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폭탄 터질라” 금융·건설사 신용도 ‘빨간불’, 브릿지론 리스크 잠재

신평사들, 다올‧하이證 신용등급 전망 잇달아 하향
신용도 하향 12개사 중 5곳 'PF 리스크 확대'
브릿지론의 본PF 전환 지연 및 우발채무 증가가 원인
인포

금리 상승과 미분양 증가 등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부실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PF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 등으로 시간 벌기를 해왔으나, 연중 부동산 PF에 대한 위기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고 금융회사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위기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단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자본 적정성 지표 하락 등으로 중소형 증권사의 자산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금융·건설사, 한 달새 신용도 집중 하향

11일 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3곳이 최근 한 달간(지난 8일 기준) 채권의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을 낮춘 기업 수는 총 12개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개사는 하향 조정 사유에 부동산 PF 리스크 확대가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이 연이어 등급전망에 타격을 입었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종전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인 A+는 유지됐지만 등급전망이 기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내려왔다. 다올투자증권의 무보증사채는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한기평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9월 말 기준으로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 및 기업여신 규모는 4,83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64.7%에 해당해 양적 부담이 내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후순위 비중(90% 이상)과 브릿지론 비중(30% 내외)을 감안할 때 질적 위험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증권가에 불어 닥친 신용도 하향 바람은 대형 증권사까지 위협하고 있다. 올해만 두 차례 주가 조작 사태에 연루된 키움증권은 3대 신평사로부터 동시에 경고를 받기도 했다. 향후 키움증권의 리스크 시스템이 보완되지 않거나, 평판 하락에 영업 기반이 흔들릴 경우 현재 ‘안정적’ 신용도를 강등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최고경영자(CEO)가 중징계를 받은 KB증권과 NH투자증권도 경영 불확실성 우려에 부딪힌 상태다.

건설사들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적으로 최근 신세계건설의 경우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려갔다. 이른바 ‘강남 노른자 땅’도 PE 대출 위험이 크다는 점을 드러냈다. 한 시행 업계 관계자는 “전국에 만기 연장으로 시간만 벌어준 사업장이 꽤 있다”고 전했다.

고금리 장기화되면 브릿지론 절반은 손실로 이어질 수도

신평사들은 신용등급 전망 하향 이유로 브릿지 PF의 본PF 전환 지연 및 PF 우발채무 증가 등을 꼽았다. 하반기 분양과 착공 감소로 인해 브릿지론의 본PF 전환율이 크게 낮아진 데다 만기 연장 사례가 늘면서 부동산 PF 롤오버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는 건데, 문제는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연말로 예상되고 있어 당장의 업황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4월부터 PF 대주단 협약을 가동해 만기 연장을 유도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전체 금융권에서 약 30조원 규모의 브릿지론이 만기 연장으로 버티고 있으며, 이를 본PF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60조원 상당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3조1,000억원이다.

당초 브릿지론의 만기 연장은 부동산 시장 회복과 기준금리 조기 인하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같은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고, 브릿지론 관련 토지의 경매 및 공매 확대로 방향 전환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충분히 빠지지 않은 탓에 추가 하방 압력이 존재하는 한편, 분양원가 측면에선 금융비용 및 공사비용 증가로 인해 토지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사업성 확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비수도권, 중후순위, 비주거용의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금융사의 실적 악화 가능성이 높으며 신용등급 하방 압력 역시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브릿지론 중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풍선에서 서서히 바람을 빼듯 사업성이 낮은 브릿지론을 수년에 걸쳐 정리하는 작업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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