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신축아파트 ‘층간소음’ 기준 미달 시 “건설사 보강시공 의무화 및 준공 승인 불허”

기존 준공 사후에서 ‘시공 중간 단계’로 점검시기 앞당긴다
정책 선도 위해 LH는 2025년부터 ‘바닥 구조 1등급’ 전면 시행
증가한 공사비와 관련 기술 개발 투자로 건설 업계 부담 늘어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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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가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에서 임펙트볼을 이용해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사진=LH

앞으로 새로 지은 신축아파트가 층간소음 기준에 미달할 경우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해 입주가 불가능해진다. 시공사는 반드시 보완 공사까지 마쳐야 하며, 보강 시공이 어려워 입주민에 손해를 배상하는 경우 검사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시공사에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 등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쳐 건설사가 보완시공을 하지 않더라도 강제할 수단이 없었다.

국토부,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 방안’ 발표

1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 방안’에 따르면 신축 공동주택이 소음 기준(49dB) 미달 시 준공 승인이 불허된다. 기준 미달 시 사업 주체(시공사)의 보완시공이 의무화되고,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재수검 의무가 부여된다. 또 장기입주 지연 등 입주자 피해가 예상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손해배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이때 배상 금액이 보완 공사비를 초과하도록 설정해 시공사가 배상금을 회피 수단으로 삼지 않게끔 할 방침이며, 입주민에게 손해배상 아파트의 검사 결과는 임차인과 장래 매수인 보호를 위해 국민에 전면 공개키로 했다.

층간소음 점검 시기도 기존 준공 사후에서 시공 중간 단계로 앞당기기로 했다. 아파트를 다 지은 상태에서 층간소음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재시공이 어려운 만큼 시공 중간 단계에서 미리 검사를 해 보완시공 지도·감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검사하는 표본 가구 수도 현재 2%에서 5%로 확대하고, 500가구 공동주택은 기존 10가구에서 25가구 시험으로 바꾸기로 했다.

비(非)아파트를 포함한 기축 주택은 현재 진행 중인 바닥방음 보강 지원(방음 매트·바닥방음 보강 공사)을 강화할 방침이다. 저소득층 대상으로 재정 보조와 융자 지원을 통해 바닥 방음 보강공사를 지원하고, 2025년부터 자녀가 있는 저소득층 대상으로 방음 매트 시공을 지원한다. 정책 선도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부터 바닥구조 개선에 나선다. 내후년부터 모든 LH 공공주택에 바닥구조 1등급 수준이 적용될 예정인 가운데, 바닥 두께를 기존보다 4㎝ 상향(21㎝→25㎝)하고 고성능 완충재를 사용하기로 했다. 내년 시범단지에 층간소음 1등급 수준 아파트를 먼저 공급한 뒤 기술 검증을 거쳐 민간 주택에도 확산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10일-한국토지주택공사LH가-준공한-과천-통합공공임대주택에-진동센서와-월패드로-층간소음-주의-수준을-알리는-장치가-설치돼-있다사진LH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준공한 과천 통합공공임대주택에 설치된 층간소음 주의 장치/사진=LH

건설 업계 엇갈리는 반응, 특히 ‘중소형 업체’ 고민 깊어질 듯

이번 대책을 두고 건설 업계에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층간소음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대형 건설사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찍이 층간소음을 완화하는 기술 개발을 마쳤기 때문에 그야말로 “올 것이 왔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현대건설은 지난해 바닥충격음 성능 등급 평가에서 국내 최초로 경량, 중량 충격음 모두 1등급(37㏈ 이하) 인정서를 취득한 바닥시스템인 ‘H 사일런트 홈’ 개발을 완료했다. 대우건설도 2021년 초 개발한 ‘스마트 3중 바닥 구조’를 대구에 시공 중인 한 푸르지오 아파트에 처음 적용한 바 있다.

반면 중소·중견 건설사 상당수는 건설 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가뜩이나 공사비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P 건설사 관계자는 “준공 승인 거부를 피하기 위해선 추가로 공사비를 투입해 시공해야 하고, 장기적으론 관련 기술 개발 투자도 늘려야 한다”며 “가뜩이나 지난해부터 이어온 고금리 기조 속에 금융비용 상승으로 인한 자금 압박에 실적 개선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런 정부 정책에 시공사들이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됐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인해 예상되는 공사비 증가 등을 우려하며 시공사들의 손실을 줄여주는 인센티브 등의 현실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해외 사례처럼 ‘징벌적 페널티’가 적용된다면 업계 관행에 경종을 울릴 순 있지만, 사업자들로서는 건축물의 성능 향상에 드는 관련 비용들이 분양가에 적절하게 반영되길 바랄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새 기준 채택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나섰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층간소음 완화 시공은 이미 건설사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로 인해 공사비와 분양가가 오르거나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이는 그간 층간소음 공사를 대충 했거나 관련 공사 비용을 빼돌렸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대책의 본격 시행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예정이다. 기준 미달 시 보강시공 의무화와 준공 승인 불허 등을 위해선 관련 법인 주택법이 개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내년 4월 총선 이후 법안 제출과 구체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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