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출이 견인하는 中 전기차 시장, IRA 등 자국주의 기조에 경쟁력 ‘뚝뚝’

보조금 없어도 '급성장', '자동차 선진국'으로 떠오른 中
'외국차의 무덤'된 中, 내수시장에 해외 수출시장까지
자국주의 사이 견제 심화된 시장, 中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쉬하이둥
쉬하이둥 중국 자동차공업협회 부총공정사의 모습/사진=중국 자동차공업협회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전기차 시장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기차 보조금이 사라졌다 해도 여전히 전기차 친화적 제도가 유지되면서 판매량 역시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일부 기업이 중국 전기차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추세 역시 장기적 추세로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 만큼 앞으로도 중국이 자동차 선진국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中, 자동차 수출국 1위로 ‘급부상’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2017년 역대 최고인 2,888만 대를 기록한 후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올해는 이전과 반대로 3,000만 대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올해 중국 자동차 판매를 견인한 것이 중국 내수시장이 아닌 해외 수출시장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올해 48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수출하며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이는 전기차 수출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중국 내수시장에선 전기차를 앞세운 로컬 브랜드의 공습에 폭스바겐·토요타 등 독일·일본 브랜드까지 판매가 줄면서 중국이 ‘외국차의 무덤’이 되고 있다. 전동화가 가장 빠른 중국이 전기차 시대에 자동차 선진국으로 부상하고 있단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내부에선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 50% 달성 목표가 당초 계획보다 10년 빠른 2025년 실현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공식적인 지표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11일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는 11월 자동차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27.4% 증가한 297만 대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1~11월 누적 판매량은 10.8% 늘어난 2,694만 대인데, 12월 306만 대만 더 판매되면 중국 자동차는 3,000만 대 시대에 진입하게 된다. 이에 중국의 자신감도 높아졌다.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2024 중국자동차시장 발전예측 써밋’에서 쉬하이둥 CAAM 부총공정사는 “올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약 3,000만 대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기차 판매는 약 940만 대, 자동차 수출 대수는 약 480만 대를 기록할 것”이라며 “내년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약 3,100만 대, 전기차 판매량은 약 1,150만 대”라고 전망했다.

올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전기차의 빠른 성장세가 지속되고 자동차 수출이 또다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삼중주가 연출되기도 했다. 올해 1~11월 중국 내수 시장 판매는 2,253만 대로 작년 대비 4.7% 증가에 그쳤지만, 해외 수출이 58.4% 급증한 441만 대를 기록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100만 대에서 정체됐던 중국 자동차 수출은 2021년부터 매년 100만 대씩 늘어나더니 올해는 170만 대 넘게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 자동차 성장을 견인한 최대 동력이 전기차라는 점은 중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11월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102만6,000대를 기록했는데, 최근 신차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4.5%에 달했다. 신차 3대 중 1대가 전기차라는 의미다. 녹색성장이 피할 수 없는 글로벌 추세가 돼가는 와중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중국 시장의 밝은 미래를 투영한다.

BYD
사진=BYD

밝지만은 않은 中 시장, 反중국 기조 ‘확산’

다만 중국 시장의 미래가 마냥 밝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급성장을 이루는 만큼 주변국, 특히 경쟁국과의 갈등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중국 전기차가 내수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하면서 각국은 비상에 걸렸다. 특히나 미국·유럽 등은 중국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등 견제력을 점차 높여나가고 있다. 중국 전기차가 지닌 가장 큰 무기는 가격이다. 보통 전기차는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20~40% 안팎 가격이 비싼데, 중국 전기차는 자국 기업에서 저렴하게 배터리를 조달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낮춤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그러나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도입하면서 중국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은 다소 낮아지기 시작했다. IRA는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면 전기차를 북미 지역에서 생산해야 하고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의 현지 생산 비율도 일정 수준을 충족해야 하는 게 골자다. 중국 전기차는 차량을 운송할 때 탄소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보조금을 받기 힘들어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 또한 미국의 IRA를 벤치마킹해 내년 1월부터 전기차 생산·유통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역시 전기차 제조·유통 중 탄소 배출량에 따른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으며, 일본은 자국 내 배터리 생산량에 비례해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는 ‘전략물자 생산 기반 세제’ 정책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외 유럽연합(EU)은 지난 9월 중국에서 수입하는 전기차에 중국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에 불법 소지가 없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을 검토 중이다. 브라질도 관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재 전기차 수입에 관세를 면제하고 있지만 앞으로 3년에 걸쳐 세율을 최고 35%까지 높일 방침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나타나는 자국 우선주의 기조의 핵심이 반(反)중국이라는 점은 중국 시장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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