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유럽] 스웨덴 ① 글로벌 기업의 탄생 배경

인구 1,000만의 스웨덴, 세계적 유니콘 기업 탄생의 중심지로 스타트업 기술사업화 지원은 늘리고, 성장의 걸림돌은 제거하고 대기업도 스타트업 육성에 기여하며 글로벌 시장 향한 스케일업 동참

스웨덴의 혁신 역량을 벤치마크할 수 있는 포럼이 서울에서 개최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해외 기술사업화 활성화를 위해 오는 4월 19일부터 이틀간 연세대 백양누리홀에서 ‘한·스웨덴 기술사업화 포럼’을 개최한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앞서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지난해 11월 스웨덴 왕립공학한림원(IVA)과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하고 양국 기술사업화 협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양국의 창업 지원책과 기술사업화에 대해 소개하고, 분야별 투자정보 등을 공유한다. 과기정통부와 진흥원은 이번 포럼에서 한국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의 유럽 진출을 위해 현지 기후중립·탈탄소화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부품 공급 등 사업 협력을 제안하는 한편, K뷰티·K푸드 관련 프리미엄 제품 수출망을 늘리기 위해 북유럽 온·오프라인 유통망 입점 협력과 지원을 당부할 예정이다.

유럽의 실리콘밸리, 스웨덴

스웨덴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있는 인구 1,000만 명의 국가로, 수도 스톡홀름의 인구는 100만 명에 불과하다. 크지 않은 나라임에도 스웨덴은 유럽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안전하며, 부유한 국가로 꼽힌다.

유럽에 위치한 도시 중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 투자액 규모가 가장 큰 도시는 영국의 런던이며 약 96억 달러의 규모를 자랑한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의 투자액 규모는 약 27억 달러로 유럽 내에서 프랑스 파리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도시의 인구 규모와 비교해보면 스톡홀름의 투자액 규모는 1인당 1,703달러로, 이는 유럽 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도시의 규모 대비 스타트업 창업과 벤처 투자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는 뜻이다. 런던이 1인당 981달러, 베를린이 1인당 548달러로 그 뒤를 잇고 있으며 유럽 내 투자액 규모 3위였던 파리는 1인당 277달러에 그쳤다.

이는 유럽의 주요 국가별 스타트업의 자본 증가율의 비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가별 스타트업의 총자본 증가액은 영국이 스웨덴보다 다소 높게 나타나지만, 국가별 GDP 규모와 비교했을 때 역시나 스웨덴이 유럽의 주요 국가 대비 3배를 상회하는 수치를 기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스웨덴에는 3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해 음악계의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스포티파이’, 온라인 여행 플랫폼 ‘익스피디아’, 전자상거래 지불 솔루션 ‘클라르나’, 어드벤처 게임업체인 ‘모장’와 같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을 비롯해 이케아, 볼보, 에릭슨, H&M, 스카이프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걸출한 성공 스타트업이 상당히 많다. 스웨덴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어 세계적인 유니콘 탄생의 중심지로 불리는 이유다. 그렇다면 스웨덴이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정부 규제 혁파와 성공적인 엑시트

먼저 스웨덴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육성 정책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스웨덴은 지금까지 유니콘 스타트업 35곳을 배출했으며, 인구 1인당 유니콘 스타트업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다. 그 중심에는 스타트업 지원 전담 공기업인 스웨덴 혁신청(VINNOVA)이 있다. 스웨덴은 혁신청을 주축으로 전국 소재의 창업지원센터를 통해 매년 약 3억 유로의 기술사업화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혁신청은 연구와 혁신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조정해 모든 분야의 행위자들과 협력하며, 고무적인 해결책 및 아이디어 제시에 관심을 두고 스웨덴이 혁신 역량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기업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테스트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협업을 자극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혁신 성장에 있어 걸림돌로 지적받는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도 지금의 스웨덴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스웨덴 정부는 1990년 이전 공기업들이 독점으로 시장을 장악한 탓에 규제가 심했던 경제에서 탈피하고자 각종 정부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신생기업과 대기업이 경쟁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1993년 외국인이 스웨덴 기업의 소유권을 가질 수 없도록 제정한 보호주의 법률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합병 또는 경쟁 금지 관행을 철폐하는 경쟁법을 제정해 해외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을 허용토록 했다. 법인세도 1991년 30%에서 2020년 22%로 낮춰 스타트업의 세금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나아가 2000년에는 상속세와 부유세를 폐지해 자본가들이 엔젤 투자자로서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다.

