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기준 금리 동결 기조 이어질 듯, 전문가들 “금리 인하 어려우니 자유무역으로 경기 침체 극복?”

9월 FOMC 개최, 시장선 ‘기준 금리 인상 동결’ 전망 지배적 중동의 석유 감산으로 유가 급등, 올해 내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 못해 금리 인하 못 하니 자유무역으로 경기 부양해야 한다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미국·영국·EU 중앙은행들의 9월 기준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다만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의 감산 조치로 유가와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만큼, 올해 안에 기준 금리 인하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기준 금리 인하 등의 통화 정책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를 해결하긴 사실상 어려워지자, 일각에선 경기 부양책을 무역 정책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중 갈등으로 대표되는 보호무역주의를 해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과 EU를 포함한 선진국들이 과거 중국의 세계화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정치적 피해를 봤던 선례가 있던 만큼, 자유무역체제로 이행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배적이다.

9월 FOMC 이후 기준 금리 동결 가능성에 대한 시장 전망이 99%로 나타났다(20일 오전 기준)/출처=CME 페드워치

미국·영국·유럽의 통화 긴축 정책 막바지라는 전문가 분석 속속 등장

미 연준(Fed)이 19일과 20일 진행되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통화 정책을 결정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선 9월 금리 동결을 확신하고 있다. 기준 금리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를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20일 기준 9월 FOMC에서 기준 금리가 기존 5.5%로 동결될 가능성이 99%로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이 실시한 경제학자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0%가 올해 내 최소 한 번의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 인사들은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레토릭을 던지고 있으나, 28명의 경제학자는 2024년 1분기에 금리 인하를, 33명은 내년 2분기 금리 인하를 전망한다고 답했다. 즉 미 연준이 추가 인상을 시사하는 것은 곧이곧대로 추가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것이 아닌, 금리인하 기대감을 꺾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한편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이달 마지막으로 기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업계에선 높게 점쳐지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6.8%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경제 압박 징후와 경기 침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물가상승률이 연말까지 5%를 기록하고, 내년 말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2025년 초에는 2%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퀼터 인베스터스의 마커스 브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영국의 7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화됐음을 시사하며 영란은행이 반드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한 프랑스 은행그룹 BNP파리바의 애널리스트들은 임금 및 물가가 여전히 오르고 있으나 경제 둔화 지표가 속속 나오고 있어 이달 마지막 비둘기파적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4일 기준 금리를 0.25% 포인트 끌어올린 바 있다. 당일 ECB는 “고금리 기조가 충분히 유지된다면 물가상승률을 정상 목표치로 되돌리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에 독일 베렌베르크의 홀거 슈미딩을 비롯한 경제학자들은 ECB의 금리 인상 발표 후 “앞으로의 논의는 현재 금리 수준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것인가로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은 유럽이 향후 12개월 동안 4% 수준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가 급등으로 올해 안 금리 인하 기대하긴 어려울 듯

다만 올해 안에 글로벌 기준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에 대해선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이 고개를 젓고 있다. 최근 유가가 치솟으면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사우디 등 산유국의 원유 감산 연장으로 현재 국제유가는 급등하고 있다. 유럽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1월물 브렌트유는 지난 4일 배럴당 90.04달러(약 119,570원)로 올라선 뒤 여전히 9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또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물 WTI(미국 서부텍사스유) 또한 지난 14일 배럴당 90.16달러(약 119,763원)의 높은 가격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는 만큼 금리 인하가 아닌, 금리 동결로 올해 미 연준의 통화 정책의 방향이 수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어서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물가의 하락세가 둔화된 데다, 미국 신용카드 연체율이 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고 미국 경제를 이끄는 가계 소비 여력이 고금리로 인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온라인 대출 플랫폼 렌딩트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미국 신용카드 대출 규모는 사상 최초 1조 달러(약 1,333조원)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신용카드 대출 금리도 8월 첫째 주 기준 연 20.53%로 1991년 7월 기록된 종전 최고치 19%를 갈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다시 말해 미 연준이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을 단행하게 될 경우 높은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서민들이 급증하면서 가계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에서 미 연준이 금리 동결이라는 차선책을 선택할 가능성을 99%로 관측한 이유다.

