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장비 공장’ 밀집지 이시카와현, 혼슈 지진에 ‘휘청’

혼슈 지진 '직격탄' 맞은 이시카와, 日 반도체 기업 대거 휩쓸렸다
인근 지역에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요 반도체 공장 다수 위치
동일본 대지진의 공포 이어질까, 일본 의존도 높은 韓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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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7.6의 강진이 일본 혼슈 서부 해안을 휩쓴 가운데, 국내 산업계가 반도체 공급망 장애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진의 진앙인 이시카와현에 다양한 소재·부품·장비 업체가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세계 시장을 덮쳤던 반도체 공급망 장애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진앙 이시카와, 주요 반도체 공장 밀집 지역

일본 기상청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발생한 이시카와 강진으로 2일 오후 8시 기준 48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피해민은 이시카와현과 니가타현 등을 중심으로 5만7,000여 명에 달한다. 상당한 강진에 현지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산업계 역시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진앙인 이시카와현 및 인근 후쿠이현, 도야마현 등에 IT 관련 소재·부품·장비 업체가 집중 분포돼 있어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일본 기업은 전 세계 반도체 소재 시장의 약 52%를 점유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제조 분야의 경우 전 세계 상위 15개 기업 중 7개가 일본 기업이다. 특히 범용(레거시) 반도체를 생산하는 웨이퍼 공장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상당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 일본에서 고강도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반이 휘청이는 이유다.

특히 이시카와현에는 △전력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도시바 △가전제품, 구동 모터, 리튬 이온 전지 등을 생산하는 파나소닉홀딩스 △반도체 증착 장비를 생산하는 히타치 고쿠사이일렉트릭 등 수많은 반도체 소재·장비 기업이 제조 공장을 두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의 경우 내진 설계가 의무적으로 적용돼 있지만, 업계에서는 상당한 강진인 만큼 내진 설계를 믿고 안심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문제는 본진 발생일이 휴일인 새해 첫날이었다는 점이다. 최소 3일에서 최장 8일까지 새해 연휴를 갖는 일본 문화 특성상, 아직 각 기업의 피해 상황은 좀처럼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지에서는 연휴 이후 정식 출근일인 4일에야 구체적인 피해 상황 및 복구 계획이 전달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1 ‘동일본 대지진’ 악몽 반복되나

IT 업계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산업계 혼란을 회상하고 있다. 당시 동일본을 휩쓴 대지진과 지진해일의 여파로 일본 내 전력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했고, 일본 도쿄전력은 부득이하게 제한 송전을 시행했다. 전력 공급이 제한되자, 당시 세계 1위 반도체 웨이퍼 업체였던 신에츠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일본 반도체 소재·장비 제조업체의 생산량은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당시 플래시 메모리카드 업체인 샌디스크는 정전으로 인해 샌디스크 낸드플래시 공장 생산을 일시 중단했고, 시스템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의 생산 시설 8곳도 가동을 멈췄다. 후지쯔 반도체 공장, 모토로라 일본 반도체 공장도 지진의 타격을 입었다. 이외로도 원자재 수급망, 교통망, 인프라망 등 기반 시설 대부분이 지진 피해를 입으며 업계 전반이 혼란에 휩싸였다. 글로벌 공급망은 한 차례의 지진에 손쓸 틈 없이 휘청였고, 반도체 가격은 순식간에 뛰었다.

전문가들은 동일본대지진(피해액 20조 엔)과 비교했을 때 이시카와 지진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IT 분야에서 대일본 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자칫 공급망 장애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업계 전반이 혼란을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 관련 시장은 숨을 죽인 채 혼슈 지역의 상황 변화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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