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슬그머니 소비자 부담 더하는 ‘슈링크플레이션’

'붕어빵 1마리 1,000원' 시대, 기업들은 가격 인상 대신 용량 줄여
국내외에서 속속 포착되는 일상 속 '슈링크플레이션' 현상
일부 국가는 소비자 알 권리 주장하며 '고지 의무' 법제화 추진

물가 상승의 영향이 일상 구석구석에 번지고 있다. 3개에 1,000원꼴이었던 겨울 대표 간식 붕어빵은 1개에 1,000원까지 가격이 올랐고, 기업들은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조용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줄어들다란 뜻의 ‘shrink’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흐름에 속속 합세하는 추세다. 간식마저도 마음 편히 사 먹을 수 없는 ‘고물가 시대’에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가격 올리거나, 양 줄이거나

최근 붕어빵 노점상 대부분은 3개에 2천원, 하나에 7백원꼴로 가격을 인상했다. 일부 붕어빵 노점에서는 붕어빵 한 개를 1,000원에 판매하기도 한다. 붕어빵 제조에 쓰이는 원유, 밀가루, 식용유, 팥 등 원재료 가격이 크게 뛰면서다. 실제 붕어빵의 속 재료로 쓰이는 수입산 붉은 팥의 도매가는 kg당 6,860원으로 평년 대비 33% 뛰었다. 밀가루값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전 대비 36% 상승했고, 설탕과 우유 가격도 각각 34%, 17% 뛰었다. 여기에 조리에 필요한 가스값까지 치솟으며 판매가가 자연히 인상된 것이다.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현지시간) 오레오를 제조하는 미국 제과업체 몬델리즈가 최근 크림의 양을 줄였다고 보도했다. 크림이 두 배로 들었다는 ‘더블 스터프 오레오’에 기존 오레오와 동일한 양의 크림이 들었고, 기존 오레오의 크림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스포츠음료 게토레이 1병 용량은 32온스(1온스=28.3g)에서 28온스로, 과자 도리토스 한 봉지 용량은 9.75온스에서 9.25온스로 줄었다(미국 기준).

국내 기업들도 슈링크플레이션 흐름에 뛰어들고 있다. 씨제이(CJ)제일제당은 이달 초 간편식품 ‘숯불향 바베큐바’의 중량을 280g에서 230g으로 줄였다. 동원에프앤비(F&B)는 지난달부터 ‘양반김’ 중량을 봉지당 5g에서 4.5g으로 조절했고, 해태제과는 고향만두 용량을 한 봉지 415g에서 378g으로, 고향김치만두 용량을 450g에서 378g으로 각각 줄였다. 풀무원은 1봉지에 5개(500g)였던 핫도그를 4개(400g)로 줄였다.

“소비자 알 권리 보장해야”, 슈링크플레이션의 위험성

제조사들이 고지 하나 없이 제품 용량이나 함량을 줄여도 괜찮은 걸까.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국가 기업에는 용량이나 함량 변경 사실을 따로 소비자에게 고지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해외에서는 기업이 용량 변경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프랑스 대형마트 까르푸가 슈링크플레이션 상품에 용량 변경 고지 스티커를 부착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랑스는 또 슈링크플레이션 고지 의무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9월 기업들에 제품 용량에 변화를 주는 경우 이 같은 사실을 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도 제품 용량을 몰래 줄이면서 포장재는 그대로 두는 과대 포장 행위가 ‘소비자 기만’이라고 판단,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이미 제품 용량과 함량이 변할 경우 이를 제품 외관에 6개월간 표기하도록 하는 법이 시행 중이다.

슈링크플레이션 문제는 소비자에게 장기적인 부담을 안길 가능성이 크다. 슈링크플레이션이 깔끔하게 ‘끝나는’ 경우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크기나 용량의 제품이 시중에 한 번 출시될 경우, 이전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소비자들은 변화에 적응해야만 한다. 생산 비용 급등의 부담을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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