이렇다 보니 월가에선 미 연준이 내년 2월에 들어서야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13일(현지 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안에 미 연준이 목표하는 인플레이션률에 도달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2분기에 접어들어서야 분기당 0.25% 포인트씩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 속도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 또한 국제유가 급등세 영향을 받아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생산자물가는 120.16으로 전월 대비 0.9%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4월(1.6%)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은 11.3% 급등하고, 화학제품은 1.4% 올랐다.

제롬 파월 미 연준(Fed) 의장/사진=GettyImages

경기 부양책은 통화 정책이 아닌 무역 정책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장기화되는 고금리 기조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빗발치면서, 일각에선 그 해법으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가와의 전쟁이 계속됨에 따라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그 대안으로 국가 간 각종 무역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경제 침체의 돌파구를 찾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금리 인하시 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가 동반 상승을 통제할 수 없게 되는 데다 글로벌 가계 부채가 더욱 커지는 등 경제 버블을 키울 것이므로, 통화 정책이 아닌 무역 정책으로 글로벌 경제 부양책의 노선을 틀어야 한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제안이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에서 자유무역주의로의 글로벌 체제 이행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특히 미국·EU 등의 경제 선진국은 중국의 세계화가 되레 자국 제조업 퇴보를 불러온 것은 물론, 정치적 양극화까지 초래했던 과거 역사의 선례가 있다. 즉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을 해제하고 자유무역체제로 이행 시 선진국들은 자국 경기 침체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과거 2001년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자유무역이 미국에 이익이 될 것”이라며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적극 지원한 바 있다. 자유무역을 제창했던 조지 대통령은 중국이 시장 경제와 긴밀히 통합되면서 글로벌 민주주의를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역사는 미국의 중국 WTO 가입 지원이 당초 기대와는 달리 중국 수출 증대만 이끌면서 미국만 탈산업화하게 됐으며, 오히려 미국 내 경제적·정치적 불평등을 심화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당시 WTO에 가입한 중국이 자국 내 조강 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내수에 소모되지 않은 방대한 양의 철강제품을 미국 등 해외로 수출하면서 국제 시장의 철강제품 가격을 끌어내리고 공급과잉을 불러와 미국·EU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20세기만 하더라도 미국의 제조업 최대 공업 지대였던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대는 중국의 제조업 굴기로 인해 펀더멘탈이 야금야금 깎이면서 결국 유령도시로 변모하게 됐다. 종합해 보면, 미국이 주도한 중국의 세계화로 인해 미국의 민주주의가 되레 퇴보한 것이다.

이에 몰락한 백인 중산층의 엄청난 지지를 받고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대중국 관세 부과로 미-중 갈등의 신호탄을 쐈다. 2017년 8월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관행을 문제로 삼고 미국 통상법 제301조에 따른 조사를 개시했으며, 중국산 수입상품에 대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다. 2018년 1월 22일엔 수입산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고, 같은 해 3월엔 미국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근거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이같은 기조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더욱 심화됐다. 바이든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법 도입을 통해 자국 제조업 중심의 내수 펀더멘탈 회복을 도모하면서도 중국의 반도체 기술 굴기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의 세계화는 결국 미국의 수출 기반 산업인 제조업을 파괴하고, 나아가 미국의 민주주의까지 위협하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를 포함한 지금의 미-중 갈등이 촉발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즉 이같은 지정학적 배경으로 인해 자유무역주의로 이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유럽 또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이어받아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EU는 중국이 유럽 산업 근간인 제조업, 그리고 그중에서도 핵심 격인 자동차 산업을 해치는 것은 물론, 자국 내 사회적·정치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판단에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에 나섰다. 현재 EU의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10% 수준으로 미국의 27.5%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추후 중국이 자동차 수출에 부당하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결론이 난다면 해당 비율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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