약 1,245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TV 이용시간(유료 방송 포함)도 하루 평균 2시간 36분으로 2년 연속 감소 중이다. 30대 이하 고객들은 갈수록 홈쇼핑에서 이탈하고 있다. 2012년 홈쇼핑을 이용하는 30대 이하 고객의 비율이 약 30%였다면, 10년 뒤 2022년 30대 이하 고객은 겨우 13%에 불과하다.

홈쇼핑 업계는 이같은 TV 영향력 축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젊은 층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컨텐츠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 가상현실(VR)이나 XR(확장현실)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가 하면, 틱톡샵이나 인스타그램 쇼핑 등의 소셜커머스에서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를 홈쇼핑 채널에 전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다.롯데홈쇼핑의 경우 올해 3월부터 뉴커머스 ‘셀럽 라운지’에서 인플루언서가 소개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CJ온스타일은 인플루언서들의 자체 채널과 CJ 홈쇼핑을 연동한 ‘픽더셀’ 서비스를 전개했는데, 올해 픽더셀의 상반기 주문 금액이 전년 동기보다 무려 338%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쇼핑 업계가 콘텐츠를 강화하는 등 실적 부진을 만회하려는 시도를 펼치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TV홈쇼핑의 부진 원인은 콘텐츠보다 근본적으로 TV 매체 문제라는 점을 꼬집었다. 또한 송출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고비용 부담 문제도 홈쇼핑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콘텐츠 개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과제가 홈쇼핑 업계에 잔존하는 한, 단기간 내 반등할 요소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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