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상승에 ‘풀 베팅’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감산 전 생산량 되찾을 것”

반도체 장비 투자 20% 이상 확대
생성형 AI 시장 급성장 수혜 기대
무리한 투자 부작용 우려하는 시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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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현지 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맥에너리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2023’ 현장/사진=삼성전자

국내 최대 반도체 생산 업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기상승(업턴)을 준비하고 나섰다. 양사 모두 2024년 반도체 투자 및 생산을 대폭 확대할 계획을 세우면서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서 비롯된 반도체 업계의 불황이 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25%, SK하이닉스는 100% 증가한 반도체 설비 투자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반도체 장비 투자에 올해보다 최소 20% 증가한 금액을 투입할 계획이다. 생산 시설과 전력, 수도 등 기초 인프라를 제외한 순수 반도체 장비에 삼선전자는 약 27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SK하이닉스는 약 5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올해 투자금과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25%, SK하이닉스는 100% 증가한 투자금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자금 대부분이 10나노대 초반에서 10나노 이하로 D램 생산 공정을 전환하는 데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활성화와 함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HBM 제품에 탑재되는 D램 공정 고도화를 위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HBM의 경우 범용으로 생산되는 D램과 다르게 누설 전류를 최소화하고 성능을 극대화하는 제품이 선별·탑재된다. 이 때문에 고성능 모델일수록 발열이 심해지고 전력 소모량이 커진다는 특징이 있는데,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는 공정의 단계를 늘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나아가 HBM 생산의 효율성과 직결되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은 높은 단가를 낮추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것이 기업의 수익성에 유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D램 생산과 관련한 구조적 변화도 포착된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로 인한 소자 간 거리 단축에 성공하면서 누설전류 최소화를 위해 새로운 공법을 도입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10나노 이하로 D램 개발이 안정화 단계에 도달하면서 셀 미세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3D 구조 도입이 필수가 됐다”고 진단하며 “구체적으로는 트랜지스터 공정을 일정하게 만드는 에피(EPI)층 형성 추가 공정이 필요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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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 ‘AI Hardware & Edge AI 서밋 2023’ 내 SK하이닉스 현장 부스/사진=SK하이닉스

글로벌 경제가 다소 느린 회복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AI 시장이 급성장하며 이와 관련한 파생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투자·생산량 확대에 기여했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온디바이스 AI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며 내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보다 3.9%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AI 구동을 위해 고용량 메모리가 필요한 만큼 고부가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지원 R&D·생산 센터 구축 움직임도

반도체 시장 업턴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비단 국내 기업들에 국한하지 않는다. 미국 등 주요국 반도체 생산 업체들이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줄줄이 생산량 확대를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주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연구개발(R&D) 및 투자 지원 프로그램의 수혜를 입게 된 미국 기업 마이크론이 대표적 예다.

뉴욕 지역 언론 시라큐즈닷컴에 따르면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최근 “마이크론 등 뉴욕 기반 반도체 기업들과 함께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들여 대규모 반도체 R&D 및 생산 단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반도체 및 장비 업체들이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해 힘을 맞대고 ‘하이NA EUV’ 등 최신 생산 장비를 이용해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앞당기는 데 일조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뉴욕주는 직접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의 예산을 하이NA EUV 장비 구매와 생산 장비 지원을 위해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대규모 설비 투자에 대한 성과가 즉각 드러나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마이크론의 경우처럼 대규모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기업 대부분이 계열사의 이익잉여금 전환 또는 주식 매각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의 경우 여력이 있는 관계사를 적극 활용해 현금을 확보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다른 곳에 투자할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은 물론, 투자한 관계사가 부실하지 않도록 예의주시해야 하는 등 여러 리스크를 안고 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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