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식당마저 가격 오르는 고물가 시대, ‘천원의 아침밥’ 사업 대학교 지원 확대

대학생에게 양질의 식사 제공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 지원 규모 전반적으로 확대 고물가 못 버틴 대학교 교내 식당들 줄줄이 가격 인상, 학생들 식비 부담 확대돼 고질적 재정난으로 정부 재정 의존도 높아지는 대학들, 현 구조에 대한 고찰 필요성 제기

사진=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총 68만4,867명의 대학생 지원을 목표로 ‘천원의 아침밥’ 사업 참여대학 41개를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20대의 아침 식사 결식률은 53%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더해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고물가로 인해 대학교 학식 가격마저 인상되자, 불어난 식비 부담으로 식사를 대충 해결하거나 아예 거르는 학생들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천원의 아침밥’은 이 같은 이유로 식사를 거르는 대학생에게 양질의 아침 식사를 1,000원에 제공하고, 젊은 층의 아침 식사 습관화와 쌀 소비문화 확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식대는 1인 기준 학생이 1,000원, 정부가 1,000원을 각각 부담하고, 여기에 학교가 추가 비용을 자율적으로 부담하는 방식으로 충당된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 전년 대비 규모 확대

올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의 지원 대상은 당초 50만 명 수준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하지만 대학생의 식비 부담 증가로 전년 대비 사업 신청 학교가 증가했고, 지원 인원수도 계획된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농식품부는 대학생과 학교의 관심과 수요 증가를 반영해 지원 인원을 지난해 48만 명에서 68만 명까지 39.1% 늘렸다. 예산은 지난해 5억7,000만원에서 7억2,800만원까지 28% 확대됐다.

2023년 농식품부와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은 2022년 28개교에서 41개교까지 증가했다. 올해에는 서울·경기·인천 11개교(서울대, 인천대 등), 강원 4개교(강원대, 상지대 등), 대전·충청 6개교(충남대, 순천향대 등), 대구·부산·울산·경상 12개교(경북대, 부산대, 포항공과대 등), 광주·전라 8개교(군산대, 전남대 등)가 함께할 예정이다.

대학생들은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를 환영하는 추세다. 실제 2022년 실시된 설문조사(28개교, 5,437명) 결과에 따르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답한 학생의 비율이 98.7%에 달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대학별 재학생으로 구성된 서포터즈 운영을 지원하고 우수 학교·서포터즈를 선정하는 등 사업 홍보에 힘쓰고 있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천원의 아침밥 사업의 취지는 아침밥을 먹는 건강한 식습관 형성으로 쌀 소비를 늘리는 동시에 고물가 시대에 학생들의 식비 부담을 덜어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확대하는 등 세대별 맞춤형 쌀 소비문화 형성을 다각적으로 지원해 쌀 소비 확대를 통한 쌀 수급 균형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물가·코로나19’ 못 버텼다, 교내 식당의 가격 인상

지난해 전국 대학학생회 네트워크(전대넷)에서 실시한 ‘2022 전국 대학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이 가장 큰 금전적 부담을 느끼는 분야는 식비 지출(47%)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학생 중 학비(27.1%)와 주거비(14.2%)보다도 매일같이 일정 수준 지출해야 하는 식비에 큰 부담감을 느끼는 학생이 절반에 육박하는 셈이다.

금전적 여유가 없는 학생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교내 학식당을 찾곤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학식 가격마저 뛰기 시작했다. 마지막 보루인 학식마저 값이 뛰자, 일부 학생들은 라면이나 편의점 도시락 등으로 매 끼니를 때우며 ‘버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지난해 고려대, 연세대, 한국외대, 숙명여대를 비롯한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은 최소 500원에서 1천 원까지 식대를 인상했다.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식당과 자하연 식당은 점심‧저녁 가격을 최고 1,500원까지 인상하기도 했다. 3,500~5,000원이던 학생회관 식당 메뉴가 5,000~7,000원으로, 4,000~5,500원이던 자하연 식당 점심 가격이 5,500~7,000원으로 껑충 뛴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은 음식 판매가 대비 원가 비율이 60%에 육박하며, 코로나19로 매점·기념품점 등 다른 부문에서 나는 수익도 감소해 식대를 올리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놨다. 수입이 급감하는 가운데 국가 및 대학으로부터의 재정 지원이 부족했고, 이로 인해 경영 상황이 악화하여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재정난 겪는 고등교육기관, 정부 의존도 높아져

현재 국내 대부분 대학교는 등록금 동결, 국고 지원 부족 등으로 인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특히 사립대학의 재정 상황은 한층 빠르게 악화되어가는 추세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12년에는 141개 사립대학 중 44개 대학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8년에는 적자를 기록한 대학이 105개까지 늘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21년 사립대학의 적자 규모가 1,555억원에 달하며, 10년간 누적 적자가 18조8,000억원 수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등교육기관은 국가의 미래 인재 양성이라는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재정 확보가 꼭 필요하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다수의 대학이 정부 재정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이유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해 매년 지원 예산을 늘려가는 추세다. 2023년 고등교육 부문의 예산 규모는 13조5,135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2022년 11조9,009억원 대비 1조6,126억원 증액된 수준이다.

이에 더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을 위한 법률 제·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올해부터는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고등·평생교육 관련 사업 예산을 편성·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2023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총규모는 9조7,400억원 수준이다.

이처럼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은 계속해서 두터워지고 있다. 이는 재정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채 정부의 지원금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대학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 역시 결국 정부 보조금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업이다. 당장 미래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갈 인재들을 위해 식대를 지원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학이 재정적 자율성을 갖추지 못한 채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현 실태를 용인해도 괜찮은 것일까.

대학교 재정에 정부 투자 비중이 높아질 경우, 각종 규제 및 운영상 문제가 동반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공공 재원으로는 보수 수준이 높은 우수 교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 경우 대학 교육의 질 자체가 하향 평준화되고, ‘인재 양성’이라는 고등교육기관의 본분이 흐려질 위험이 있다. 차후 대학이 인재 양성 기관으로서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충분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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