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럽 경제에 대한 우위, “2024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

FT "팬데믹과 러-우 전쟁에 따른 부정적 영향, 미국보다 유럽에 더 큰 타격"
‘IMF, EU 집행위’ 등 주요 경제기관도 향후 유로존 경제 성장 제한적일 것 전망
팬데믹 이후 독일과 영국의 경제 상황, 여타 G7 국가들보다도 취약

미국 경제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을 바탕으로 유럽 경제보다 더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할 거란 외신들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간 두 지역의 경제 성장 차이는 단기적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팬데믹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구조적으론 두 경제의 산업 구성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유로존 경제의 핵심 축이었던 독일과 영국의 부진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주요 경제기관들마저 향후 미국 경제의 성장세 우위를 점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 격차 배경

1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벌어진 미국과 유럽 경제에 대한 격차가 2024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FT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이 유로존과 영국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을 단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으로 구분했다.

먼저 단기적으론 팬데믹 이후 경기 부양책의 차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팬데믹 기간 미국은 유로존보다 막대한 규모로 부양책을 시행했다. 2021년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9.4%로 유로존의 두 배 이상, 영국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영향도 미국 경제 성장에 한몫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차스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또 다른 결과인 유럽의 막대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최근 두 지역의 경제 격차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유럽의 도매 가스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로 인한 에너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영국에서 59%, 유로존에서 44%까지 치솟았다.

단기적 요인 외에도 신용에 대한 접근성, 투자 동향, 산업 구성 및 인구통계와 같은 근본적인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두 경제의 산업 구성 차이는 미국과 유럽 간 격차를 가장 잘 설명하는 또 다른 요소로 꼽힌다. 미국에선 유럽에 없는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혁신적인 기업들이 즐비한 기술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유럽은 전기차 등 중국과의 경쟁에서 점점 더 위협을 받는 산업에 특화된 국가기 때문이다. 향후 미국이 AI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두 경제 간 성장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경제기관 전망에도 드러난 미국과 유로존 경제 격차

미국과 유로존의 경제 격차는 글로벌 주요 경제기관들의 전망에서도 나타난다. IMF는 지난 10일 ‘10월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미국 경제는 내년 1.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유로존은 1.2%, 영국은 0.6%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성장률도 미국은 기존 1.8%에서 2.1%로 상향됐지만, 이탈리아(1.1%→0.7%)와 독일(-0.3%→-0.5%) 등의 유럽 국가들은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거나 변화가 없었다.

IMF는 또 올해 미국의 GDP가 유로존 GDP의 약 2배가 될 것으로도 전망했다. 실제로 올해 미국의 GDP 추정치는 26조9,000억 달러(약 3경6,301조원)로 2008년 대비 82%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유로존 GDP는 15조1,000억 달러(약 2경377조원)로 고작 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달 11일 EU 집행위원회가 전망한 유로존의 올해와 내년도 GDP 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1.1%와 1.6%에서 각각 0.8%와 1.4%로 하향 조정됐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여건도 미국보다 유럽이 더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7월 9.1%로 고점을 찍은 후 이달 3.7%까지 둔화됐지만, 유로존의 경우 지난해 10월 10.6% 고점 이후 여전히 4%대에 머물고 있다. 이와 관련해 파올로 젠틸로니 EU 집행위원은 “(유로존 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여전히 오르고 있어 예상보다 경제에 타격이 더 큰 상황”이라며 “종전 성장률 전망이 발표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유로존의) 성장 전망치까지 크게 낮아졌다. EU 경제는 올해 봄 이후로 추진력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사진=유럽 이사회(European Council) 홈페이지

유럽 경제의 두 축이었던 독일과 영국의 부진

유럽 경제의 전망이 어두운 배경으로 한때 유로존 경제의 핵심 축이었던 독일과 영국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독일의 경우 수년째 성장이 정체되면서 유로존에 대한 성장기여도가 하락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로존 경제의 약 30%를 차지하는 독일은 지난 2분기에도 GDP 성장률이 0.0%에 그치며 경기 반등에 실패했다.

G7 국가들 가운데 올해 유일하게 역성장이 예상되는 독일 경제는 고령화와 투자 부족 등으로 자체 성장동력이 크게 약화한 상태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독일은 구조적으로 제조업의 성장 기여도가 높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성장모델을 가진 대표적인 나라”라며 “그런 독일이 러-우 전쟁과 팬데믹을 거치며 글로벌 경기 둔화 및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제조업 경기가 크게 타격을 받자 경제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브렉시트 이후 경제·정치적 환경 변화에 직면한 영국도 경제 불황기를 겪고 있다. 영국중앙은행(BOE)에 따르면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의 생산성 손실 규모가 GDP의 1.3%로, 총손실 규모는 290억 파운드(약 47조8,240억원), 각 가구당 손실 규모는 약 1,000파운드(약 165만원)에 달한다. 또한 팬데믹 이후 G7 국가들에 비해 물가상승률은 높아진 반면 성장률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상승한 임금이 물가 또한 높여 노동자들에게 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증대시켰고, 이는 결국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으로 번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럽 지역의 금융 중심지 역할을 했던 위상이 한풀 꺾인 점도 영국 경제 불황이 시작된 배경이다. 앞선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 내 주요 금융회사들이 EU로 이전하면서 도매금융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여기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화함에 따라 소매금융까지 줄어들면서 나라 경제의 주축이었던 영국 금융회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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