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개정해 ‘교육활동 침해 유형’ 추가한 교육부, 현장 피해 방지 효과 있을까

교육부 고시 일부 개정, 교사 지시 불응하고 수업 방해할 경우 ‘교육활동 침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교권 침해’ 문제, 직접적 폭행·무단 촬영 등 유형 다양화 이어지는 정부의 ‘탁상공론’ 해결책, 피해 예방 위한 현실적인 대안 필요해

사진=pexels

앞으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해 의도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규정된다. 교육부는 오는 23일부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 일부개정안을 공포·시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최근 교육활동 침해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수업 방해 행위가 다변화되는 등 교육 현장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마련, 학교의 장뿐만 아니라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 근거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도록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했다.

정당한 생활지도 불응 시 ‘교권 침해’

이번 고시 개정은 앞선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 발표 및 법령 개정의 후속 조치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해 의도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새로운 교육활동 침해 유형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교사의 지도에도 불구하고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수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전반이 교육활동 침해에 포함된다.

학생이 수업 여건 조성을 위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해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 경우 각 학교에서는 침해행위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교원의 학습 지도 권한 회복은 물론, 학교의 교육활동을 활성화 및 모든 학생의 학습권 보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교육부는 앞으로도 교사 설문조사, 간담회, 정책 토론회 등을 통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개선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또 교육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과 고시 개정 사항을 반영한 ‘교육활동 보호 안내서’를 개정·안내하고, 국회의 교원지위법 입법과정을 적극 지원하는 등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교육여건 변화에 따른 침해 유형의 다양화 및 복잡화에 맞춰 새로운 교육활동 침해 유형을 관련 정책, 안내서 등에 반영하는 등 교육활동 보호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증가하는 교권 침해 사례, 심각성 높아져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는 △「형법」 제8장 또는 제34장 제314조(업무방해)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로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교육활동 중인 교원의 영상·화상·음성 등을 촬영·녹화·녹음·합성하여 무단으로 배포하는 행위 등을 대표적인 교권 침해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고시 개정을 통해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하여 의도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도 교권 침해 유형에 포함됐다.

교권 침해 피해 사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교육활동 침해 심의 건수는 2019년 2,662건 수준이었던 교육활동 침해 심의 건수는 2022년 1학기에만 1,596건까지 증가했다. 2020년에는 1,197건, 2021년 2,269건을 기록하는 등 오히려 그 수가 감소하거나 유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 진행으로 침해 심의 건수가 일시적으로 감소했을 뿐이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 이후 무단 촬영과 관련된 교권 침해 사례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1년 동안 여교사들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고교생이 검찰에 송치됐다. 가해 학생은 교탁 아래에 화면 밝기를 어둡게 설정한 휴대전화를 숨겨 놓고, 지속적으로 여교사들의 신체 일부를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불법 사진·영상물은 자그마치 150여 개에 달했으며, 피해 교사 역시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교원을 대상으로 한 유사 피해 사례는 이 밖에도 다수 존재한다.

교원의 ‘체벌’ 문제는 어느덧 옛말이 되고 학생이 교사를 위협·폭행하는 일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교사를 폭행하는 장면을 무단 촬영하고 이를 온라인상에 유포하는 사건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2015년에는 경기도 이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가 출석을 부르다 대답이 없는 학생을 결석 처리하자 해당 학생이 빗자루로 교사의 팔을 때리고 침을 뱉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 온라인상에 유포됐다. 2016년에는 한 초등학생이 교실에서 나이 지긋한 여교사를 한쪽 구석으로 밀어붙이고 교사의 목 부위를 조르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SNS상에서 빠르게 확산하기도 했다.

촬영을 동반하지 않은 교실 내 직접적인 폭행 행위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경남 창원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5학년 남학생이 젊은 여성 담임교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담임교사는 친구를 밀쳐 넘어뜨리는 등 소란을 피우는 김 군에게 주의를 줬으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손목을 잡고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던 중이었다. 폭행을 당한 담임교사는 눈썹 윗부분이 찢어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했다.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는 52살 여교사가 14살 남학생에게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교사는 수업 중에 가해 학생이 소란을 피우자 학생을 제지하고 교칙으로 소지가 금지된 휴대전화를 압수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신체 접촉이 발생했고, 이를 뺨을 맞은 것으로 오인한 가해 학생이 그 자리에서 교사를 무차별 폭행했다.

사진=pexels

탁상공론 아닌 근본적 해결책 고안해야

점점 교권 침해 피해 사례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가 내놓는 해결책 대부분은 ‘탁상공론’에 그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예방 교육’이다. 정부는 현재 교직원 대상으로 교육활동 침해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교직원을 대상으로 교권 침해가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리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대처 절차를 잘 알고 있는 교사는 많지 않으며, 심지어 ‘교권보호위원회’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교사도 많다. 피해 예방 교육이 현실적으로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교권 침해에 대한 유형별 대응 체제 매뉴얼, 담당자 연수 및 학교 전달 연수 등 대응 체제 숙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결국 ‘대응’을 위한 교육은 ‘사건이 발생한 후’ 후속 조치를 위한 교육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사건 수습을 중점에 둔 각종 교육이 과연 교원의 권리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교육공동체 간의 인식을 강화하고 학생들에게 교권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교사와 교육공동체의 관계를 개선하면 교사에 대한 존경심을 함양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이 같은 교육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교사의 직접적 지시에도 불응하는 가해 학생들의 마음을 형식적인 캠페인식 교육으로 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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