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성사된 ‘미·중 상무장관’ 회담, 규제 및 보복 조치 놓고 의견 교환

양측 상무장관, 미·중 관계의 ‘협력과 복원’ 강조 다만 해묵은 긴장을 풀 수 있을지는 ‘미지수’ 양국 패권 경쟁에 국내 주력 산업 ‘반도체’ 직격탄, 해법은?

28일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좌측)이 왕원타오 중국 상무장관(우측)과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중국 상무부

미국과 중국 양측이 상무장관 회담을 진행하면서 수출 제한 조치 등에 관해 광범위한 논의를 가졌다. 양측은 무역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데는 합의했지만, 안보와 관련해선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는 회담 참석자들의 발언과 달리, 일각에선 단순히 미·중 관계 안정화와 소통 채널 가동의 공감대를 확인하는 차원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역 문제 실무그룹 구성’ 등 미중 갈등 해소에 힘쓰기로

28일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을 방문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방중 첫 공식 일정으로 왕원타오 중국 상무장관을 만나 미·중 상무장관 회담을 진행했다.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반도체와 희귀광물 등의 수출 규제 조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양국의 안정적인 경제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중국 측도 양국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양측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무역 문제의 실무그룹 구성하고, 수출통제 정보교환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미국 상무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7년 만이다. 지난 27일 오후 베이징에 도착한 러몬도 장관은 오는 30일까지 나흘간의 방중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러몬도 장관이 방중 기간 리창 국무원 총리 등 중국의 경제 관련 고위 인사들을 만날 예정인 가운데 양국의 제재와 압박이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러몬드 장관 국가 안보 문제 관련해선 타협할 생각 없어

이날 양측은 경제 안건과 관련해 비교적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대립하기도 했다. 우선 미국이 최근 중국이 마이크론 메모리칩 구매를 금지한 데 대한 우려를 표하자, 중국 측은 안보 관련 해명에 나섰다. 왕원타오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론 제품에 심각한 보안 문제가 있어 지난 5월 마이크론의 안보 심사 통과를 허용하지 않았다”면서 “불가피하게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양측은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등 반도체 핵심 소재에 내린 수출 금지 명령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10월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기술 및 제조 장비 등에 관해 중국 수출을 금지하자, 갈륨과 게르마늄 등 반도체 소재에 관한 수출 통제로 보복에 나섰다. 이에 미국은 반도체·AI·양자컴퓨팅 분야를 대상으로 대중 투자 규제를 확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다만 미국은 안보와 관련해선 물러설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러몬드 장관은 회담 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보호해야 하는 건 보호하고 협력이 가능한 부분은 촉진할 것”이라며 “미국의 대중국 기술 통제는 국가안보를 위해 필수적이며 국가 안보 문제에서는 타협하거나 협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pexels

고래 싸움에 위기에 놓인 한국 경제

한편 미·중의 갈등으로 주변국인 우리나라 경제의 피해는 나날이 늘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과 교역에서 30년 넘게 무역흑자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10월 이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만 중국과 무역에서 본 적자가 78억 달러(약 10조원)가 넘으며 이제 중국은 최대 무역 흑자국이 아닌 적자국 1위가 됐다.

지난 30년 동안 벌어지지 않았던 일이 발생한 결정적 이유는 우리 수출 주요 품목인 반도체 산업의 부진 때문이다. 반도체는 현재 미국과 중국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로, 양국은 더 이상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 서로 의존하지 않기로 했다. 이후 미국 주도의 반도체 편 가르기가 시작되자 전체 수출의 60% 이상을 중국과 교류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미·중 양자택일을 강요받게 됐다.

결국 ‘칩스법(반도체법)’,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압박이 심해지자 중국 내 설비를 보유하고 있거나 대중국 수출을 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 대중국 수출 감소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감한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 7월 기준 무역적자만 9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총수가 중국을 방문하는 등 미·중 갈등 속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동맹이 가속됨에 따라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에 정부의 전략적인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프랑스, 독일, 일본 등 동맹과 실리를 구분하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주는 국가와 달리 우리 정부의 대응 전략은 그렇지 못했다. 특히 지난 4월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만 문제에 관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기점으로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결국 한중 고위급 대면 외교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이후 끊긴 상태다. 전문가들은 조속히 대화를 재개해 중국과의 협력을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도록 국익에 우선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중국은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하지만 미래 우리나라의 핵심적인 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핵 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라며 “경제적 이익 측면에선 미국으로부터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면서도 중국과의 협력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외교 문제를 해결해 국익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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