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에서 헛도는 ‘드론 택시’ 개발 사업, 추락한 강원도의 꿈

지난 1월 개발 사업 중단 이후 경찰 고소, 정치권 논란 등으로 강원도-TIE 갈등 깊어져 기술력으로 ‘예비 유니콘’까지 등극한 TIE가 기준 미달? 일각서는 ‘횡령’ 의혹도 좌초된 강원도의 ‘첨단 도시’ 희망, 이제 첫 발 뗀 국내 UAM 시장에 좋지 못한 선례

사진=디스이즈로보틱스

‘드론 택시’ 도입을 위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제기 개발 사업을 두고 드론 스타트업 디스이즈엔지니어링(TIE)과 강원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강원도와 TIE의 UAM 개발 사업은 정부 신성장 4.0 전략에 포함된 첨단 사업 육성을 위해 민간 기업과 지자체가 연계한 사례로, 당초 순조로운 협력 과정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사업 중단 결정 이후 사업비 회수를 위한 법적 분쟁, 정치적 논란 등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강원도는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와 함께 현재까지 투입된 도비에 대한 회수 작업에 나섰다. 강원테크노파크는 TIE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춘천지법에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TIE는 일방적인 사업 중단과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에 대해 법적 절차를 통해 명확하게 책임을 가리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사업비 회수, 고소, 정치적 논란까지 ‘진흙탕’

강원도와 TIE는 2021년 3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드론 택시 도입을 위한 UAM 시제기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동안 순항하는 듯 보이던 개발 사업은 지난 1월, 2년 만에 중단됐다. 강원테크노파크의 사업 중간평가 결과 사업 지속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미달’로 평가돼 사업 중단이 결정된 것이다. 2년 동안 해당 사업에 투입된 강원도비는 총 131억원 규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UAM 시제기 개발 사업에 대한) 감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며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고 이미 지급된 지원금 중 제대로 쓰이지 않은 예산은 환수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원도는 투입된 131억원 중 22억원은 회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109억원에 대한 회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편 TIE는 강원도의 일방적인 사업 중단 및 ‘책임 돌리기’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TIE는 입장문을 통해 “사업 중단 논란과 관련한 근거 없는 비하와 억측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일방적이고 불투명한 사업 중단 통보, 이에 대한 책임을 TIE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에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테크노파크의 경찰 고소가 진행된 만큼, 차후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본격적인 법적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강원도의 드론 택시 사업 중단은 단순 지자체 사업 좌초 이상의 정치적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드론 택시 시제기 개발 사업은 지난 최문순 도정 당시에 첫발을 내디딘 강원형 대표 첨단 산업이었다. 그러나 이후 시제기 개발 사업의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김진태 도정에서 사업 중단이 결정됐다. 일관적이지 못한 도정 주요 현안 사업 추진은 ‘전임 도정 지우기 논란’을 낳았고, 결국 김진태 도정과 최문순 전 도정 사이의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사진=디스이즈엔지니어링

드론 상용화 선도하겠다던 TIE, 사업 중단된 이유는?

논란의 중심에 선 TIE는 자체 개발한 로보틱스(Robotics)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무인 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UAV), 개인용 비행체(Personal Air Vehicle·PAV) 등 최첨단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이다. 지난 2019년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CES)에서 한 손으로 조종이 가능한 ‘시프트 레드(SHIFT RED)’ 드론을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로 비접촉 한 손 조작 조종기를 적용한 TIE의 ‘시프트 레드’에는 국제 특허로 보호되는 TIE의 근거리 마이크로 감지(Near Field Micro Sensing·NFMS) 기술이 탑재돼 있다. 이후 본격적으로 기술력 및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2020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예비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TIE는 드론 배송 서비스(Drone Delivery Service·DDS), UAM 개발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진행 중이다. TIE의 드론 배송에는 AI 기반의 자율비행 기술이 적용된다. 주문자가 주소를 입력하면 최적 경로를 탐색한 후 이동 경로의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 식이다. 멈춰 있는 장애물과 움직이는 물체의 이동성을 분석할 수 있으며, 외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탐색해 대처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해 여름에는 이 같은 DDS 기술력을 바탕으로 동해안 일대 해수욕장과 리조트에서 드론 배송 서비스인 ‘시프트 제로랩(SHIFT ZEROLAP) 프리’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시범 서비스가 추진되는 망상해수욕장, 기곡해수욕장 인근 해변에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드론 배송존’이 설치됐으며, 관광객들은 식사와 간식 등을 드론 배송을 통해 받아볼 수 있었다. 당시 TIE는 높은 배송 안정성, 오차범위 5cm 이내의 정밀 착륙 기술 등을 강조하며 드론 배송의 상용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소비자를 상대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할 만큼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중간 평가에서 강원테크노벨리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불투명한 자금 사용이 사업 중단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검토 결과에 따르면 TIE가 사업에 사용한 비용이 30억원 수준이다. 투입된 사업비가 130억원 규모니, 아직 약 100억원이 남아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회수 과정에서 확인하니) TIE 측에 100억원이 없어 사업비 횡령 문제가 언급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진=디스이즈로보틱스

무너진 강원도 ‘첨단 사업’의 꿈

강원도와 TIE의 동행은 한동안 순조로웠다. 강원도가 TIE를 통해 띄우고자 했던 드론 택시는 승객과 화물을 150㎏까지 싣는 2인승 모델로, 액화 수소를 연료로 운항하는 기종이다. 당시 시제기 개발에 투입 예정이었던 총예산만 271억원 규모였다. 이에 더해 강원도는 추가적으로 200억원을 투자해 드론 택시의 동력이 될 수소 연료전지 개발까지 추진했다. TIE와의 협력은 ‘첨단 도시’를 향한 강원도의 원대한 첫발이었던 셈이다.

상기한 TIE의 ‘시프트 제로랩 프리 시범사업’ 역시 강원도와의 협력을 통해 개시한 것이다. 강원도는 TIE의 시범 사업이 도내 드론 배송 산업의 상용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협력을 이어갔다. 시범 사업 이후에는 도내 대형 리조트와 지역 상권을 연결하는 드론 배송 상생 모델을 추가 발굴하고, 중·대형 드론 배송까지 점진적으로 범위를 확대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이후 강원도는 도내 드론 사업 발전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 10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드론 안전성 검증 시범공역으로 선정된 영월군의 ‘드론 사업 클러스터 조성’에 도 차원의 지원을 직접 약속한 것이다. 당시 강원도는 “도내 최고의 드론 인프라와 시설이 있고, 도심항공교통 적합지인 영월에 드론 산업 추진에 대한 도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원도의 원대한 꿈은 결국 시장의 우려대로 수포로 돌아갔다. 첨단 사업 선점을 위한 강원도의 몇 년에 걸친 노력은 지난 1월 UAM 개발 사업 중단이 사업비 회수, 고소 등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며 진흙탕 싸움으로 변모했다. 사태가 기업과 지자체의 분쟁을 넘어 정치적인 문제로까지 번지며 강원도의 하늘에는 싸늘한 기운만이 감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드론 산업 시장이 2040년 6,090억 달러(한화 73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50년에는 세계 70개 도시에 드론 택시가 상용화되어 4억4,500만 명이 이용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강원도와 TIE의 갈등으로 인해 좌초된 UAM 개발 사업은 전 세계가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긴다. 혁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타이밍’이다. 갈등으로 발목 묶인 사이에 해외 경쟁사들은 앞서 나가고 있다. 차후 우리나라 UAM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확실히 밝히고,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체계를 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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