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두려워 서울 소형 아파트 월세로 대피하는 전세 수요자들

올 1~10월 서울 소형 아파트 임대차 계약의 절반이 '월세'
느슨한 '전세 사기' 처벌이 원인으로 꼽혀
다만 코로나 직후 시절만큼 전셋값 치솟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빌라 전세 사기를 우려한 전세 수요자들이 서울 소형 아파트 월세로 ‘대피’하고 있다. 올 1~10월 서울 소형 아파트 임대차 계약의 50%는 월세 계약으로, 소형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 수요가 대거 쏠리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소형 아파트 월세 비중 급증

8일 부동산 정보 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 1~10월 서울 소형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1만4,962건으로, 국토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월세 비중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동 기간 서울 소형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5만7,761건, 전세 거래량은 5만7,201건으로 월세 비중은 50.2%로 올랐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은 건 처음이다.

연도 별로 살펴보면 서울 소형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 2020년 7만9,128건 ▲ 2021년 9만4,074건 ▲ 2022년 11만202건 ▲ 2023년 11만4,962건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월세 비중 역시 ▲ 2020년 36.5% ▲ 2021년 46.5% ▲ 2022년 48.7% ▲ 2023년 50.2% 등으로 상승세다.

이는 전세 수요자들이 이른바 ‘깡통 전세’를 우려해 빌라 전세 대신 소형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 진입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올해 초 국토부는 전세 사기 혐의로 금고형 이상을 받은 중개사의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자격증 취소 요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현재 대법원에선 실제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과거 전세 사기를 저지른 중개사들의 자격증을 유지하고 있어, 전세 사기꾼들의 영업을 막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수요자들 사이에서 비교적 전세 사기가 일어나기 쉬운 빌라보다는 소형 아파트를 선호하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전세 거래량은 5만7,718건으로 지난해(7만6,317건)보다 24.3%나 줄어들었다.

소규모 빌라 전세가, 부풀리기 쉬워

대규모 아파트의 경우 거래 사례가 많고, 대부분 분양가가 공개되는 데다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평균 시세가 확고하다. 또한 대규모 아파트는 시행사, 시공사 등 건축에 관여하는 이해관계자가 다양해 어느 한 사람이 분양가를 조종하기 어렵다. 반면 소규모 빌라·오피스텔은 평형, 집의 구조가 제각각이라 시세가 상대적으로 불분명해 실제 가치보다 과대평가 되기 쉽다. 즉 사기꾼이 입맛대로 매매·전세가를 올리기 쉽다는 의미다.

집값이 올라가면 전세자금 대출금도 따라 뛰는 만큼, 전세 사기꾼들은 담합·허위 거래를 통해 소규모 빌라·오피스텔의 전세가를 부풀린다. 가령 집주인에게 전세자금 대출금을 집값의 90%로 내줬던 과거 기준, 집주인은 적정 매매가가 2억원인 집을 허위거래를 통해 3억원으로 부풀린다. 이후 만약 전세 입주 희망자가 2억7,000만원을 은행에서 차입해 전세 사기꾼에게 건네준다면, 전세 사기꾼들은 세입자가 낸 전세금으로 매매 비용을 대신 치르고 주택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다. 설령 세입자가 빠져나간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전세 사기꾼들은 함께 가격을 부풀렸던 다른 세대의 전세금을 빼서 돌려주면 된다.

문제는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 발생한다. 부동산 시세가 하락하면 전세 사기꾼들은 다른 세대 전세금을 빼더라도, 전세를 빼려는 세입자에게 온전히 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부동산값이 내려가면서 다른 주택을 찾아 이사 가려는 세입자도 급증하기 때문에 결국 전세 사기꾼들은 전세자금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게 된다. 이 경우 은행이 전세 사기꾼의 변제에 대한 우선권이 있어 결국 세입자는 전세 보증금을 떼이게 되는 것이다.

전셋값 더 오를 것

업계에선 전세 사기, 즉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지금 추세로 지속된다면 결국 아파트 전셋값은 추후에도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세 사기 우려로 연립·다세대 등의 빌라를 제외하고 특정 지역 중심으로 아파트 시장 쏠림 현상이 심화돼 전셋값을 떠받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7일 한국 건설연구원은 내년 전국 전셋값이 2% 상승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과거 수준까지 전셋값이 폭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 견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지수는 누적 기준 8.74% 하락한 사태로, 지난해 하락분을 아직 전부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깡통전세나 빌라 사기 등의 공포가 엄습하면서 사람들이 아파트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도 “2020년, 2021년 아파트값이 급등한 시절엔 대체제로 빌라를 찾아 거래가 많이 이뤄졌으나 지금은 아파트값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므로 빌라를 선택할 유인이 적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할 수 있으나, 작년부터 아파트 전셋값이 많이 내린 만큼 상승세가 이어지더라도 과거만큼의 급등을 되풀이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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