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금 폭탄’ 없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 

국토교통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수립방안’ 심의·의결
내년 공동주택 현실화율 69.0%, 단독주택 53.6%, 토지 65.5% 적용
집값 하락해도 공시가격은 상승, 기존 계획 전면 재검토로 부작용 차단한다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이 동결됐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 기준 현실화율은 올해 수준인 69%로 결정될 예정이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기존 계획은 폐지까지 포함해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구체적인 개편안은 총선이 끝나고 내년 하반기 중 나올 계획이다.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 올해 수준으로 동결, 아파트 69% 적용

21일 국토교통부는 국토발전전시관에서 열린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이하 중부위)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수립방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중부위는 내년 공시가격에 적용할 현실화율을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올해와 같은 69.0%, 단독주택은 53.6%, 토지는 65.5%가 적용된다.

이는 2020년 도입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나온 내년 현실화율보다 각각 6.6%p, 10.0%p, 12.3%p 낮은 수준이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아파트의 경우 내년 현실화율이 75.7%가 돼야 하는데, 6.6%포인트 낮춘 것이다. 내년에 9억원 미만 아파트에 적용하는 현실화율은 68.1%,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은 69.2%, 15억원 이상은 75.3%다.

국토부는 내년 공시가격 동결 이유에 대해 금리 인상, 물가 상승,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 공시가격 인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꼽았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거시경제 여건의 불안정성이 여전한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존 공시가 현실화율 계획의 부작용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주택 유형에 따라 최장 2035년(아파트는 2030년)까지 공시가 현실화율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기로 하고 매년 현실화율을 상향 조정했다. 집값의 변동이 없어도 2035년이 되면 주택분 재산세 부담이 34% 늘어나도록 설계된 계획이다. 하지만 이후 집값 상승과 현실화율 상향 조정이 겹치면서 2021년과 2022년 공시가격 상승률은 각각 19.05%와 17.22%에 육박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도 치솟았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주택분 재산세는 5조1,000억원이었으나, 2020년에는 5조8,000억원, 2021년 6조3,000억원, 2022년 6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역시 2019년 1조원에서 2022년 4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7가지 행정·복지 제도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세금 이외의 부담도 만만치 않게 증가했다. 이 밖에도 고가 주택(9억원 이상)과 토지에 대해서는 빠른 시세 반영을, 저가 주택(9억원 미만)에 대해서는 균형성 제고를 우선적 목표로 설정한 탓에 공정한 공시가격의 산정이 이뤄지지 못하는 형평성 문제도 야기됐다.

이 같은 부작용은 집값 하락기에도 발생했다. 실거래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시가격은 상승해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이 결정된 만큼, 올해도 공동주택의 6.92%인 103만 가구는 시세 하락에도 불구하고 공시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그간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 상승기에는 체감보다 높은 공시가 상승이 나타나고, 하락기에는 시세 역전이 발생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치를 80% 선으로 낮추고, 속도도 늦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징벌적 과세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취지의 정책은 이미 실패로 확인된 만큼 국민이 세금 폭탄을 맞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고 내년부터는 수정한 현실화 계획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화 계획 자체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부분적으로만 개선해서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조세재정연구원의 제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현실화 계획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연구용역을 내년 1월 시행할 계획이다. 해당 연구결과에 따라 현실화 계획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방안을 내년 하반기 중에 내놓는다. 현재 국토부 내부에선 대안 논의가 일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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