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 기업 ‘도시바’ 연내 상장폐지, 74년 상장 역사의 마침표

JIP, 약 2조 엔 규모에 도시바 인수 입찰 성공 11월 임시주주총회 개최 후 상장폐지 할 전망 ARM처럼 재상장 성공할까, 의견 분분

1949년부터 도쿄증시를 대표했던 일본 전자 기업 도시바가 74년 만에 상장폐지 될 전망이다. 지난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신문)은 일본 투자 펀드 일본산업파트너스(JIP)가 도시바 인수를 위한 주식 공개매수를 성립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는 공개매수 성립에 따라 올해 안에 상장폐지가 추진할 예정이다.

사진=TOSHIBA

JIP, 도시바 주식 공개매수 78.65% 성공해

지난 20일 도시바 인수를 위한 JIP의 주식 공개매수가 성립했다. 도시바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번 달 20일까지 진행한 주식 공개매수 절차에서 전체 지분 중 78.65%가 공개매수에 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매수 성립 기준이 총주식의 3분의 2이므로 JIP는 나머지 도시바 주식도 강제 매입할 수 있게 됐다. 공개매수 성립에 따라 도시바는 오는 11월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전제 주식 보유를 위한 스퀴즈아웃(주식 강제 매입) 진행을 통해 연내 상장 폐지를 추진할 방침이다.

도시바는 1875년에 설립한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 기업으로 지난해 시가총액 기준 일본 65위를 기록한 기업이다. 1959년 트랜지스터 텔레비전과 전자레인지 생산을 시작으로 민수용 대·소형 가전제품을 생산하며 글로벌 진출에 성공했다. 1985년엔 세계 최초의 노트북인 T1100 모델을 출시해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2009년엔 일본 전자 기업 후지쯔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 부문을 인수해 사세를 확장했으나, 2015년 분식회계 사건으로 인해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도시바, 하락의 역사

전문가들은 JIP의 도시바 인수에 대해 약 148년 지속된 대기업도 단 몇 년간의 경영 불확실성으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도시바는 2015년 분식회계 사건 이후 유명 경영진의 사임과 2016년 가전사업 부문 매각, 2017년 기업 매각 위기, 2018년 PC 사업 매각 및 반도체 사업 부문 매각 등 연이은 고난을 겪은 바 있다.

2017년 도시바는 기업 매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대규모 증자를 강행했는데, 이때 행동주의펀드(activist hedge fund-기업의 가치와 주가 극대화에 주력하는 펀드)들이 주요 주주로 영입돼 경영진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도시바는 핵심 사업 부분을 3개로 분할해 위기를 극복하려 했으나, 행동주의펀드의 반대로 경영진 교체와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당시 진행된 구조조정엔 도시바의 기존 사업 부문 매각이 포함됐다. 2016년엔 캐논에 의료 장비 사업 부문을 약 62억 달러(약 8조3,049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2017년엔 베인 캐피털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반도체 칩 사업 부문을 약 180억 달러(약 24조1,110억원)에 매각했다. 이어 2018년엔 PC 사업 부문을 샤프에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에어컨 사업 부문인 도시바 캐리어 지분 60%를 미국 파트너에게 약 8억6,900만 달러(약 1조1,640억원)에 매각했다. 현재 도시바가 운영 중인 사업 부문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일부 반도체 사업, 발전 및 철도 시스템, 산업용 로봇 등으로 과거에 비해 분야가 대폭 축소됐다.

내실 강화 후 재상장 나설 것으로 예상돼

전문가들은 JIP가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도시바 상장폐지 후 기업 내실을 다져 재상장에 나설 것으로 추측한다. 투자 전문 싱크탱크 피치북은 같은 전략으로 도시바에 접근한 펀드가 JIP 외에도 또 있었다고 밝혔다. 2021년 미국 펀드 운용사 CVC캐피탈파트너스(CVC Capital Partners)가 약 200억 달러(약 26조7,900억원)의 규모로 인수를 제안했지만, CVC캐피탈파트너스 경영진 교체 후 인수 제안을 철회한 바 있다.

CVC캐피탈파트너스 외에도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에서도 도시바 인수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전문가들은 도시바의 잠재적 인수 후보로 KKR, 블랙스톤, 아폴로, 베인캐피탈, 브룩필드 등을 지목했다. 일본 국영 기업 일본투자공사도 외국계 PE 운용사로 도시바 매각을 막기 위해 입찰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JIP 매각으로 종료됐다.

JIP가 약 2조 엔(약 18조228억원)에 달하는 도시바 인수 입찰에 성공함에 따라 74년간 도쿄 증시를 대표했던 도시바의 상장기업 역사가 막을 내리게 됐다. 이에 많은 증권 전문가가 최근 뉴욕 증시에 재상장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처럼 도시바도 재상장에 성공할지에 대한 전망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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