사진=스포티파이

스타트업의 M&A,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활발한 것 또한 스웨덴의 강점이다. 이는 이미 스웨덴 스타트업 생태계에 선순환 구조가 튼튼하게 뿌리내렸다는 의미기도 하다. 스웨덴에서는 Exit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시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만큼, 단기간 내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사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에서는 스포티파이와 같이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세계적인 문화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예술·문화 시장의 규모가 작은 데다, 엑시트가 가능한 여건 또한 마련되지 않은 탓에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사업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스웨덴 스타트업의 투자 동향 및 비즈니스 트렌드’에 따르면 한국과 스웨덴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액은 각각 31억2,000만 달러와 18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금액상으로는 한국이 스웨덴을 앞섰으나, 엑시트에 성공한 스타트업은 한국 10건, 스웨덴 26건으로 스웨덴이 2.6배나 더 많았다. 특히 해외 기업 M&A에 의한 엑시트는 한국이 2건(28.6%)에 불과한 반면 스웨덴은 9건(40.9%)으로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상생을 통한 스케일업과 범국가적 테스트베드

스타트업의 내실을 다지고 성장을 유도하는 스케일업 사업도 활발하다.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글로벌 시장을 향한 스케일업은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다. 인구 천만의 작은 나라인 스웨덴은 산업화 초기부터 내수가 아닌 수출 주도형 국가를 지향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택했고, 이는 세계적인 브랜드 탄생의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스웨덴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입소 심사요건에도 기술 및 제품, 서비스의 글로벌화 가능성을 판단하는 항목이 포함돼 있을 정도다. 스웨덴은 파이를 나누는 것이 아닌, 파이를 키우는 전략으로 세계 각국의 투자금을 스웨덴으로 끌어모은 것이다.

상생 문화가 자리잡혀 있는 스웨덴에선 대기업들도 스타트업 육성에 큰 기여를 한다. 스웨덴 대기업들은 수익의 3분의 2가량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회사의 최우선 목표를 혁신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자사의 혁신 노하우를 스타트업에 전수해 주거나 스타트업에 직원을 파견시키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파견 직원들이 향후 또 다른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등 자연스레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실제로 세계적인 이동통신장비 기업 에릭슨도 5G 기술 관련 스타트업들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한 바 있다.

아스타제로 테스트 트랙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는 AV(자율주행차량) 테스트베드로 평가받는다/사진=AstaZero

산·학·연이 참여하는 범국가적 테스트베드(Test bed) 포털 또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테스트베드는 제품의 성능, 효과, 안정성 등을 시험하기 위한 인프라로 실증사업이 시행되는 공간 또는 환경을 뜻하는데, 실제 상황과 같은 엄격한 환경에서 제품을 테스트하여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스웨덴은 나라 전체가 혁신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스템은 유럽에서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불과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스웨덴이 짧은 기간 안에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이자 최고의 혁신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계 시장 진출 진입 장벽을 낮춘 스웨덴 정부의 지원과 규제 혁신이 있었다. 스웨덴 기업은 우리나라 기업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틀에 갇히지 않고, 자발적으로 방향을 찾아 괄목할만한 성과를 창출해왔다. 정부는 그저 가이드라인만을 제시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줬을 뿐이다. 이렇게 일궈낸 눈부신 산업 발전은 국민의 행복 지수를 올려주고,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제도 정착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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