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부터 회복까지 정신건강 책임지겠단 정부, 청년 “취업난부터 해결해야”

‘OECD 자살률 1위’ 오명 벗기 위해 정신건강 관리정책 대수술
검사 범위 넒히고 청년층 대상 정신건강 검진주기도 2년으로 앞당겨
청년에게 필요한 건 마음 관리보단 실질적인 해결책, 일자리 문제 해결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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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으로 달라지는 모습/출처=보건복지부

정부가 기존의 정신건강 관리 정책을 전면 대수술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이 겪고 있는 ‘마음의 병’을 더 이상 개인 문제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이에 현재 시행 중인 10년 주기 정신건강검진을 청년층을 시작으로 2년 주기로 단축한다. 또 중증정신질환자의 신속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 대응 체계를 재정비하고, 정신질환자의 일상 회복을 돕는 복지서비스 강화와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힘쓸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신질환을 야기하는 문제가 다름 아닌 취업난·고물가 등 현실적인 문제에 맞닿아 있다며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향후 10년 내로 자살률 반토막 낼 것”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신건강정책 비전 선포대회’를 열고 ‘예방부터 회복까지’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한 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중 자살률 1위고, 정신 질환자가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며 “정책 대전환을 통해 향후 10년 내로 자살률을 OECD 평균(10.6명)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50%로 줄이겠단 얘기다.

복지부는 먼저 지금까지 ‘치료’에만 집중했던 정신건강 관리 체계를 ‘예방·조기 발견→치료→재활→일상 회복’이라는 전 과정으로 확대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내년부터 2027년까지 저소득 1인 가구 및 정신건강 중·고위험군 총 100만 명을 대상으로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정신질환 발병을 조기에 예방하고 의료·돌봄 등 관련 복지 제도와 연계해 상황 악화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정신건강 검진 대상도 대폭 확대한다. 만 20~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며, 검사 질환도 우울증에 조현병·조울증 등을 추가한다. 특히 대학생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지원을 강화해 대학 내 심리지원 노력을 대학 기관 평가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중증정신질환자 응급 대응 체계 재정비에도 나선다. 이에 전국 17개 시·도에 정신건강전문요원-경찰관 합동 대응센터를 설치해 구급대원이 24시간 정신 응급 현장에 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올해 기준 139개인 정신 응급 병상도 두 배로 늘려 시·군·구당 최소 1병상씩 확보할 방침이다. 아울러 중증 정신질환자의 퇴원 이후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해 관련 복지서비스를 개발·확충하고, 경제적 자립 지원을 위한 고용 및 주거 지원에도 나선다.

조 장관은 “오늘 발표한 정신건강정책 혁신 방안은 향후 10년의 장기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4대 전략과 14대 핵심과제로 구성돼 있다”며 “구체적인 예산은 2025년도 예산에 본격 반영되겠지만, 우선적으로 내년에는 복지부의 핵심 사업인 전 국민 마음 투자 지원 사업 539억원을 포함해 3,866억원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고, 정신질환자도 제대로 치료받아 다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검진 제도’가 아니라 ‘팍팍한 현실’에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정책 발표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표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청년 자살률은 심리상담 같은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자리 창출, 고물가·고금리, 인플레이션 완화가 해결되면 청년들이 자살도 안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질적인 해결을 해주지 않으면서 심리상담만 제공한다는 정부의 정책이 ‘말로 전하는 마약’에 불과하단 조롱도 나왔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와 비슷하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30의 우울증과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취업 문제”라며 “취업이 안 되는 데 대한 경제적 압박은 물론, 좋은 회사와 좋지 않은 회사 간의 격차와 이에 따른 사회적 빈부격차가 심화한 데 따른 심리적 압박이 청년층의 우울증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 취업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 실업자는 11월 기준 29만 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7만 명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청년층의 조울증 등 정신건강 관련 진료비 지출 규모도 역대 최대치인 2,500억원에 달한다. 심지어 서울 소재 종합사회복지관의 한 관계자는 “올해 고용불안, 고물가 상황이 작년보다 심화함에 따라 심리적 압박이 커져 청년층의 정신질환 수치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극소수 환자에 국한된 의료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로 판단한 점은 옳다. 하지만 사후약방문식의 해결책으로는 관리비용만 늘어날 뿐 정신질환자 수 자체를 줄일 수 없다. 이에 정신질환을 야기하는 직접적인 원인을 해결하고, 팍팍한 현실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기업 간 격차 해결, 양질의 일자리 조성, 인플레이션 완화 등의 실질적인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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