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은행 점포 폐쇄에 금융당국 ‘예의주시’, 3분기 영업점 수 증가세 전환

3년간 해마다 200개 이상 감소한 은행 영업점
지점 폐쇄 제동에 고령층 겨냥 특화 점포로 전화위복 노려 
금융당국의 ‘금융소외계층 접근성 제고’ 성과 거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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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감소세를 이어오던 국내 시중은행의 영업점 수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당국이 금융취약계층 포용을 내세워 은행권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팬데믹을 계기로 비대면 금융 확산에 따른 디지털 전환과 비용 효율화에 주력하던 은행들은 특화 영업점 개설이나 타 은행과의 상생으로 대응에 돌입했다.

오프라인 소비자 줄고, 온라인 소비자 늘었다

26일 각 은행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영업점(출장소 포함) 수는 3분기 말 기준 2,841개로 집계됐다. 이는 2분기 말 2,835개보다 6개 증가한 수치다. 은행권 오프라인 점포가 큰 폭으로 감소한 2020년 이후의 흐름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시중은행은 그동안 디지털화와 비대면 전환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그에 따른 비용 증가를 이유로 오프라인 영업점 수를 줄여왔다.

지난해 12월 기준 4대 시중은행의 국내 영업점 수는 총 2,873개로 전년(3,079곳)보다 6.7% 줄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의 지점 수가 711개로 전년(784개)보다 74개(9.4%)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고, 이어 국민은행 (56개·6.1%), 우리은행 (55개·7.2%), 하나은행 (21개·3.4%)이 뒤를 이었다. 이들 은행의 영업점 수는 2020년 이후 매년 200개 이상 감소세를 이어 왔다.

영업점 수가 줄어들며 임직원 수 또한 감소했다. 4대 시중은행의 임직원 수는 2021년 말 5만4,323명에서 지난해 말 5만3,124명으로 1,199명(2.2%) 줄었다. 임직원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하나은행으로 2021년 6,161만1,302명에서 지난해 1만686명으로 616명(5.5%) 감소했으며, 이어 우리은행은 (380명·2.8%), 신한은행(123명·1.0%) 국민은행 (80명·0.5%) 순을 보였다.

이처럼 시중은행의 영업점 수와 임직원 수가 일제히 감소한 배경으로는 팬데믹 이후 활성화한 비대면 금융이 꼽힌다. 기존 영업점에서 처리하던 업무의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영업점 축소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국내은행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인터넷뱅킹 등록 고객 수는 2억704만 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8.5% 늘었다. 이 기간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자금이체 및 대출신청서비스 이용 건수와 금액은 일평균 1,971만 건과 76조3,000억원으로 각각 13.8%, 8.2% 증가했다.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으로 강도 높은 제재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영업점 축소를 예의주시했다. 오프라인 영업점 폐쇄에 따른 온라인 취약계층의 불편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올해 은행 부문 감독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은행 영업점 폐쇄에 따른 금융소비자 불편 최소화’를 강조했고,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영업점 폐쇄 관련 절차를 법제화하는 방안 추진에 돌입했다.

올해 5월부터는 한층 적극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영업점 폐쇄로 인터넷뱅킹 등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비롯한 금융소외계층의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다. 금웅당국은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통해 은행들이 영업점 폐쇄를 결정하기 전에 소비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폐쇄 여부 등을 재검토하도록 했다. 또 영업점 폐쇄를 위한 사전영향평가에 2명 이상의 외부 전문가를 선임하도록 의무화했다.

금융당국의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은 3분기 시중은행 영업점 수 증가세 전환으로 이어졌다. 우리은행이 2분기 708개에서 711개로 3개 늘었으며, 국민은행은 794개에서 796개로, 하나은행은 594개에서 596개로 각각 2개 증가했다. 다만 신한은행은 738개로 1분기보다 1개 줄었다.

영업점 확대는 불가피, 소비자 만족 극대화 노린다

특화 영업점의 등장 또한 주목할 만한 변화다. 3분기에 우리은행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고령 소비자를 위한 특화 점포 ‘시니어플러스’ 영업점을 새로 열었다. 고령 인구 밀집 지역에서 어르신 고객에게 맞춤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설명이다. 해당 영업점은 일반 업무 공간 외에도 고령층이 평하게 다양한 휴게공간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외에도 하나은행은 인천 검단신도시 등에 새 영업점을 열며 임산부와 영유아 동반 고객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춘 ‘하나 맘케어 센터’를 조성해 고객의 편의를 도왔고, 국민은행은 대전 서구 둔산동 지역에 한국씨티은행과 공동점포를 열어 비용 절감에 나섰다. 은행권 관계자는 특화 점포를 비롯한 시중은행 영업점 증가세와 관련해 “기존에도 수요에 따라 영업점을 새로 열거나 닫았지만, 전체적으로 문을 닫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며 “은행들이 영업점 폐쇄에 따른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2020년 이후 600개 정도의 은행 점포가 사라졌다”고 지적하며 “어려운 시기에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의 접근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도 올해 상반기 개선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며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은행권의 배려가 부족한 점을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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