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심화되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한국의 생존방안은?

국회도서관, 12일 미·중 기술 패권경쟁 관한 팩트북 출간 각국 주요 첨단기술과 보호 전략, 한국의 현 상황 정리 미래 생존을 위해 국가전략 프로젝트, 디지털 전략 등 역할 강조

12일, 국회도서관이 팩트북 ‘기술 패권’을 발간했다.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지난 8월 ‘반도체와 과학법’을 발효해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기 시작했으며, 중국은 ‘14차 5개년 규획’을 통해 7대 기술 및 8대 산업을 선정해 기술혁신 강국을 향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유럽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유럽 신산업전략 개편안’을 발표해 산업구조 및 공급망 재편에서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고, 일본은 지난 5월,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제정해 중요 물자의 공급망 확보 및 특정 중요기술 개발지원을 확대했다.

국회도서관은 이번 팩트북을 통해 요동치는 국제 상황 속에서 해외 각국의 첨단기술과 전략, 한국의 기술주권 확보를 위한 전략, 앞으로의 전망 등을 제시하며 미래산업 생존을 위해 우리나라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제시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vs 미국의 굳건한 패권, 누가 세계 1위 차지할까?

패권이란 자원의 압도적 우위라는 뜻으로, 기술에 적용하면 특정 국가가 기술로 다른 나라를 압박하여 자기 세력을 넓히는 권력이 기술 패권이다.

최근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에 따르면 미국에 수출하는 물품의 주요부품에 중국산을 배제하지 않으면 불이익과 차별을 주고,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들의 부품은 허용하지만,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사실상 중국 저격용 법안인 것이다.

뿐만 아니다. 중국은 미국의 한국 사드 배치에 한한령(한류 콘텐츠 제재)을 내렸으며, 화물차나 경유차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의 핵심 물질을 수출하지 않는 등 경제보복을 감행했다. 일본도 일명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의 수출 제재령을 내려 한국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가했으며, 유럽 역시 내년 초 원자재법을 발효시켜 일부 부품 수출에 제재를 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세계 각국의 움직임은 패권 국가이던 미국이 중국의 급부상으로 자리를 위협받으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중국은 풍부한 내수 시장과 국가의 적극적 투자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각되고 있는 반도체, 인공지능, 5G 통신, 이차전지, 바이오 분야에서의 기술 발전을 통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다자간 협력체를 구상해 기술 공급망을 재편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본래 미국은 자국 GDP의 40%를 넘는 경제대국이 부상할 경우 무역, 금융, 자원을 이용해 도전국을 제압하는 방식으로 패권을 유지해온 바 있다. 

소련은 1970년대 미국 GDP의 42%에 도달했다. 미국은 곧바로 전략방위구상(SDI)을 포함해 대대적인 군비경쟁을 일으켰고, 제4차 중동전쟁으로 인해 석유가가 하락해 소련이 경제적 타격을 받자 소련은 절차대로 붕괴되어 버렸다. 

일본 상황도 다르지 않다. 1985년, 일본 GDP가 미국 38%에 도달하자 미국은 ‘플라자 합의’를 체결해 엔화 절상을 유도했다. 그 결과 1995년 당시 미국 GDP의 71%까지 도달했던 일본은 2017년 25% 수준으로 추락하며 ‘잃어버린 30년’에 빠져들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성장을 향해 동맹국 중심의 민주주의 기술동맹을 체결해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기술동맹을 견제하고 다자간협의체(IPEF, CHIP4 등)를 추진하며 견제에 나섰다. 동맹국 역시 효율성 극대화를 중시하는 기존의 ‘글로벌 가치사슬’ 체제에서 벗어나 복잡한 정치적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국의 기술주권을 수호하고 국가 경쟁력을 위해 동맹을 맺는 ‘기술 블록화’도 본격화되고 있다. 

인류 사회에서 세계의 패권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은 과거부터 있어왔기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세계의 주요 첨단기술과 한국의 현재 상황

현재 전 세계에서 각광 받는 주요 첨단기술은 크게 ▲반도체 ▲5G ▲AI(인공지능) ▲이차전지 ▲바이오 총 5가지이다. 

반도체는 미국을 비롯한 중국, EU, 일본, 대만, 한국 모두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미국은 설계와 장비, EU는 장비, 일본은 소재와 장비, 대만은 위탁생산, 한국은 공정・제조 분야에 특화되어 있어 이를 살리는 방향으로 정비될 전망이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기술력으로 미국이 선도하고 있지만, 중국이 2010년 반도체 산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뒤로 반도체 생산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및 지정학적 우려 해소를 통한 반도체 칩 확보가 더 강조되고 있다.

