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는 다 죽어” 위기의 홈쇼핑 업계, 과당경쟁 견제 나섰다

생방송 넘보는 데이터홈쇼핑, TV홈쇼핑 업계 "과당경쟁 결사반대"
50% 넘어가는 송출 수수료, 경쟁 치열해질 경우 출혈 확대 위험
이커머스에 밀려 무너지는 홈쇼핑 시장, 관련 기업 실적 줄줄이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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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생방송 허용이 침체기에 접어든 홈쇼핑 시장의 ‘자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데이터홈쇼핑과 TV홈쇼핑 경계의 경계가 무너지면 출혈 경쟁이 발생, 업계 전반이 붕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소비자 후생과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홈쇼핑 정책방향, 홈쇼핑 적정 수와 규제’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데이터홈쇼핑과 TV홈쇼핑, 명백히 구분해야”

데이터홈쇼핑은 방송·통신·유통이 결합한 TV 양방향 서비스다. 시청자는 TV 리모컨을 활용해 상품 탐색, 구매 등 양방향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데이터홈쇼핑의 특징은 TV홈쇼핑과 달리 녹화 방송만을 송출할 수 있으며, 전체 화면 50% 이상을 데이터로 구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약 10개의 데이터홈쇼핑 사업자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TV홈쇼핑 업계는 이전부터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데이터홈쇼핑의 실시간 판매를 반대해 왔다. 조 교수는 세미나 자리에서 “데이터홈쇼핑의 생방송 허용은 설립 목적, 2021년 재승인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들 업체의 생방송을 허용하면 과당경쟁으로 비용이 증가하고, 홈쇼핑 산업이 쇠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데이터홈쇼핑 생방송 서비스가 낮은 번호대 채널로 진입을 시도할 경우, 결국 동종 업계 내 수요가 충돌하며 송출 수수료 인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홈쇼핑 업계 송출 수수료 부담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28.8% 수준이었던 홈쇼핑 업계 전체의 방송 매출 대비 수수료 비중은 지난 2021년 58.9%까지 치솟은 바 있다. TV홈쇼핑 송출 수수료 비중은 59.9%, 데이터홈쇼핑은 55.2%에 달한다. 만약 데이터홈쇼핑이 생방송 시장에 뛰어들 경우 가뜩이나 높은 송출 수수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위태로운 홈쇼핑 업계가 그대로 고꾸라질 위험이 있는 셈이다.

왕년의 명예 잃었다, ‘사상누각’ 홈쇼핑

홈쇼핑 업계가 과당경쟁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홈쇼핑 시장 자체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사상누각’과 같은 상태기 때문이다. 유통 업계의 캐시카우라는 명예는 어느덧 옛말이 됐다. 현재 홈쇼핑 업계는 TV 시청 인구 감소로 인한 시장 위축, 송출 수수료 부담 등 겹악재를 견디고 있다. 편의성을 앞세운 이커머스 플랫폼에 밀리며 시장 주도권을 잃어버린 것이다.

홈쇼핑 기업들의 수익성 역시 꾸준히 악화하고 있다. GS리테일 GS홈쇼핑 부문의 3분기 매출은 2,5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한 21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홈쇼핑의 별도기준 매출은 2,551억원으로 7.4%, 영업이익은 93억원으로 68.2% 감소했다. CJ ENM의 커머스 부문인 CJ온스타일은 같은 기간 3,00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2% 증가했지만, 이 역시 기저효과에 따른 것일 뿐이다.

취급고 역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GS홈쇼핑의 3분기 취급고는 9,7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현대홈쇼핑의 취급고는 9,5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줄었다. CJ온스타일의 3분기 취급고는 9,1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지만, 전 분기와 비교하면 3.2% 감소했다. 시장 전반이 가라앉기 시작한 현재, 업계 내 과당경쟁에 불이 붙을 경우 홈쇼핑 업계는 실제 ‘자멸’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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