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적신호’, 채권단 신뢰도 구축에 난항

3일 오후 태영건설 워크아웃 자구안 설명회
에코비트, 블루원 등 계열사 매각 방안 제시 예정
‘울며 겨자 먹기’ 채권단 동의 끌어낼까
태영그룹-지배구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드러난 태영건설의 기업구조 개선 작업(워크아웃) 추진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오늘(3일) 예정된 채권단 설명회에서 태영건설이 발표한 자구안에 소유주 일가가 내놓을 사재 관련 구체적 출연 규모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채권단이 반대의 의지를 내보였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무산으로 태영건설이 법원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현재 공사 중인 단지의 분양 계약자 및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워크아웃 첫걸음부터 ‘삐걱’

3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사들은 태영건설의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에 1,000억원대 태영건설 보증채무 가운데 상당한 금액의 상환을 촉구했다. 이에 티와이홀딩스는 전체 보증채무 중 상환 요청이 있는 일부 금액을 결제했다. 다만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별도의 상환 요청이 없어 처리되지 않고 있는 보증채무가 수백억원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건설은 오늘 오후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서 400곳 이상의 채권단을 대상으로 자구안에 관한 설명회를 가진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소유주 일가의 사재 출연 규모를 비롯해 보증채무 처리 방안 등이 주요 쟁점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앞서 태영건설은 남은 보증채무에 대해 유예 또는 일부 감면 조치를 취해주면 소유주 일가의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태영건설과 티와이홀딩스가 제시한 자구책이 시장과 당국의 불신을 불러일으킨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티와이홀딩스는 지난달 28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당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을 통해 2,400억원을 마련해 태영건설의 상거래채권 1,485억원을 상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또 매각 자금 중 나머지 부분을 태영건설에 대여하겠다고 공시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 도래 상거래채권 1,485억원 가운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이하 외담대) 451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 상환해 금융권의 불신을 샀다. 금융계는 물론 당국 내부에서도 태영건설이 외담대에 대한 상환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티와이홀딩스와 태영건설의 행보를 두고 주력 사업인 SBS를 지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태영건설의 자구 노력에 대한 불신이 시장을 뒤덮은 가운데 3일 오후 예정된 채권단 설명회에서 태영건설이 신뢰를 회복할 정도의 자구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관계자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자구안에 에코비트, 블루원 매각 등을 제시했지만, 구체적 출연 규모에 대해서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채권단 설득 여부에 따라 워크아웃의 향방이 결정되는 만큼 창업주인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기업 소유주의 사재 출연과 관련해 2012년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추진하며 당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200억원을 출연했던 점 등을 강조하며 이보다 높은 수준인 3,000억원 이상은 출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태영건설은 채권단 설명회에 이어 이달 11일로 예정된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채권단의 신용공여액 중 75% 이상 동의를 얻을 경우 워크아웃이 확정되지만, 부결 시 워크아웃 절차는 무산되고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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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시장 뇌관 터지나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금융계는 물론 건설·부동산 업계에도 초미의 관심사다. 금융당국이 아직 착공 전 또는 분양 전인 부동산 PF 사업장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는 소위 ‘옥석 가리기’를 예고한 탓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시작으로 134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투입된 부동산 PF 시장 내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태영건설의 순수 부동산 PF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3조2,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3,956억원이 만기 도래한 PF 보증채무다.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은 478%로 국내 35위(시공능력 기준) 내 주요 건설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28일 480억원 규모의 서울 성수동 사무용 빌딩의 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워크아웃에 돌입하자,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NICE신용평가)는 일제히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A-’에서 ‘CCC’로 하향 조정했다.

수분양자 등 피해자 양산 우려에 ‘헤어컷’ 가능성 대두

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무산이 불러올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타 PF 사업장은 물론 태영건설의 기존 수분양자 및 협력업체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중 분양이 진행돼 수분양자가 있는 사업장은 전국 22개 현장으로 총 1만9,869가구 규모다.

일반 수분양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채권의 가격을 현실화하거나 일부 탕감하는 이른바 ‘헤어컷’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현저히 떨어졌을 때 기존 채권의 가치를 고수해 파산을 기다리기보다는 일부를 경감하는 방식으로 안전을 택하는 채권자가 대다수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전날 그룹 임직원들에게 전한 새해 인사 글에서 “2023년 영업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흑자 부도를 막기 위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금 상황이 너무나 야속하고 안타깝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조기 졸업하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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