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에 1,000만 가구 육박한 ‘1인 가구’ 수, 국가 정책과 산업계도 변화중

인구 감소세에도 늘어나는 주민등록 가구 수, 이유는 ‘1인 가구 증가’ 밀키트, 올인원 가구, 도심지 내 원룸 증가 등 산업계도 변화 중 1인 가구 기능적 공백 메울 국가 역할 부상

최근 수년 동안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해 1,000만 가구에 육박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즉 10가구 중 4가구가 홀로 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와 지자체 정책도 변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1인 가구를 겨냥한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인 가구 폭증세

22일 행정안전부에서 발간한 ‘2023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국 주민등록 인구수는 5,143만9,038명으로 2021년 말보다 0.39% 감소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인구 감소에도 주민등록 가구수가 0.99%가량 늘었단 점이다.

이는 1인 가구의 급증과 관련이 있다. 행안부의 이번 통계에 따르면 2013년 687만8,000가구에 불과하던 1인 가구는 972만4256가구로, 전체 가구의 41.0%를 차지하고 있다. 조상언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 주민과장은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 초에는 1인 가구가 1,000만 가구를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1인 가구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50대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70대가 1855,150가구(19.1%), 60 1758,095가구(18.1%), 50대가 1616,451가구(16.6%)였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자식들과 같이 살지 않는 데다 배우자가 사망하면서 혼자 남은 노년 가구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저출산, 고령화, 지방 소멸 등의 여파로 1인 가구 증가세는 갈수록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1인 가구가 불러온 ‘싱글 이코노미’

1인 가구의 증가는 산업계에도 지각 변동을 가져왔다. 바로 미혼의 독신 남녀들이 만들어 내는 경제 시장인 싱글 이코노미의 도래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1인 가구에서 애용하는 가정간편식 산업이 5조원 대의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으며, 산업연구원도 2030년 1인 가구 소비 시장이 3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 추산했다.

이에 발맞춰 대형마트는 4인 가족이 아닌 2인이나 1인 가구를 겨냥해 소포장 상품 출시를 늘리고 있으며, 가구 시장에는 침대·옷장·거울장·책상 등을 한데 모은 올인원 가구들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주거 공간도 도심지에서 먼 외곽 주택보다는 도심지 내 원룸 등 소형 주택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이같은 산업의 변화는 지자체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자체에서 1인 가구에 특화된 거주지역을 확대하며 관련 정책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일례로 서울시는 지난 6 1~2인 가구를 위한 주거 안정 대책인서울형 공공기숙사 건립사업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사업은 신림동 노후 고시원 리모델링이나 정비사업 공공기여로 확보한 부지를 통한 기숙사 건립으로 청년과 노약자를 비롯한 주거취약 1~2인 가구의 주거 공간을 늘리는 것이 골자다.

1인 가구 돌볼 사회서비스 확충 필요

이처럼 삶의 형태가 급속도로 변화되는 만큼 법과 세제 등 각종 국가 정책 및 사회제도가 1인 가구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 금융경영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 과거 가족이 담당했던 기능을 지역사회와 국가가 수행해야 한다”며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 1인 가구 비중이 높음에도 출산율이 유지되고, 고령에도 평안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1인 가구와 2인 이상 가구는 삶의 형태에서 큰 차이가 존재한다. 1인 가구는 주거 혹은 식생활에서 규모의 경제가 약하고, 범죄나 질병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정서적인 문제가 생기기도 쉽다. 이외에도 1인 가구의 증가는 총인구 대비 가구 수 증가를 불러일으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에 정부는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심리 상담 및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위해 사회서비스를 민간 주도로 혁신하고,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1인 가구의 수요에 맞게 새로운 사회서비스 모델도 개발해 공급할 예정이다. 주거와 관련해서는 LH 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 공사 등에서 운영하는 행복주택, 원룸형 임대주택, 청년협동조합 공공주택, 희망하우징, 두레 주택, 대학생 전세 임대 등을 늘릴 방침이다.

지자체에서도 1인 가구 정책 수립에 나섰다. 지난 1월 경기도는 ‘제1차 경기도 1인 가구 지원 5개년 기본 계획(2023~2027)’을 수립하고, 경기도 내 1인 가구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계획에 따라 경기도는 5년간 총 5조6,430억원을 투입해 ‘병원 안심 동행 서비스’ 등 37개 과제를 추진할 전망이다.

김 교수는 “국가 단위 공동체가 가족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다면 저출산이나 노인 빈곤, 고독사 등의 사회 문제는 속출할 것”이라며 “1인 가구 중심 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하고 적극적인 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AI나 메타버스 등 첨단 기술의 발전이 1인 가구의 기능적 공백을 채울 수 있지만 완벽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곧 도래할 1인 가구 사회에서 인간의 행복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경제·사회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국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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