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리모델링”, 초과이익환수제 개정 불투명에 외면받는 재건축

이중삼중 규제에 재건축 조합원 피로도↑
시공사엔 다양한 수익 모델 제시하는 리모델링
재초환 개정 전까지 재건축 시장 찬바람 예상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노후 대단지 재건축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서울 강남권 단지들의 리모델링에 속도가 붙고 있다. 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화된 요건에서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들 단지의 리모델링을 앞당기는 가운데, 적용 여부에 따라 두 사업의 분위기를 가르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최근 리모델링 사업에 한창인 단지들은 1990년대 중후반에 지어져 아직 재건축 연한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용적률이 300%를 상회해 재건축을 통한 사업성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다만 리모델링 사업장은 빠른 사업 전개가 가능하다는 점을 비롯해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적용되는 각종 부담이 없다는 특징을 내세워 갈수록 그 수를 늘리고 있다.

준공까지 10년, 부담만 잔뜩 “재건축 고집할 필요 없어”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 소재 청담공원아파트는 최근 입주민들을 상대로 리모델링 동의서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준공 후 24년이 경과한 해당 단지는 총 391가구 규모로, GS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등 다수의 건설사가 참여를 위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단지 관계자는 “아직 시작 단계라 동의율은 높지 않지만, 주민 관심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삼성동 소재의 서광아파트(304가구)는 리모델링 조합 창립총회를 앞두고 있다. 준공 후 25년이 흐른 해당 단지는 용적률이 366%에 달해 재건축으로 기대할 수 있는 사업성이 낮다는 판단에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대치1차 현대아파트가 관할구청에서 수직증축에 대한 사업승인을 받았다. 시공사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선정됐으며, 기존 15층에서 3개 층을 추가해 총 18가구가 늘어나 준공 후 일반 분양이 예정돼 있다.

이처럼 강남권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는 것은 과거 신형 평면 및 최신 자재 적용, 사업성 극대화 등을 이유로 재건축이 선호됐던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2010년대까지 큰 주목을 받았던 재건축은 준공 후 30년이 지난 후부터 추진할 수 있다는 점, 조합 설립부터 준공까지 통상 10년 이상 걸린다는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을 투자할 만큼의 충분한 사업성을 내세워 조합원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금융위기 등을 이유로 6년 넘게 유예되던 재초환이 2018년 본격 시행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해당 제도의 시행으로 많게는 수억원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 조합원들의 불만이 쏟아지며 기존에 재건축을 추진하던 다수의 단지들이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재초환은 정비사업으로 인한 이익이 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때 초과분의 10~50%를 환수하는 제도로, 재건축의 경우에만 이를 적용한다.

분양가 규제 미적용과 빠른 사업 속도 역시 리모델링의 강점으로 꼽힌다. 분양가 규제는 정비 사업으로 인해 늘어나는 세대가 30세대 이상일 때만 적용되는데, 리모델링의 경우 증축 가능한 세대가 3개 층 이내 및 기존 가구 수의 15% 이내 등 제한돼 있어 적용되는 사례가 많지 않고, 그만큼 각종 인허가 절차 생략이 가능해 재건축에 비해 빠른 사업 속도를 자랑한다. 통상 조합설립부터 준공까지 재건축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며, 리모델링은 6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한 리모델링 업계 관계자는 “빠른 공사 진행이 가능하고 기부채납, 임대 주택 의무 비율 같은 이중삼중의 규제가 없어서 리모델링 인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 붐에 업계는 ‘싱글벙글’

건설업계는 이같은 이유로 재건축을 꺼리는 소규모 단지를 비롯해 집값 상승분이 재초환 납부금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1기 신도시를 대상으로 리모델링 사업 권한을 따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노후 설비 교체, 주차장 확충, 실내 공간 재구성 등 저비용 리모델링의 경우 신속하고 안정적인 사업 전개가 가능하고, 수직 증축을 비롯한 고비용 리모델링은 세대 증가분 일반 분양을 통해 수익 극대화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리모델링 권장은 재초환 등 각종 규제를 향한 조합원들의 강한 거부감과 맞물려 리모델링 붐을 몰고 왔다. 실제로 개포동에 위치한 대치2단지(1,753가구)를 필두로 인근 삼익대청(822가구), 대치동 선경3차(54가구)와 현대1차(120가구), 개포동 구성9차(232가구) 등이 줄줄이 리모델링 행렬에 동참했다. 이 가운데 대치동 선경3차만 인근 상가를 포함한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방향을 바꿨고, 나머지 단지들은 모두 원활한 사업 흐름을 보였다. 최근에는 청담 건영(240가구)이 리모델링 최종 심의를 통과하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월 18일 전국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가 국회 앞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재초환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

시행 이후 줄곧 ‘뜨거운 감자’ 재초환

재초환에 대한 논의는 2018년 시행 이후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국민들의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집값 급등기에는 지방 아파트까지 최소 ‘억’ 단위의 부담금이 예고되면서 사업에 난항을 불러오기도 했다. 재건축 부담금은 아파트 준공 시점에 가격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많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인데, 2010년대 중반 금융위기로 떨어졌던 집값이 제도 시행과 동시에 급등을 기록하며 조합원들의 부담을 키웠다.

일각에서는 “재건축을 통해 이익을 얻었으니 그 정도는 내야 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조합원들이 실제 손에 쥔 금액이 아닌 ‘추정치’에 불과한 미실현 이익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나아가 통상 10년 넘게 걸리는 재건축 사업을 기다렸음에도 재초환 부담금을 현금으로 납부할 수 없는 일부 조합원들은 집을 포기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해야 한다.

부동산 공급 주택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부는 이같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관련 제도 정비를 약속했다. 지난해 9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재초환을 폐지해달라는 요구 외에는 모두 열려 있다”며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국토부의 개정안은 조합원 1인당 재건축부담금 부과 면제 기준을 기존 3,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완화, 적용 구간을 2,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확대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11월에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해당 개정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부동산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등을 이유로 들며 반론을 제기했고, 결국 개정안은 구체적 논의 없이 1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토부의 강한 개선 의지에도 제도의 정비 시점이나 완화 수준에 대한 가늠이 불가능해 재건축 시장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고액 자산가 일부가 이따금 거래하는 강남 재건축 단지도 시장 분위기에 따라 꺾일 가능성이 있다”며 “재초환 개선 수준이 일부 기준 상향에 그친다면 재건축을 택하는 단지들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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