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공유 금지’ 카드 꺼낸 넷플릭스, 유독 韓에서만 ‘머뭇머뭇’

美 계정공유 금지한 넷플릭스, 韓은 언제부터? K-콘텐츠 투자 강화하는 넷플릭스, 가입자 이탈 걱정에 카드만 ‘만지작’ 언젠간 도입될 계정공유 금지, 국내 OTT 시장 판도 바꿔 놓을까

사진=넷플릭스

최근 국내 OTT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넷플릭스의 ‘계정공유 금지 조치’의 국내 시행 시기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넷플릭스, 韓 계정공유 금지 꺼리는 이유?

넷플릭스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2분기 내로 계정공유 금지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1분기 때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시기를 미룬 것이다. 넷플릭스는 현재까지 계정공유 금지를 전 세계 약 100개국까지 확대한 상태다. 그런데 왜 한국에만 유독 도입을 늦추고 있는 걸까?

이와 관련해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2일 한국 방문 당시 “계정공유 금지가 언제 시행될지에 대해선 현재로서는 알려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을 아낀 바 있다. 다만 8월 내로는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넷플릭스 약관에는 지금도 ‘이용 중인 멤버십이 달리 허용하지 않는 한 회원의 가구 구성원이 아닌 개인과 공유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미 관련 문구가 약관에 적혀 있기 때문에 약관상 따로 회원들에게 계정공유 금지와 관련한 사전 통지를 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계정공유 금지 효과 톡톡히 누리는 美, 반면 韓은?

미국에선 이미 계정공유 금지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5월 넷플릭스 계정을 한 가구 내에서만 이용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기존 계정에 같은 가구 구성원이 아닌 사람을 추가하려면 한 달에 7.99달러(한화 약 1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 같은 조치가 시행되자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분석 업체 안테나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5~28일 나흘간 넷플릭스의 미 신규 가입은 안테나 조사가 시작된 201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나흘간 미 넷플릭스의 하루 평균 가입자 수는 7만3,000명에 달했다. 덩달아 넷플릭스의 주가도 뛰었다.

단 미국과 우리나라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한국 시장의 경우 타 국가 시장에 비해 계정공유 금지에 대한 비판론이 더 크기 때문이다.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전임에도 이미 넷플릭스 가입자는 117만 명 이상 이탈한 상태다. 만일 계정공유 금지가 본격화된다면 가입자 이탈률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계정공유로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62.8%가 계정공유 금지가 시작되면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추가 요금을 더 내더라도 계속 넷플릭스를 이용하겠다고 답한 이들은 7.7%에 그쳤다.

또한 미국 OTT 시장의 점유율 1위는 넷플릭스가 아니다. 미국 스트리밍 전문 검색엔진인 저스트워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OTT 시장 점유율은 프라임비디오 21%, 넷플릭스 20%, 디즈니+ 15%, 맥스 14%를 기록했다. 1위부터 4위까지의 점유율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넷플릭스가 압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1월~5월 OTT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수는 넷플릭스가 1,198만 명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쿠팡플레이가 466만 명임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이렇다 보니 점유율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넷플릭스는 계정공유 금지 조치를 꺼릴 수밖에 없다. 당장 계정공유 금지 조치를 강행한다면 오히려 국내 토종 OTT에 성장 기회를 마련해 주는 꼴밖엔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점유율 2위 쿠팡플레이의 경우 SNL코리아, 스포츠 중계 등 콘텐츠를 통해 꾸준히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OTT는 동시에 구독하기에 부담이 될 여지가 있다. 때문에 넷플릭스가 ‘계정공유’라는 이점을 지운다면 ‘로켓와우 멤버십’까지 연계되는 쿠팡플레이를 선택하는 게 대중 입장에서 더 이득으로 받아들여질 것이고, 그만큼 넷플릭스의 점유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 포스터/사진=넷플릭스

가입자 이탈 우려↑, 韓 꽉 붙잡아야 하는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을 꽉 붙잡고 있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앞서 K-콘텐츠의 대표주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한 바 있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과 같은 특수 케이스를 제외하면 한국 콘텐츠 소비가 가장 활발한 건 어디까지나 한국 시장이다. 한국에서 우선 큰 인기를 얻어야만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넷플릭스는 최근 K-콘텐츠 시장에 추후 4년간 3조원가량의 돈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그만큼 넷플릭스에 있어 한국 시장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넷플릭스는 K-콘텐츠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시장 가입자 이탈이 커질 것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계정공유 금지 조치 시행 시기를 계속해서 미루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20~50대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넷플릭스의 현재 이용 요금에 대해 ‘비싸다’고 답한 응답자는 66%에 달했다. 넷플릭스의 고심은 깊어져만 가지만, 한국에서만 계정공유 금지 조치를 도입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젠간 도입될 운명이다. 금지 조치 이후 국내 OTT 시장의 판도는 어떻게 달라질까. 결과를 확인해 볼 수 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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