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역발상 내건 무신사, 고객 풀 확장에 ‘전력’

오프라인 진출 속도 내는 무신사, "무신사 스탠다드 30호점까지 늘릴 것"
이커머스 비중 30%대에 '안착', "성장 동력 멈췄다는 방증"
대안 준비하는 이커머스 기업들, 무신사의 선택은 '고객층 확보'
16일 무신사 홍대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념해 한문일 무신사 대표이사가 무신사의 오프라인 비즈니스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무신사

온라인 패션 플랫폼 1위 무신사가 서울 중심가에 매장을 내는 등 오프라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을 내년 30호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이 포화 상태에 놓이면서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자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역주행’하는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은 중요한 마케팅 자산”

한문일 무신사 대표는 16일 오전 무신사 홍대 테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강남에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낸 결과 비회원인 신규 고객이 늘어나는 유의미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 판매, 혹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중요한 마케팅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올해부터 오프라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고객사인 브랜드사나 회사나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 오프라인 매장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전체 패션 소매 시장 규모가 120조~130조원이지만 온라인은 50조원에 불과하다”며 “오프라인에서만 의류를 소비하는 고객이 있다면 무신사가 그들에게도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무신사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30호점까지 늘리는 등 공격적으로 오프라인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17일 개장하는 홍대 매장을 포함하면 무신사는 올해 들어서만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 무신사 대구 등 4개째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무신사는 또 연내 부산에 1개 매장을 추가로 개점할 예정이다. 무신사는 내년에도 무신사 스탠다드와 편집숍인 무신사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무신사 편집숍은 내년 3~4월께 성수점을 여는 것을 1차 목표로 뒀다. 다만 미국, 일본 등 해외의 경우 임시 매장을 제외하고는 당분간 온라인을 중심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무신사 아웃렛 전문관이 빠르게 성장 중이라 오프라인으로 진출해 보는 것은 어떨지 검토해 보는 단계”라며 “판매 단에서 다양한 오프라인 진출을 시도해 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무신사 홍대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모습/사진=무신사

‘포화 상태’ 놓인 이커머스 시장, 무신사의 미래는

통상 기업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판도를 옮겨가기 위해 노력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무신사는 이 같은 통념에 역주행해 온라인 매장에서 오프라인 매장으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포화 수준에 다다른 탓이 크다. 미국 시장조사회사 이마케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전체 소매 판매 시장에서 이커머스는 30.1% 비중을 차지한다. 45.3%의 중국, 35.9%의 영국에 이어 세 번째다. 통계청의 조사에서도 2022년도 전체 소매 판매액 625조5,000억원 중 온라인 쇼핑이 33.6%를 차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온라인 쇼핑몰 거래는 전년 대비 10.3% 성장하며 전체 소매 판매액 성장률 5.6%에 비해 두 배가량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비중은 1.4%p 성장에 그쳤다. 올해 3월 잠정치 기준 비용도 34.5% 수준으로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지는 않다. 이미 국내 온라인 판매 비중이 33%께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했다는 건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신사 외 이커머스 기업들도 나름의 대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쿠팡은 로켓그로스를 활용해 실적을 크게 올렸다. 로켓그로스란 쿠팡이 운영하고 있는 물류센터들에 셀러들의 상품을 적재해 효율을 높이면서 그에 따른 추가적인 수수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서비스다. 고정비 투자가 미미하면서도 추가 매출원을 기대할 수 있다. 대만 진출에서도 유의미한 실적들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트래픽업체 시밀러웹이 집계한 ‘대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만 앱’에 따르면 쿠팡 앱은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각각 게임 앱을 제외한 쇼핑 앱 1위를 차지했다. 네이버도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며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해외로의 확장성을 보여줬다. 특히 커머스 부문에서는 포시마크 인수로 1분기 커머스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9.7% 늘어난 11조6,000억원을 기록했고,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흑자 전환까지 달성했다. 

다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무신사의 오프라인 매장 집중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내수 경쟁력보다 해외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우선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무신사는 내수 강화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신사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고객층 풀을 보다 넓히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무신사의 주요 고객층은 1020세대 남성이다. 무신사 입장에선 구매력 있는 계층인 3040세대와 여성 소비자를 확보하는 게 성장에 필수적인 상황인데, 여기서 무신사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브랜드 체험 기회 제공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대표는 “최근 수년간 온라인 패션 소매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시장 규모가 더 크다”며 “오프라인에서 경험하고 소비하려는 고객이 많은 만큼 해당 영역에서 밸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오프라인 매장 확대가 해외 경쟁력 향상에 영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확보한 고객층은 내수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무신사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오프라인 시장으로 치고 들어가겠단 무신사의 역발상이 얼마나 먹혀드느냐에 따라 무신사의 미래가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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