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고금리’에 국고채, 은행채로 눈 돌리는 채권 투자자들

회사채는 뒷전, '로우 리스크-하이 리턴' 보장하는 미국채로 투자 수요 쏠려
국내 채권 시장에서도 은행채로 '머니무브' 중
자금 조달 차질 빚는 국내 기업들, 설비 투자 난항 예상돼

미국채 수익률이 1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자, 비싸진 이자 비용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또한 미국발 고금리의 영향을 받아 회사채 시장이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이에 자금이 부족해진 국내 기업들의 설비 투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추후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종료되면 국내 회사채 발행 규모도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채 급등세 영향으로 회사채 시장 위축

2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이달 레버리지론과 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가 700억 달러(약 94조8,000억원)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별 수치 기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또한 10월만 놓고 보면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올해 발행 건수는 50건으로, FT가 데이터를 확인한 20년 역사상 가장 적다.

이는 최근 미국채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차입 여건에도 악영향을 미친 탓이다. 실례로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인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연 5% 선을 뚫었다.

다시 말해 미국채 금리가 5% 저항선을 넘어서자, 통상 무위험 이자율로 사용되는 미국채 금리와 부도 스프레드의 합으로 정의되는 회사채 발행 금리도 덩달아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지수에 따르면 현재 미국 투자등급 채권의 평균 금리는 6.3%로, 7월 말(5.6%) 대비 0.7% 포인트 올랐다. 투자부적격등급채권(정크본드) 금리도 동 기간 8.4%에서 9.4%로 1%포인트 높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 사이에선 차입 비용이 더 오르기 전에 회사채 발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한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급격히 치솟고 있는 미국채 금리는 인수나 상환 등 대출을 일으켜야 할 분명한 동기가 있는 기업들에 계획을 앞당겨야 할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 정유사 노르웨이지안크루즈라인홀딩스, 키비타스리로시스 등 일부 투기 등급 회사들이 이달 신규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또한 회사채 시장의 ‘동맥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초우량 은행채가 시장에 넘쳐나면서, 회사채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고 미국발(發) 국채 고금리 여파로 인해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은행채로 투자자들이 대거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현재 기준금리를 동결한 상황이지만, 미국 장기채 금리의 영향을 받아 은행채 금리는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20일 기준 은행채(무보증·AAA) 1년물 금리는 연 4.035%로 파악됐다.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5%대를 기록한 뒤 점차 낮아져 올해 1월 중순 연 3%대로 하락했는데, 미국발고금리 여파로 동반 상승하며 연 4%대로 진입했다.

은행채의 수익률이 껑충 뛰자 발행 규모도 불어나게 됐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는 8월 초부터 28일까지 1조4,100억원의 순발행을 기록했다. 은행채는 올들어 ▲1월 4조7,100억원 순상환 ▲2월 4조5,100억원 순상환 ▲3월 7조410억원 순상환 ▲4월 2조6,000억원 순상환 ▲6월 1조5,005억원 순상환 ▲7월 4조6,711억원 순상환 등 대체로 상환이 많았는데, 이는 미국채 고금리 여파로 인해 돌연 은행채 발행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동기간 회사채 시장은 위축됐다. 지난 8월 2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미국채 금리가 본격적으로 급등 조짐을 보이던 올해 7월 국내 회사채 발행 규모는 15조4,28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34.4% 줄어든 수준이다. 일반 회사채의 경우 2조740억원으로 전월 대비 41.4% 감소했고, 금융채는 12조1,910억원으로 전월 대비 27.5% 감소했다. 단기사채 발행 규모 역시 58조8,749억원으로 전월 대비 18.1% 줄었다.

이와 관련해 한 경제 전문가는 “현재 미국 장기채 고금리의 영향으로 한국도 회사채 발행 규모가 크게 줄었고,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 또한 올해 하반기 내내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곧 기업의 설비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종국적으로는 향후 기업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Freepik

미국발 고금리 잦아들면 국내 회사채 시장도 다시 살아날 듯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추후 통화 긴축 정책을 종료하면 국내 회사채 시장 역시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의 경우 금리 급등세가 잠시 잦아들면서 회사채 발행 규모가 전반적으로 커진 바 있다. 지난 6월 연준이 지난해 3월 이후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흐름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채권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해 1월 0.25%포인트 올린 뒤 해당 수준을 계속 유지해 오고 있던 점도 회사채 발행 규모 반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당시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공모채 발행액은 91조1,946억원으로, 이는 74조2,456억원을 기록한 2022년 상반기 대비 약 16조9,500억원(22.8%) 증가했다. 종류별로는 일반 회사채(SB) 45조8,090억원,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FB) 37조8,129억원, 자산유동화증권(ABS)은 7조5,727억원으로 각각 시장에 나왔는데, 이들 채권 모두 전년 상반기 대비 큰 증가 폭을 보였다. 특히 일반 회사채는 1년 새 32.6%(11조2,700억원)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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