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투자하니까 나도 한다? 머지포인트 사태로 보는 ‘군중심리’의 그림자

머지포인트 사태 피해자 148명 일부 승소 판결, 손해배상 이뤄진다 ‘무조건 20% 할인’ 수법에 의심 없이 몰려든 사람들, 결론은 폰지 사기? 다수 의견 따라 투자하는 군중심리의 폐해, 충분한 분석과 의심 필요


머지포인트 운영사가 환불 대란 사태로 피해를 본 이용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최욱진)는 머지포인트 이용자 A씨 등 148명이 운영사 머지플러스를 상대로 낸 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편 업계에서는 머지포인트의 사례가 ‘군중심리’의 위험성을 입증했다고 지적한다. 머지포인트가 ‘짠테크(짜다+재테크, 일상 속 소소한 절약) 수단’이라는 입소문이 나자, 20%에 달하는 수상할 정도로 높은 할인율이 의심 없이 ‘대박 혜택’이 됐다는 것이다.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군중심리에 휩쓸려 머지포인트를 구매했고, 사기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머지포인트 사태 피해자 ‘일부 승소’

A씨 등 피해자들은 머지포인트의 대규모 환불 중단 사태가 벌어진 직후인 2021년 9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와 머지플러스 법인, 관계사인 머지서포터 법인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으며, 롯데쇼핑 등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온라인 쇼핑몰 6곳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머지포인트 권남희 대표와 머지플러스·서포터 법인이 함께 배상금을 지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머지포인트는 ‘무제한 20% 할인’을 앞세워 소비자가 상품권을 구매하면 액면가보다 더 많은 머지머니를 제공하고, 이를 편의점,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가맹계약을 체결하며 이용자를 확보했다. 롯데마트,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는 물론 CU, GS25, 이디야, 파리바게뜨 등 대다수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상시 2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소비자를 현혹한 것이다.

그러나 머지포인트는 당국이 2021년 8월 전자금융업 등록을 요청했다는 이유로 머지머니 판매를 중단했으며, 가맹점을 ‘음식점’으로 한정했다. 이용률이 높았던 편의점, 대형마트 등의 결제를 예고 없이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이다. 소식을 접한 이용자들은 환불을 요구했고, 이후 수사기관의 수사가 시작됐다. 그 결과 머지포인트는 2020년 5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누적된 적자를 돌려막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권 대표와 동생 권보군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머지포인트 매수자에 751억원, 제휴사에 253억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0년 5월~2021년 8월 머지머니 20% 할인 판매로 적자가 누적돼 정상적 사업 운영이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피해자 57만 명에게 고지하지 않고 머지머니 2,521억원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무조건 20% 할인 가능한가? ‘폰지’식 사업 구조

머지포인트 측은 ‘무조건 20% 할인’ 전략을 통해 적자를 의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팡, 마켓컬리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처럼 사업 초반에는 적자를 버티면서 고객을 확보한 뒤, 규모의 경제를 이용한 수익 모델을 만들려는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머지포인트의 사업 모델이 사실상 ‘폰지 사기’라고 비판한다. 기존 이용자에게 20%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신규 이용자의 돈으로 충당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재판부는 “소비자들이 기망 행위를 당해 머지머니를 구매했기에 사기죄가 성립된다”며 머지포인트 운영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사실상 머지포인트 사태가 거대한 ‘사기 행각’이었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검찰이 추산한 머지머니 구매자의 피해액은 751억원, 머지포인트 제휴사 피해액은 253억원에 달한다. ‘무조건 20% 할인’이라는 터무니없는 사업 모델로 인해 자그마치 1,00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이번 판결은 머지포인트와 같은 불법적 사업은 물론, 황당한 혜택에 쉽게 현혹되는 소비자들에게도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일부 피해자는 2억원 규모 손해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배상액을 받는다고 해도 모든 손실을 보전할 수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을 낸 피해자들이) 변호사 비용이나 겨우 건지지 않을까 싶다”며 “머지포인트가 이미 파산하지 않았나. 차후 보상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걱정”이라고 귀띔했다. 20% 할인이라는 의심스러운 혜택에 현혹된 피해자들이 결국 더 큰 피해를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휩쓸려서 투자하면 무너진다, ‘군중심리’의 위험성

머지포인트 사태는 ‘군중심리’의 이면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군중심리는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상호작용할 때 나타나는 독특한 심리적 현상을 일컫는 용어다. 군중심리에 휩쓸린 이용자들이 머지포인트를 통해 소위 ‘짠테크’를 실천하고 있다고 착각, 할인율 및 사업 구조에 대한 의심을 섣불리 거두며 문제가 커졌다는 의미다.

현대 자본 시장 내에서 군중심리는 보통 어리석은 결정을 부추기는 위험 요소로 통한다. 미국의 대공황, 일본의 자산 버블, 닷컴 버블 등이 군중심리의 위험성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예다. 군중심리에 매료된 투자자는 투자 상품의 문제점에 대해 둔감해지며, 그저 다른 사람들을 따라서 자금을 쏟아붓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남들 다 하니까 하는’ 투자의 결과는 대체로 좋지 못하다. 실패한 투자자에게는 수익도, 신념도 아닌 사기로 인한 손실만이 남게 된다.

최근 증권 시장을 휩쓰는 ‘테마주 열풍’이나 ‘초전도체 이슈’ 등이 군중심리를 부추기는 가운데, 머지포인트는 위험천만한 ‘따라가기’식 투자에 경종을 울리는 전례로 남았다. 재테크에는 ‘남들의 뜻’이 아닌 자신만의 충분한 의심과 분석이 필요하다. 시장에 만연한 군중심리의 그림자를 이제는 걷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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