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강화 움직임에 방통위 ‘경계 태세’, OTT와 방통위의 ‘불편한 동거’

이용자 불편 방지 당부한 방통위, OTT 업계 질서 잡기?
'감독관' 자처하는 방통위에 업계, "왈가왈부할 입장 되나"
"'규제 일변도' 방통위 바뀌어야, OTT 사정 청취가 첫걸음"
이동관
9월 11일 2023 방송대상시상식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요 OTT 기업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최근 추세인 계정공유 제한, 요금 인상 등에 앞서 이용자 불편 방지를 당부했다. 규제 기관으로서 OTT 업계 내 질서를 바로잡겠단 취지이나, 그간 방통위로부터 ‘뒤통수’를 맞아 온 업계 입장에선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틀에 갇힌 OTT 규제로 묶어둠으로써 산업 발전을 저해한 방통위가 이젠 나름대로의 수익 강화 청사진마저 찢으려 한다는 비판이다.

방통위 “요금 인상 등에 따른 이용자 불편 줄여야”

방통위는 23일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디즈니+, 쿠팡플레이 등 OTT 5개사 고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OTT 서비스 발전 방안 및 이용자 불편 해소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방통위는 5개사가 한류 확산의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국내 방송사·제작사와도 지속 협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최근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실시한 계정공유 제한, 티빙이 내년 예고한 요금 인상 등을 두고 이용자 불편 방지를 위해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방통위는 우선 넷플릭스가 최근 시행한 ‘무료 계정공유 금지’에 대해 넷플릭스의 서비스 정책 변경이 이용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에 전용 콜센터 설치 등 안내 강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부당 계약 방지도 강조했다.

요금 인상·광고 요금제 도입 등 사업자가 서비스 주요 내용을 변경할 경우 이용자에게 변경 사항을 명확하게 고지하고 요금제별 화질을 차등(HD, 풀 HD, UHD) 제공하는 경우에도 요금제 선택 시점에서 이용자가 이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안내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국내 OTT 사업자가 적자 상황에서도 꾸준히 콘텐츠에 투자해 온 점을 강조하며 앞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콘텐츠 제작, 해외 진출 등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OTT 서비스는 국내 콘텐츠 산업 경쟁력의 상징이자, 한류 콘텐츠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창구다”며 “앞으로 OTT 서비스와 콘텐츠 산업이 공생 발전할 수 있도록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업자들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노력에 부응해 서비스 과정에서 이용자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대처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2022년-3월-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OTT-시장-활성화와-산업-진흥-정책-특별-세미나를-개최하고-있다
2022년 3월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OTT 시장 활성화와 산업 진흥 정책’ 특별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미디어경영학회 유튜브 캡처

“발전 가로막더니”, 방통위 태도에 업계 ‘불편’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방통위의 태도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자금 충당이 어려워 수익성 강화를 도모하는 OTT에 방통위가 왈가왈부할 입장이 되냐는 지적이다. 실제 현장에서 일종의 ‘감독관’ 역할을 담당하는 방통위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간 방통위의 반대 아래 여러 지원이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국내 OTT 진흥 정책이 엎어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 2소위)를 열고 OTT 법적 지원 근거가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의견을 보류했다. 방통위가 국회 논의를 가로막고 나섰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관련 법안이 실시간 VOD, 라이브 방송 등의 사업영역을 포함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 거듭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 같은 방통위의 행보에 업계 안팎에선 물음표가 쏟아졌다. 당초 앞서 열렸던 2소위에서 일부 의원이 “정부안은 실시간 VOD, 라이브 방송 등의 사업영역을 포함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을 제기했을 당시 방통위는 정부안에 딱히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사실상 급성장하는 OTT 시장의 관할권을 확보하기 위해 밥그릇 싸움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방통위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플랫폼 주도권 경쟁을 전개하기 위해 OTT 업계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표하고 나선 건 결국 OTT를 방송, IPTV와 같은 방통위 규제 관할로 두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중심으로 OTT 법령을 정비해 규제 권한을 확보하고자 하는 속내에 따른 것”이라고 방통위를 직격하고 나서기도 했다.

OTT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은 방통위보단 과기정통부, 문체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6월 발표된 5,200억원 규모의 디지털 미디어·콘텐츠 투자 활성화 확대 방안도 과기정통부 산하 정책이었다. 이렇듯 산업을 부흥하긴커녕 발전을 가로막는 모습을 자주 보여 온 방통위에 대해 업계의 볼멘소리는 커져만 간다. 특히 방통위가 지향하고 있는 감독관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거부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는 OTT를 지나치게 전통적 방송 규제의 틀 안에 가둬두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유료방송 등 전통 미디어 규제를 OTT 수준으로 낮추고 풀어줌으로써 격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를 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규제 기관의 성격을 띠는 방통위가 OTT의 영향력을 다소 짓누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처사겠지만, 산업 발전을 위해선 방통위 차원에서도 OTT 업계의 ‘사정’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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