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부족하다” 길 잃은 한남3구역 이주자들, 서울 전세가 상승 견인할 수 있을까

한남3구역, 재개발 추진 20년 만에 '8,300가구' 대규모 이주 시작
쏟아지는 수요 대비 부족한 공급, 비슷한 수준의 전세 매물 턱없이 부족해
서울 전역으로 수요 흩어질 가능성 다분, 전세가 뛰면 '역전세' 일부 해소 가능할까 
한남3구역 조감도/사진=용산구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3구역이 재개발 추진 20년 만에 본격적인 이주에 나섰다. 이주 대상 8,300여 가구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나선 가운데, 주변 전월세 시장에서는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인근인 한남4구역이나 5구역은 물론, 용산구 전반에서도 한남3구역과 비슷한 조건의 매물은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전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남3구역에서 발생한 대대적인 이주가 역전세난을 일부분 해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남3구역 인근 전세 매물만으로 이주 대상자들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차후 자리를 잡지 못한 대규모 전세 수요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 역전세난으로 가라앉은 전세 시장에 ‘활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20년 재개발 ‘한남뉴타운’, 대장 구역부터 이주 나섰다

2003년 11월 지정된 한남뉴타운은 용산구 한남동·보광동·이태원동·동빙고동 일대 111만205㎡를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해제된 한남1구역을 제외한 한남 2~5구역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이주를 시작한 한남3구역은 사업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고 조합원 수도 가장 많은 지역이다. 구역 내 이주 대상은 관리처분계획인가 기준 약 8,300가구에 달한다.

관리처분계획인가에 따르면, 재개발 후 한남3구역에는 최고 지상 22층 높이 아파트 197개동(5,816가구)가 들어선다. 분양주택은 총 4,940가구며, 이 중 4,069가구가 토지 등 소유자에게 돌아간다. 831가구는 일반분양으로, 876가구는 임대주택으로 빠진다. 이에 더해 한남3구역은 한강 조망 가구를 늘리고, 중소형 위주로 가구 수를 늘리는 등 설계변경을 시도할 예정이다.

설계 변경 및 기부채납을 통해 용적률이 향상될 경우 약 374가구가 추가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가구 수가 늘어나면 일반 분양 수익이 커지게 되고,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 단 90m 높이 제한 변경은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남뉴타운 일대는 남산에 인접해 있어 해발고도 90m 이하로 높이 제한을 적용받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하오’ 길 잃은 세입자들

한남뉴타운 ‘대장 구역’인 3구역의 대규모 이주가 시작되자 주변 전월세 시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이주 대상 8,300여 가구 중 세입 가구는 약 6,500가구에 달한다. 이들의 수요가 일제히 임대차 시장에 쏟아져나오자, 인근 지역 전월세 매물 공급이 말라붙기 시작했다. 전셋값은 올해 초 대비 3,000만~5,000만원가량 뛰었고, 그마저도 ‘품귀 현상’으로 인해 매물이 부족하다는 전언이다.

이주 대상자들은 한남3구역과 비슷한 조건의 전월세 매물을 찾을 수가 없다고 호소한다. 당장 가격대와 위치가 비슷한 인근 한남4구역이나 5구역으로 이동하려는 세입자들이 많지만, 해당 지역 역시 전월세 물량이 충분치 않다. 결국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가격대를 높이거나 아예 다른 동네로 이동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들의 이주 수요가 용산구 내는 물론, 인근에 위치한 중구나 성동구 등 빌라 밀집 지역까지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현장에서는 전월세난이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번에 많은 가구의 수요가 쏟아져나온 만큼, 한동안 임대차 시장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으며 이미 가격이 한 차례 상승한 가운데, 이주비 대출이 본격적으로 풀리면 전세와 매매 시세가 눈에 띄게 변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세 수요 흩어지면 ‘역전세난 해소’ 가능성도

일각에는 한남3구역 대규모 이주가 서울권 비(非)아파트 ‘역전세난’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남3구역에서 떠나온 세입자들 대부분이 빌라‧연립주택 등 소형주택 전세 매물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주 자금을 마련할 시간이 빠듯한 가운데, 아파트에 비해 가격 부담이 적은 빌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빌라를 기피하고 소형 아파트 전세를 찾는 최근 부동산 시장 흐름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지난해부터 전국 각지에서 비아파트 전세사기 사건이 이어지자, 전세가가 미끄러지며 ‘역전세난’이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을 덮쳤다. 보증금 미반환에 대한 불안감에 세입자들은 ‘빌라 전세’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발생한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전세 거래량은 4만1,095건으로, 작년 동기(5만6,228건) 대비 26.9% 줄었다. 

하지만 한남3구역 일대는 오히려 빌라 전세 매물이 부족한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기존 거주지 인근 매물을 구하지 못한 가구 대부분이 서울 전역으로 흩어지고, 이에 따라 서울 전반의 전세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세가 하락으로 인해 발발하는 ‘역전세’가 막대한 전세 수요에 힘입어 일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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