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위기에 공직 사회도 ‘유연근무제’,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 변화기

서울시 "육아친화적 근무 환경 조성으로 저출산 위기 극복할 것"
유연근무제 확산 타진하는 서울시, '현금 살포' 수준 벗어난 정책에 기대감 늘어
"유연근무제 도입, 직장 포기 여성 비율도 줄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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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고 육아친화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내년 초부터 ‘서울형 일·육아 동행 근무제’를 선도적으로 추진한다. 임신 단계부터 자녀가 초등학교 1,2학년(8세)이 될 때까지 육아 시기별로 적합한 근무 유형을 선택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단 취지다.

서울시, 육아 시기별 유연근무제 도입 타진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앞으로 육아 중인 공무원은 자녀의 연령대(모성보호기·유아기·초등 저학년)에 따라 시기별로 적합한 근무 유형을 선택할 수 있다. 내년 초부터 임신한 직원부터 초등학교 1∼2학년(8세) 자녀를 키우는 직원까지가 대상이다. 모성보호기(임신 기간)에는 출퇴근 때 겪는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줄이기 위해 모성보호시간(하루 2시간 단축근무)을 이용해 주 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할 수 있다. 유아기(자녀 0∼5세)에는 유연근무(시차 출퇴근제)와 육아시간(하루 2시간 단축근무)을 활용해 3시간 일찍 퇴근하거나 늦게 출근해 자녀의 등·하원을 함께 할 수 있다. 또 초등 저학년(자녀 6∼8세)은 유아기보다 오히려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빨라지는 점을 고려해 유연근무(근무시간 선택제)와 교육지도시간(하루 2시간 단축근무)을 통해 주 4일은 4시간 일찍 퇴근해 자녀의 교육과 생활지도를 하고 부족한 근무시간은 주 1일 근무시간을 늘려 보충한다.

아울러 육아직원이 무급 육아휴직을 택하는 대신 경력을 이어가면서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전일제 공무원은 15∼35시간 범위에서 근무 시간을 축소할 수 있는 시간 선택제 전환 제도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제도가 있더라도 눈치를 보느라 육아직원이 제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관리 시스템에 자동 가입되고 육아직원은 누구나 해당 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기본값으로 하며 사용하지 않으면 별도의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육아자가 소속된 부서와 동료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도 함께 시행한다. 육아자 비율이 높은 실·국에 신규 실무수습을 우선 발령하고 정기 인사 시 과원 배치를 선제로 고려해 업무 부담을 줄이겠단 계획이다.

이번 제도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에 있는 제도를 개인 차원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시 차원에서 제도들을 효율적으로 결합해서 제시해 많은 육아 직원들이 적합한 근무 유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서울형 일·육아 동행 근무’ 제도를 자치구와 민간으로 확산해 육아를 하는 공무원과 직장인들이 유연근무 등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정상훈 서울시 행정국장은 “이번 시도가 잘 정착되면 육아 공무원이 임신부터 8세까지 경력단절과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어 저출산 극복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육아 문제를 더 이상 개인에 맡기지 않고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육아친화적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リビングで仕事をする女性
사진=Adobe Stock

‘생산성 감소’ 우려 불식, 코로나19 ‘전화위복’

그간 정부가 이 같은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시행하지 못한 건 ‘생산성 감소’ 우려 때문이었다. 단순히 일을 더 적게 하니 그만큼 생산성도 같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불안감이 정책적 변화를 시도하는 데 큰 장애가 돼 왔던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사회를 한 번 훑고 지나가면서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게 되면서 이에 따른 각종 장단점을 한 번에 체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오히려 사회 전반에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학습률을 높인 셈이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당시 국내 대기업의 75%가 유연근무제를 활용했다.

이번에 유연근무제가 공직 사회에까지 퍼져 나간 건 꽤나 고무적인 현상이다. 당초 대기업 외 중소기업의 경우 유연근무제 시행이 저조한 경향이 짙었는데, 정책적으로 가장 보수적인 집단으로 꼽히는 공직 사회에서 먼저 변화를 받아들인 만큼 앞으로 중소기업이 느끼는 사회적 분위기도 점차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저출산 문제 해결의 패러다임을 단순한 ‘현금 살포’에서 구체적인 정책 마련으로 변화시킨 점도 눈에 띈다. 저출산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바뀌면서 해결의 ‘가닥’을 잡기 시작한 셈이기 때문이다. 또 육아 시기별 유연근무제 도입이 본격화하면 육아 부담에 결국 직장을 포기하는 여성 비율도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 변화에 기대감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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