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에 베팅했다” 녹십자가 눈독 들인 바이오벤처 ‘카나프테라퓨틱스’

'차세대 항암제' 개발사 카나프테라퓨틱스, 시리즈 C 투자 유치 성공
녹십자가 손실 감수하며 끌어안았다? 미래 수익 전망 낙관적
시장 휩쓴 'ADC 약물' 개발 역량 갖춘 기업, 제2의 엔허투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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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나프테라퓨틱스

약물융합기술 기반 신약 개발기업 카나프테라퓨틱스(이하 카나프)가 230억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기존 전략적 투자자(SI)인 GC녹십자 외에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신규 SI로 참여했다. 기관투자자(FI)로는 인터베스트, 프리미어파트너스,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데일리파트너스, NH벤처투자, 아주IB투자, 우신벤처투자가 참여했다. 투자자 대다수는 ADC(Antibody Drug Conjugate, 항체-약물 접합체) 등 카나프의 ‘미래 먹거리’ 창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탄탄한 신약 파이프라인, 투자 이후 임상 박차

카나프는 제넨텍 출신 이병철 대표가 ADC, 이중항체 신약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설립한 기업으로, 약물 간 융합 기술을 통해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면역항암제 및 표적항암제 분야 6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며, 이 중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은 이중융합 단백질 플랫폼인 ‘TMEkine’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카나프는 지난해 TMEkineTM 플랫폼 기반 차세대 면역항암제를 동아ST에 기술을 이전, 공동 개발에 착수한 바 있다. 같은 해 합성 신약 면역항암제 역시 오스코텍에 기술을 이전했다. 올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와 기존 ADC 약물의 단점을 개선한 신규 링커-페이로드 플랫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카나프 관계자는 “설립된 지 5년도 안 된 짧은 기간에 2건의 기술 이전과 1건의 차세대 ADC 플랫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며 “높은 기술력과 함께 조기 사업화에 대한 강점이 투자자들에게 높게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병철 카나프 대표는 “회사 설립 때부터 지속적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함께 신약 개발의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사업 모델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며 “투자금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들의 임상 진입은 물론, 기술 이전에 필요한 연구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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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투자 강자 ‘녹십자’의 선택

지난 8월 카나프는 녹십자의 관계회사로 편입된 바 있다. 녹십자는 지난 2020년 50억원을 투자해 카나프의의 시리즈 B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 상환전환우선주로 지분 6.7%를 확보했다. 지난 2분기에는 중 20억원가량을 추가 투자하며 보통주 지분 6.1%를 매입했다. 이후 녹십자는 관계사 편입 기준치(20%)에 달하는 지분량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 카나프를 관계사에 포함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카나프가 지난해 136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적자 기업이라는 점이다. 지분법에 따르면 카나프를 관계사에 편입함에 따라 녹십자는 약 8억원의 손실을 떠안게 된다. 차후 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이 시작되면 손실 규모가 한층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녹십자가 실적 악영향을 감수하면서까지 카나프를 끌어안은 이유는 뭘까.

녹십자가 과감한 ‘모험’에 나선 것은 카나프가 ADC 플랫폼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차후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카나프의 임상이 성공할 경우, ADC 신약으로 창출되는 이익이 적십자의 손익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실제 카나프는 녹십자와 기초 단계에서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떠오르는 제약·바이오 미래 먹거리 ‘ADC’

주목할 만한 점은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롯데바이오로직스도, 관계회사 편입을 단행한 녹십자도 카나프의 ‘ADC 기술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ADC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표적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와 세포 사멸 기능을 갖는 약물을 링커로 연결해 만들어진 약물로,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항암치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ADC는 정상세포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있는 세포 독성 항암제, 부작용 우려가 있는 표적항암제, 환자 반응률이 낮은 면역항암제의 한계를 모두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시장의 대표적인 ADC 약물은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다. 엔허투는 무진행 생존 기간, 전체 생존 기간 등 지표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종근당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2022년 약 8조원에서 2026년 약 17조9,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ADC의 주요 링커와 페이로드의 특허가 속속 만료되고 있는 만큼, 차후 자체 항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린다. 실제 대표적인 ADC 치료제 엔허투(Enhertu)에 사용되는 페이로드인 엑사테칸(Exatecan)과 GGFG 펩타이드 링커는 이미 특허가 만료된 상태다.

카나프는 2개의 단백질 신약 및 4개의 합성 신약을 동시에 개발하며 ADC 개발을 위한 내부 역량을 다졌다. 이병철 대표는 과거 제넨텍 재직 시절 ‘NLD New Linker Drug’ 프로젝트에 소속되었던 연구원 출신으로, 다양한 링커-페이로드 및 ADC 접합 연구를 담당하며 관련 노하우와 우수한 지식을 쌓아왔다. 투자자들의 기대가 누적되는 가운데, 카나프는 급성장이 예상되는 ADC 시장에서 당당히 입지를 다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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