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가치 없다” 외면받는 오피스텔, 거래량도 가격도 ‘마이너스’

"돈 안 되고 귀찮다" 고금리 시기, 투자자들 오피스텔서 등 돌려 
규제 완화에 집값 하락까지, 수요자들은 줄줄이 아파트로
불어나는 마피 매물·치솟는 월세, 차후 정부 개입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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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오피스텔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집값 하락·고금리 등 악재가 겹치며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 매력이 반감된 탓이다. 주택 수요 대부분이 ‘규제 완화’ 수혜를 입은 아파트로 몰리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분양가보다 낮은 이른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오피스텔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쏟아지는 오피스텔 마피 매물

시장의 오피스텔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업계에서 “요즘 어디서든 오피스텔은 마피”라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올 정도다. 실제 동대문구 청량리동 소재 힐스테이트 청량리역(오피스텔) 전용 21㎡는 2억5,000만원에 최저가를 형성하고 있다. 2020년 6월 분양 당시 해당 면적대는 3억1,400만원(최고가) 수준에 분양됐다. 분양가 대비 6,400만원 낮은 ‘마피 매물’인 셈이다.

중구 중림동에 위치한 쌍용더플래티넘서울역(오피스텔) 전용 17㎡ 매물 최저가는 2억6,000만원이다. 분양가 3억88만원보다 약 4,000만원 낮은 수준에 최저가가 형성된 것이다. 해당 단지 매물들 역시 분양가보다 2,000만원가량 낮은 마피 매물이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며 집값이 미끄러지는 가운데, 투기 목적으로 매물을 쓸어 담은 계약자들이 계약금을 포기하며 매물 처분에 나선 것이다.

실제 오피스텔 거래량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작년 1~12월(12월 20일 기준)까지 서울에서 이뤄진 오피스텔 매매 건수는 7,685건에 그쳤다. 2022년 1만4,486건 대비 6,801건(46.94%) 감소한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 호황기로 꼽히는 2021년 1만9,245건과 비교하면 1만1,560건(60.06%)이 줄었다. 경기 여건과 금리에 민감한 수익형 부동산인 만큼,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오피스텔보단 아파트·예금, 2순위의 설움

오피스텔 시장이 경직된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 원인은 ‘아파트 선호’에 있다. 집값이 미끄러지고, 정부가 아파트 규제를 대거 완화하자 주택 수요가 줄줄이 아파트로 선회한 것이다. 반면 오피스텔은 2022년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대상에 이름을 올렸고, DSR 규제 없이 대출이 가능한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사실상 ‘아파트 대체재’라는 본질적인 매력을 잃어버린 셈이다.

두 번째 원인은 ‘금리’에 있다. 일반적인 수익형 부동산의 기대수익률은 연 3~5% 수준이다. 하지만 엔데믹 전환 이후 고금리 상황이 이어졌고, 리스크가 매우 작은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4%를 웃돌기 시작했다.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손이 많이 가는 오피스텔에 투자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빗발치는 전세 사기 및 역전세 리스크 역시 오피스텔 투자 위축을 부추겼다. 

반면 월세는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1~11월) 서울 오피스텔 월세 거래량은 3만6,068건 수준이었다. 이 중 월세가 59만원 이하 거래량은 1만 4,234건(39.5%)에 그친 반면, 월세 60만∼99만원 거래 비중은 48.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세 100만원 이상 거래도 12.4%에 달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차후 오피스텔 규제 역시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월세가만 치솟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교정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제도를 손질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시장 전반에 찬바람이 부는 가운데, 정부는 과연 가라앉는 오피스텔 시장을 끌어올릴 ‘동아줄’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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