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콘텐츠] 나영석 PD “PPL 없으면 적자, 콘텐츠 제작구조 문제”

나영석 PD, 유튜브 ‘채널 십오야’ 적자 고백 “PPL 없이 수익 낼 수 없는 구조 문제, 인력 감축 제안 받기도” TV 방송과 유튜브 채널의 차별점에 고민

사진=침착맨 유튜브 방송 캡처

나영석 PD가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 수익을 공개하며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12일 나영석 PD는 만화가 이말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침착맨]에 출연해 콘텐츠 관련 여러 고민을 털어놨다.

연봉 40억원 이상, 예능계 스타PD 원톱으로 꼽히는 나영석은 지난 1월 CJ ENM을 퇴사하고 CJ ENM 산하 레이블인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으로 이적, CJ ENM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대기업의 규정으로 제약받지 않는 ‘콘텐츠 제작 자율성’을 확보했다. KBS 퇴사 후 11년 만에 완전히 방송국에서 발을 뺐다.

TV 예능이 잘 되는데 굳이 외부(유튜브, OTT 등)로 향한 나 PD는 “트렌드는 계속 바뀐다. 남들은 다 정거장에서 내려 다음 기차를 타는데, 나만 이 자리가 편하다고 앉아있으면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도전한 이유도 더 과감한 걸 시도해 보고자 함이었다. 그는 “TV가 화장하고 양복을 입고 하는 느낌이라면 유튜브는 다 지우고 슬리퍼 신고 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나 PD 제작 콘텐츠가 공개되는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는 536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침착맨(215만명)과 비교하면 약 2배에 가까운 수치다. 하지만 그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유튜브 콘텐츠가 회를 거듭할수록 기존의 TV 정규 예능처럼 변한다는 것.

“유튜브는 자극적이다. 시청자 반응도 즉각 볼 수 있고, 성과도 보인다. 처음 구독자 수가 10만, 100만 늘어갈 때는 너무 재미있었다. 산에서 도토리 줍는 느낌이었다. 도토리묵을 만들려고 했는데, 나중에는 내가 왜 이걸 줍고 있는지 모르겠더라.”

단출하게 시작한 유튜브는 어느새 카메라 감독 20명이 투입된 프로젝트가 됐다. 소규모로 TV와 살짝 다른 맛을 보여주는 걸로 만족했던 처음과 달리 규모의 확장과 함께 초심을 잃었다는 고백이다. 나 PD는 “구독자 증가에 신이 나서 점점 힘을 주게 됐다. 어느 순간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채널 십오야]에는 신서유기, 출장 십오야, 송민호의 파일럿, 악마정남, 삼시세끼 여러 버전 등이 담겨있다. 소박하게 시작한 프로젝트는 이제 거대해졌고, ‘자기복제 아이콘’임을 쿨하게 인정한 그는 하반기 리프레시를 위한 휴식을 생각하고 있다.

사진=침착맨 유튜브 방송 캡처

침착맨 채널에 놀러 온 ‘산업스파이’ 나 PD는 “채널 소유자가 방송의 주인공이다. 내가 커피숍을 운영하는데, 내가 아르바이트를 해야 돈을 많이 가져가는데, 사람을 구하면 월급 주고 남는 게 없다”고 비유했다.

그는 필연적으로 광고와 스폰서가 필요한 콘텐츠 제작 구조를 지적하며 “스폰서를 받지 않으면 도저히 운영이 안 된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데 [채널 십오야] 작년 결산 결과는 적자다. PPL을 받지 않으니 제작비가 오롯이 저희 몫이 됐다. 너무 웃기지 않나. 이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나 PD는 “특집 출장에는 스폰서를 붙이지 않는다. 서로 광고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큰 프로젝트일수록 협찬, PPL을 안 받는다. 조회 수로 얻는 수익은 제작비에 비하면 크지 않다. 적자 폭이 크지는 않지만, 적자는 적자”라고 덧붙였다.

인력감축을 제안받기도 했다는 그는 “최근 ‘스태프 3분의 2는 없애야 한다’고 말한 분이 계셨다. 그런데 저희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1인 미디어가 조금씩 살을 붙여가는 것과 다르게 우리는 프로 집단에서 떼어서 한 거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쉽지 않다”고 밝혔다.

자신의 마음속 한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과거 KBS 연출 시절부터 답습된 ‘생방송은 리스크다. 리스크는 되도록 짧게 만드는 것이 좋다’는 고정관념이 강하다는 것. 그래서 결국 유튜브 콘텐츠의 결과물 또한 방송처럼 완성된다고 하소연했다. 생방송으로 구독자, 시청자와 소통하며 실시간 반응을 즐기는 침착맨은 나 PD에 “실수하면 비난이 쏟아지겠지만, 그 위험 때문에 생방송을 안 하는 건 안 된다. 리스크가 있기에 재미있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튜브를 포함한 OTT 플랫폼 및 콘텐츠 수가 증가하면서 저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K-콘텐츠 퀄리티를 높였다. 더 큰 규모와 화려한 스타 캐스팅,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소재를 내세우며 시청자 눈에 들기 위해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콘텐츠와 시청자 확보 만으로는 하늘 높게 치솟은 제작비 회수에 한계가 있다. 결국 PPL, 협찬, 광고 등 인위적 요소를 넣어야만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이 기형적으로 기울어진 구조는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다.

PPL 도입 초반 거부감을 드러내던 시청자들은 이제 콘텐츠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인지하고 ‘그러려니’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금 유입은 콘텐츠의 질을 낮추고, 방향성까지 꺾게 하는 의외의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물론 [채널 십오야]는 주로 스타 출연 콘텐츠로 타 채널과 제작비를 비교하기 어렵지만,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 유지를 위한 구조 개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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