5G는 중국 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사실상 미・중 기술 패권 다툼의 시발점이 된 기술이었다. 대체로 미국이 선도하고 있으나 중국이 적극적 투자와 기술개발로 미국과 대등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국가별 5G 다운로드 속도에서 438Mbps로 1위, 최대 다운로드 속도에서도 866.9Mbps로 선두를 차지했다.

AI(인공지능)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과 대학이 포진된 미국이 선도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중국이 국가 주도의 강력한 지원책을 펼쳐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2021년 전년 대비 24.1% 성장해 9,435억원의 매출 규모를 자랑했지만, 세계시장에서의 비중은 미미한 상황이다.

이차전지는 전기차의 시장 보급으로 급격히 성장한 바 있다. 현재 일본이 핵심 원천기술을 보유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한국이 생산 및 제조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도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질 때마다 공급 부족과 가격 변동성 등의 리스크를 동시에 갖고 있다.

바이오는 생명공학기술을 바탕으로 생물체의 기능과 정보를 활용해 인류의 건강 증진, 질병 예방・진단・치료에 필요한 유용물질과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에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질병 진단 및 치료, 백신 개발로 인해 2020년 5,041억 달러에서 2027년 9,114억 달러로 연평균 7.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유전체, 유전자 치료기술, 맞춤형 신약개발, 신·변종 감염병 대응기술, 인공장기 등 세부 기술에서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이 산업을 이끌고 있으며, 글로벌 바이오산업 시장은 북미와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전체의 인프라 부족으로 유전체 관련 연구에 대한 지도력 및 집중도가 떨어지며 유전자 치료 관련 사회적 관심은 많지만, 그에 비해 전반적 과학기술·개발 및 임상 환경 경쟁력이 부족하고 지원도 턱없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낮은 종목이기도 하다.

각국의 기술주권 확보 전략, 한국 ’12대 국가전략기술’ 제정 → 육성·보호 나섰다

미국은 기술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종합과학기술 전략 입법으로 ‘반도체 및 과학법’을 제정했다. 앞서 말한 IRA 역시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위한 견제 법안이다. 

이에 중국은  2021년 3월, ‘제14차 5개년 규획’을 발표하여 대내적으로 중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질적 제고를 도모하고, 대외적으로는 미·중 갈등 심화와 장기화에 대응한 대외 리스크 감소를 목표로 하는 중장기 발전전략과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5월, ‘유럽 신산업전략 개편안’을 발표하여 코로나19 확산 및 미·중 갈등 심화 등을 배경으로 경제회복, 산업구조 및 공급망 재편에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독일은 ‘하이테크 2025 전략’과 ‘2030 국가산업전략’을 발표하여 경제적·기술적 역량 및 산업 주도권을 되찾겠다고 나섰으며, 영국은 ‘영국 연구개발 로드맵’을 발표하여 영국의 R&D 분야 육성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설정했다. 

일본은 2022년 5월,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제정해 연구개발 강화 및 기술 유출 방지로 기술·산업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두고 있다. 

한국의 12대 국가전략기술. <사진 출처 = 국회도서관>

한편 한국은 과학기술 혁신 전략으로 국가전략기술 12종목을 설정했다. 기술 강국을 위한 범부처 합동 전략인데, 이 12가지를 집중 육성해 국가 필수전략으로 삼고 보호에 나설 전망이다.

‘국가전략기술 프로젝트’는 초격차·대체불가 기술 확보를 위한 민관합동 대형 R&D 프로젝트로 5~7년 내에 가시적 성과 창출이 가능한 임무 및 목표를 발굴하고 집중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선정된 기술에 대한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 정부는 5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위한 국가 연구개발(R&D) 체계 혁신 ▲미래 혁신기술 선점 ▲기술혁신 주도형 인재 양성 ▲국가 디지털 혁신 전면화 ▲모두가 행복한 기술 확산이 그것이다.

나아가 2022년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 디지털 정책을 이끌어 갈 범정부 합동 전략으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디지털 경쟁력이 곧 국가의 역량이며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적 요소로 전략적 가치고 높아진다는 판단 아래 수립한 것이다. 정부는 초격차 기술력 확보, 충분한 디지털 자원 확보,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양성, K-디지털 실현 등의 계획을 세우고 추진 중에 있다.

이명우 국회도서관장은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초격차 전략기술 선정과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이번 팩트북기술 패권이 우리나라 국민경제 발전과 국가안보를 위한 정책 마련에 유익한 자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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