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 部 승격, ‘뒤죽박죽’ 과거 탈피하고 ‘품격’ 높이나

한계 많았던 국가보훈처, 부(部) 승격으로 한계 벗었다 국민 자긍심 64개국 중 48위, ‘참전 의사 없음’은 17위 저조한 보훈의식, 국가보훈부가 바꿀 수 있을까

지난달 5일 대전보훈청이 국가보훈부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현판 제막식을 실시하고 있다/사진=대전보훈청

국가보훈처가 부(部)로 공식 격상했다. 정권에 따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국가보훈처가 드디어 자리를 잡아 가는 모양새다. 국가보훈부는 앞으로 국민들의 보훈의식 향상을 위해 각종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 미래는 없다. 국가보훈처의 부 승격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의식이 한층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보훈처, ‘부(部)’ 승격으로 제 자리 잡나

국가보훈처는 1961년 8월 군사원호청으로 창설된 이후 1962년 원호처, 1985년 국무총리 소속 국가 보훈처로 명칭이 변경돼 오다 지난 3월 ‘정부조직법’상 ‘부’로 승격됐다. 본격적으로 ‘국가보훈부’로 출범하게 된 건 지난 6월의 일이다. 승격에 따른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등 3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친 뒤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공식 출범을 알린 것이다.

부 승격 이전의 국가보훈처장은 합의제 행정기관을 제외한 장관급 기관장 가운데 유일하게 국무위원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승격으로 다른 행정 각부의 장관과 동등하게 국무위원으로서의 위상과 권한을 갖게 되면서 국가유공자 등 보훈대상자에 대한 예우를 보다 확실하게 할 수 있게 됐다. 당초 승격 이전의 국가보훈처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국무회의 부서권 및 독자적인 부령 발령권이 없었기에 행정 각부와의 관련 정책 조정권 행사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부 승격을 통해 국가보훈부는 국무회의 부서권 및 독자적 부령 발령 권한은 물론 지방자치 관련 위임사무 부여 및 지방행정의 장에 대한 지휘권까지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부 승격 이후 기존 1실 9국 24과 체제에서 2실 10국 29과로 확대되는 등 조직 구성 자체에도 변화가 생겼다. 구체적으로는 보훈정책을 총괄하는 보훈정책실이 신설되고, 보훈정책관, 보훈문화정책관, 보훈예우정책관을 둬 이를 보좌하도록 했다. 또 보훈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보훈의료심의관 및 보훈문화콘텐츠과, 현충시설정책과, 홍보담당관, 심사기준과, 보훈정책총괄과 등 5개 과도 신설됐다.

국가보훈부 “보훈정책 추진 통한 ‘보훈의식 향상’ 노력할 것”

국제 조사기관 ‘세계 가치 조사(world values survey)’의 제7차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나라에 대한 자긍심’은 총 64개국 중 48위로 집계됐다. 특히 ‘참전 의사 없음’은 64개국 가운데 17위였다. 국민으로서의 자긍심 및 공동체 의식이 상당히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가보훈부는 향후 보훈선양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보훈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국민 공동체 의식 및 보훈의식 함양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를 보훈 선진국으로 드높이기 위해 보훈외교 대상 범위 확대 및 사업 다양화 등 방안도 모색한다. 국가보훈부는 국제보훈사업을 확대·추진함으로써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까지 국가보훈부의 정책 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기존 전투지원국, 의료지원국과의 협력·우호 증진 정책을 내실화해 외교관계를 더욱 견고히 하고 나아가 국가 외교정책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보훈부는 향후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를 위한 맞춤형 보훈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보훈교육 활성화, 보훈 인프라(현충시설, 기념사업 등)의 연계 등 다양한 보훈선양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관련 사업을 확대·추진함으로써 국민 공동체 의식 및 보훈의식 함양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3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부조직법’ 공포안에 서명한 뒤 축하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명칭도 직책도 ‘왔다 갔다’, 이제는 정착돼야

국가보훈부의 ‘급’은 정권에 따라 뒤죽박죽 엉켜 있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장관급으로 격상됐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다시 차관급으로 격하됐다.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장관급으로 격상됐지만 지위만 격상되고 명칭은 처장으로 결정됐다. 그러다 이번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 ‘처’에서 ‘부’로 격상됐고, 지위도 장관급으로 승격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국가보훈처(부)에 대한 일관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 2월 국가보훈부의 의전 서열이 9위까지 오르며 신뢰도가 어느 정도 제고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국가보훈부에 대한 정권마다의 시선 차이가 여전한 만큼 앞으로 나올 정책의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훈부에 대한 정부 정책이 일관성 없이 뒤죽박죽이라면 보훈선양 정책의 국민적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현 정부도 국가보훈부의 완전한 안착에 힘을 쓰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보훈처의 국가보훈부 승격을 기념해 정부조직법 공포안에 직접 서명했다. 부처 신설과 관련한 법안에 전자결재를 대신해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 정부가 국가보훈부 승격의 중요도를 얼마나 높게 잡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부 승격 이전의 국가보훈처는 원활한 보훈정책 추진에 한계가 많았다. 때문에 그동안의 보훈정책은 양적으로는 꾸준히 확대돼 왔으나 질적 향상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 이번 부 승격 이후 국가보훈부는 보다 폭넓은 권한을 갖고 보훈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질적 수준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훈문화는 곧 국격이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 이들을,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지 않는 국가에 미래란 있을 수 없다. 국가보훈처의 부 승격을 통해 우리나라의 품격이 한층 달라질 수 있으리란 기대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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