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저한세로 다국적 기업 ‘정조준’한 정부, “조세 회피에 천국은 없다”

'세금 천국'의 끝?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이 시사하는 건
국내 기업 250개사가 대상, '절세 전략'에 고민 깊어지는 대기업들
일각선 '투자 위축' 우려도, "세밀한 대응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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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글로벌 최저한세를 본격 시행한다. 세율이 낮은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법인 이익을 세금 부담 없이 쌓아 두고 국내 법인세를 회피해 온 기업들이 주요 타깃이다. 고정사업장 등 기존 국제조세 규범과 충돌해 상당한 혼선이 예상되는 만큼 디지털세 전담 태스크포스(TF)와 회계처리 시스템을 갖춰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글로벌 최저한세, 내년 1월 1일 본격 시행

내년 1월 1일부터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가 시행된다. 글로벌 최저한세란 국가별로 계산한 실효세율을 기준으로 대상 기업에 대해 특정 국가에서 최저세율(15%)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할 경우 그 차이에 대해 모기업이 소재한 국가에 추가 과세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에서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방지를 위해 합의해 현재 143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관련 규정을 담은 국조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이영주 기재부 신국제조세규범과장은 “통상의 법인세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활동을 정리해서 (3개월 뒤인) 2025년 3월까지 내야 한다”면서 “최저한세 최초 신고일은 국가별 활동을 정리해야 하는 만큼 회계연도 종료 후 18개월 뒤로 했다”고 전했다.

기업의 내밀한 경영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해당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온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은 당장 내년부터 기업의 재무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세금을 회피해 온 다국적 기업이 주 대상이다. 헝가리, 베트남,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등 세율이 낮은 국가에 법인을 두는 것이 의미가 없어져 해외법인 이전을 검토하는 기업도 늘어날 전망이다. 정찬우 법무법인 원 세무사는 “글로벌 기업들이 조세조약상의 특례규정을 이용해 기업의 소재지를 쇼핑하듯 선정하고 페이퍼상으로만 해외법인을 설립해 법인소득세를 회피해온 것은 공개된 비밀”이라면서 “법안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법인의 이익을 세금 부담 없이 특정 국가나 지역에 쌓아 두는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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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dobe Stock

조세 회피 겨냥한 정부, 기업선 ‘부작용’ 우려도

글로벌 최저한세의 목적은 다국적 기업이 전 세계 어느 관할 지역에서 소득이 발생하든 일정 세율만큼의 조세를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조세 회피를 막고 각국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막기 위함이다. 글로벌 최저한세의 구체적 적용 대상은 직전 4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 이상의 연결재무제표 매출액이 7억5,000만 유로(약 1조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이다. 다국적 기업의 구성 기업 중 동일 국가별 구성 기업 간 소득과 세액을 합산해 실효세율을 산정하고 해당 실효세율이 15% 미만인 경우 그 15% 미만이 되는 금액에서 초과이익을 차감해 추가세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단 동일 국가 기준으로 해당 사업연도와 그 직전 2개 사업연도의 매출액 평균이 1,000만 유로(약 140억원) 미만 혹은 글로벌 최저한세 소득 및 결손 금액 평균이 100만 유로 미만인 경우 추가세액을 0원으로 신고할 수 있다.

다국적 기업의 지분 구조(부분소유중간모기업, 소수지분구성기업, 공동기업) 별로 실효세율을 산정하는 방법 또한 달라진다. 기업 차원에서 적용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이 본격화된 이후 대기업들은 대부분 디지털세 전담 TF를 만들어 사전 준비 중이나, 한 달여 전 겨우 상황을 파악한 기업도 적지 않은 만큼 당분간은 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 세무사는 “고정사업장, 이전가격, 조세피난처 등 수십 년 이상 지속된 기존 국제조세 규범 문제해결 방식과 충돌해 상당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해당 기업은 글로벌 거래현황을 일정 기간 단위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해외진출 국가의 조세문제를 협의할 전문가 채널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으로 글로벌 최저한세가 적용되는 기업은 최종 모기업이 그 소재국에서 해당 추가세액을 납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부터 해외에 진출한 연결매출 1조원이 넘는 중견기업까지 250여 개사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대기업들이 추진하던 ‘절세 전략’이 고민에 빠지게 된 셈이다. 일각에선 비용 부담 및 조세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오상범 삼정케이피엠지(KPMG) 부대표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적용하는 기업의 경우 내년 1분기부터 실제 납부해야 할 추가세액을 추정해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며 “세밀한 준비와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작용만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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