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특사경·검찰, ‘SM 주가 조종’ 혐의로 카카오·카카오엔터 압수수색 진행

카카오·카카오엔터, SM 인수전 시세 조종 혐의로 금감원 압수수색 받아 하이브 공개매수 방해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SM 시세 조종한 정황 포착 주가 띄워 오히려 대규모 손실 본 카카오, 차후 수사 흐름에 시장 이목 집중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로 당국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SM 인수 경쟁 당시 카카오엔터가 하이브의 주식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웠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당국이 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카카오와 하이브 사이 분쟁은 합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됐지만, 이미 시작된 조사를 피할 수는 없었다.

지난 6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과 서울남부지검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한 달여간 SM 주식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를 조사한 뒤 검찰로 관련 사건을 이첩한 상태다.

카카오, SM 인수전 도중 직·간접 시세 조종 의혹

문제의 발단은 지난 2월 28일이다. 당시 하이브는 SM 인수를 위해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기타법인이 SM 발행주식의 4.43%, 당일 SM 주식 거래량의 3분의 1 수준인 105만4,341주를 사들였고, 이날 SM 주가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을 넘어섰다. 이로써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목표로 한 25%는커녕 0.98%의 지분을 겨우 확보하며 막을 내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SM 지분을 대거 사들인 기타법인이 카카오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SM 인수를 위해 하이브와 경쟁하고 있었던 만큼,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좌초시켜 카카오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이에 하이브는 카카오가 시세를 높여 공개매수를 방해하려 했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실제 금감원은 카카오엔터 임직원이 SM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는 정황을 포착, 이와 관련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금감원은 차후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SM 인수과정에서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할 전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간접 조종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다. SM 주가가 폭등했던 문제의 2월 28일, 하이브는 당사의 공개매수를 사실상 방해할 목적으로 SM 주식을 구매한 제3의 세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IBK투자증권 분당센터에서 30억원 규모의 SM을 주식을 매집했던 법인이 있다. 바로 전문 투자 기관인 원아시아파트너스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이후에도 약 820억원 규모의 SM 주식을 헬리오스 제1호 펀드를 통해 매집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 그룹의 우군으로 알려진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이번에도 ‘백기사’ 노릇을 한 것으로 해석한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실제로 두 기업은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영업적자에 허덕이던 자회사 그레이고 지분 30%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영 중인 가젤 제1호에 500억원에 매각했다. 같은 기간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신생 드라마 기획 및 제작사 아크미디어의 2대 주주로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를 끌어들였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코리아 그로쓰 제1호’ 펀드를 통해 아크미디어의 지분 약 50.47%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당시 카카오는 아크미디어의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평가하며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시장에서는 매출액 1,000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에 불과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1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지 의구심을 품었지만, 카카오는 아랑곳하지 않고 투자를 속행했다. 이처럼 꾸준히 이어져 온 두 기업의 대규모 협력 사례는 카카오가 원아시아파트너스를 통해 SM의 주가를 간접적으로 조종했다는 의혹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달 12일 SM 지분 매입을 멈추고 카카오엔터에 경영권을 내어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SM 인수 절차 중단과는 무관하게 카카오의 주가조작 관련 조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검찰과 금융 당국은 주가 조작 외에도 카카오엔터가 ‘대량보유보고의무’를 위반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대량보유보고의무는 지분율 5%가 넘거나 보유 비율이 1% 이상 변동된 경우 보유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는 법적 제도다.

금감원은 이 사건을 패스트트랙(신속 수사) 절차를 통해 검찰에 이첩, 남부지검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패스트트랙은 금감원에서 발견한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등으로 검찰 수사가 긴급히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는 제도다. 차후 수사의 관건은 지난 2월 말 카카오 측의 SM 주식 대량 매수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고의적’ 행위였는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가 조종으로 오히려 ‘손해’ 봤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불공정 거래 행위의 처벌 수위를 부당 이득액 규모에 따라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주가 조작 공범들이 얻은 전체 부당 이득이 5억원 이상∼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 징역,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최근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나가는 추세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주가 조작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 이익 수취 등 자본시장 불공정행위를 할 경우 최대 10년 동안 금융투자 상품 거래를 제한하고, 상장사 임원 선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에는 불공정 거래행위를 할 경우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가 조종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카카오가 주가 조종으로 이득을 본 게 아니라 오히려 막대한 손해를 떠안았다는 점이다.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지분을 삼킨 하이브가 SM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SM 주가는 빠르게 폭등하기 시작했다. 하이브에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매입가보다 주가가 높아진 만큼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지분과 매집한 주식을 카카오에 넘겨 차익을 거둘 수도 있었고, 지분 경쟁을 이어가며 SM 인수를 쟁취할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을 골라도 ‘선방’인 선택지가 주어진 것이다.

실제 지난 2월 하이브는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SM 지분 14.8%를 4,228억원에 매입했다. 주당 가격으로 따지면 12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두 기업 사이 ‘쩐의 전쟁’이 끝난 이후 카카오는 SM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는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직접 끌어올린 주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다. ‘주가 조종’이라는 오명까지 떠안으며 치열한 인수 경쟁을 벌였지만, 남은 것은 이득이 아닌 손해뿐이었던 셈이다. 불공정거래로 인해 오히려 손실이 발생한 특이 케이스인 만큼, 차후 조사의 향방 및 카카오 엔터 사업의 운명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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